영사관에 따르면 1933년 호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2년 3월 왕립 호주연대 1대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도 참전 신청서를 냈으나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탈락 통보를 받은 뒤 1년여를 기다려 다시 지원했다. 결국 만 18세이던 1951년 호주에서 기초 군사 훈련을 마치고 6.25전쟁에 나섰다고 한다.
소총수였던 그는 1952년부터 1953년까지 6.25전쟁을 겪으면서 적군뿐만 아니라 한국의 가혹한 기후환경과도 싸웠다고 호주재향군인단체(RSL)는 전했다.
영하 30도까지 떨어진 겨울철에는 맨손으로 총을 잡으면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혹독한 추위와 싸웠고, 여름철에는 장맛비와 더위로 온몸이 땀과 먼지투성이가 된 상태로 참호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귀향한 후에는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6.25전쟁의 참상과 참전용사의 희생을 알리기 위해 호주한국전참전용사협회 회원으로 꾸준히 활동했고, 2019년부터 회장직을 맡으면서 참전국 용사들의 유대 강화와 친목 도모에 헌신했다.
2019년 5월 국가보훈처가 호주 멜버른에서 주최한 6·25전쟁 참전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하고,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는 등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움직임을 이어나갔다.
같은 해 9월 재향군인회의 초청으로 방한한 고인을 만난 참전용사 사진작가 라미 현씨는 "올해 4월에 연락했을 때만 해도 정정했는데 갑자기 별세 소식을 들었다"며 "언제나 유쾌하고 밝았으며 한국에 큰 애정을 품고 있던 분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아픈 몸을 이끌고 호주 곳곳을 누비며 한국을 알리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한할 때마다 한국 전통 기념품을 모으는 걸 낙으로 삼으셨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장례식은 물론이고 추모식 날짜도 잡지지 못해 유족에게 위로 서한과 화환을 보내드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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