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북인권단체인 ‘NO FENCE’(북조선 강제수용소 해체를 위한 행동의 모임)가 15일 저녁 줌(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강연회를 진행했다. 이날 태영호 국민의힘당 국회의원(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이 북한의 외부 정보 유입 차단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해 강연했다.
태영호 의원은 “2016년까지 런던에서 북한 부대 사업 공사를 하다 대한민국에 왔다. 4년 만에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됐다. 지금 (해외에 나와 있는) 수 만명의 북한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한국을 들여다보고 있다. 스마트폰의 도움으로 해외에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 한국의 가치관이 전달되고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해외에 있는 모든 북한 사람들은 제가 국회의원이 된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북한 사람들은 해외에 대한 정보 접속률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북한에 스마트폰이 400만대 이상 있다. 아쉽게도 북한의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저녁이면 인구의 7~80%가 북중 국경을 통해 밀수된 한국 콘텐츠가 담긴 USB로 한국의 영화 드라마를 보고 있다”며 “외부로부터 정보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북한 내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한류를 막아야 하는 절박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북한 내부의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의 외부 정보 차단
태 의원은 “북한은 헌법상 표현,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북한은 외국영화를 보는 게 헌법상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북한은 헌법에 어긋나게 한국, 미국, 일본 영화를 보지 못하게 처벌하고 처형하고 있다. 북한은 12월 4일 반동사상문화배교법을 만들어 북한의 헌법에 어긋나는 법을 채택했다. 또, 한국에서는 14일 북한에 정보 유입을 막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채택됐다. 한반도 분단역사상 처음으로 평양 서울의 입법기관이 북한 귀를 막는 법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통해 휴전선 인근에서 대북 풍선을 날리지 말자고 남과 북이 합의했다. 그 뒤에도 한국 인권단체는 가끔씩 북한에 전단을 보냈지만, 북한은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올해 4월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2명이 당선된 후 이런 소식을 전단을 통해 인권단체가 전달한 이후 6월 4일 김여정은 문재인 정부에 대북전단을 중지하라는 비난을 했다. 그리고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한국을 향해 대북전단을 막을 수 있는 법을 요구했다”며 “이후 한국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법으로 막기 위한 입법화 과정이 시작됐다. 6월 4일 김여정의 비난 이후 남과 북 사이에는 큰 사건이 2가지 있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그리고 한국의 공무원 총살·화장 사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통과시켰다”고 했다.
태 의원은 “남북한은 4.27 합의에서는 대북전단을 ‘휴전선 일대’에서 보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면 한국은 휴전선에서만 대북전단을 막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더 나아가 북한에 정보 유입 자체를 막는 법을 만들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는 전단에 추가로 USB, 재산상 이익이 되는 물품까지 범위를 넓혀놨다. 그리고 살포라는 개념을 새롭게 넣었다. 원래 살포라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누어 주는 것인데, (이 법에서는) 제3국을 거쳐 북한에 유입되는 것도 살포가 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재산상 이득을 위해 약품, 옷을 북중 국경을 통해 장마당에 밀수품으로 들여보냈다고 할때 이게 전단인지 아닌지가 애매모호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북한이 외부의 정보 유입을 막고 문재인 정부가 이에 동의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먼저 문재인 정부는 전단 관련 법을 만들면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북한 내부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며 “북한에는 장마당이 400여 개 있다. 지금 장마당으로 한국, 일본, 독일, 중국 상품들이 밀수해서 들어가고 있다. 장마당에서는 한국 상품이 희소성과 가격이 제일 높다. 또 장마당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북한에 유입되며 북한 주민의 인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한국을 남조선 괴뢰라고 선동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한국 드라마, 영화를 보며 한국 커피를 마시고 한국을 남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건 북한에서는 엄청난 변화이다. 그동안 북한 정권은 미국 일본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하는 방법으로 북한 사람들을 결속시켜 왔다. 그런데 이런 선전 선동 수단이 맥을 잃어가고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밀레니엄 세대와 북한의 현실
태 의원은 “지금 북한 밀레니엄 세대들은 중고등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시작했다. 지금 북한의 밀레니엄 세대는 윈도우, 마이크로소프트 세대이다. 또, 북한은 2천년대부터 외국의 유명한 만화영화들을 들여와 청소년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북한 티비를 통해 밀레니엄 세대들은 ‘톰과 제리’를 보며 자랐다. 또, 저의 아들 세대는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들을 보고 자랐다. 이런 세대들에게는 미국 한국 일본을 나쁘다고 해도 교육이 되지 않고 있다”며 “또, 원래 북한은 사회적 평등에 기초한 사회였다. 그러나 북한의 양극화는 세계에서 가장 심하다. 절대다수의 평양 밖 사람들은 하루에 한 끼 먹기도 힘들다. 그러나 평양시의 돈 많은 사람들은 하루에 몇백 불씩 레스토랑에서 탕진하고 있다. 지금 학생들은 양극화 현상을 보기 때문에 평등을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당국은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북한의 구조상 부패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패문제를 해결하려면 공무원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 그러나 제가 북한에서 외교부 부국장을 했을 때, 한 달 월급이 2,900원이었다. 그때 당시 장마당에서 쌀 1kg이 3,200원이었다. 월급으로 쌀 1kg도 살 수 없는 게 공무원 월급구조”라며 “북한에서 30년 공무원으로 근무하면 연금이 한 달에 600원 나온다. 지금 북한에서 쌀 1kg이 8,200원이다. 공무원이 퇴직하면 배급이 끊긴다. 결국, 장마당에서 사야 하는데 연금만으로는 굶어 죽는 구조”라며 “결국 방법은 공무원이 현직에 있을 때 끊임없이 부패를 통해 재산을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북한 의료체계에서 의사는 무료로 치료를 한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에게서 무엇이든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구조적으로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 무너져 있다”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자기 체제가 가지고 있는 질서가 무너지면 외부에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생계를 위해 외부에서 밀수를 하는 과정에서 한류가 들어가고 있다. 김정은은 이것을 막아보려 별의별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한국이 출처이기 때문에 원천봉쇄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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