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결어
어거스틴은 자신의 자서전 격인 <고백록>에서 “주여 나를 정결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그런데 곧이어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라고 말한다. 세상 속에 살고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이런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세상과 함께 연락하고 세상의 맛을 음미하고 산다. 그러나 우리는 늘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는 사도 바울의 경고를 경청하고 살아야 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여기서 ‘세대’란 헬라어로 ‘아이온’인데 이것은 시간적으로 매우 긴 장기간에 걸친 세상의 양태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세상은 오랜 기간을 걸쳐 한 사람을 어떤 특정한 일에 익숙하도록 만든다. 그 익숙한 일은 오직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다. 세상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거부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거부와 대적이 개인에게든 사회적인 것이든 하나의 익숙한 형태를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이 세대를 본받지 말라’는 말씀은 이 새상의 풍조와 행태에 지나치게 익숙하거나 몰입하거나 함몰되지 말라는 뜻이다. TV 드라마나 영화나 음악 등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다. 좋은 것을 보고 즐기는 것은 본성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세상의 것들이 복음을 위한 좋은 참고자료가 아니라 완전히 함몰되어 있다면 그는 세속적인 그리스도인일 것이다.
반면에 루터는 세상은 복음을 방해하는 세력이긴 하나 세상을 경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세상이 두려움의 장소라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죽음과 파괴, 질병, 폭력과 난투극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미국 리고니어 미니스트리(Ligonier Ministry)의 창립자이자 개혁주의 신학자였던 스프로울(R. C. Sporoul, 1937~2017) 목사는 심지어 자연마저 교회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때로 자연은 우리를 증오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자연이 우리를 거스르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파멸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며 “자연을 지배하는 창조주 하나님은 자신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자연이 인간을 거스르게 만드셨다”고 했다. 이렇게 세상은 자연과 더불어 교회를 공격한다. 그래서 바울은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롬 8:22)고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순간에 세상이 우리를 공격해 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연에 굴복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땅을 지배하고 세상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고 질병과 기근을 정복하는 등 계속해서 창조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는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특성을 통한 그리스도인 각자의 성화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세상, 즉 거대한 자연의 도전과 위협을 포함한 세속적인 모든 가치관과의 대립과 투쟁을 통해 영적인 성장과 인격적인 성숙을 도모하신다. 이것이 성화의 요체이다.
결론적으로 세상을 사랑하거나 혹은 세상을 대적하거나 모두 하나님에 의한 성화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편이 됨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더욱 신앙적으로, 인격적으로, 신학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고 성숙해져야 한다. 이에 대한 토저의 권고를 되새기며 글을 마친다. 아멘.
“당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나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원의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지 말고 계속해서 전진하라고 말하고 싶다. 성령님의 임재를 훈련하라. 그리하면 그분이 당신의 삶에 빛을 비춰주실 것이다. 또 그 삶을 고양시키고 인도하시며 복을 주시고 깨끗하게 하실 것이다. 만일 당신이 성령님과 동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의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포기하라. 그러면 당신은 하나님의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다.” (끝)
최더함(Th.D/역사신학, 개혁신학포럼 책임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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