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 어제 저녁부터 우리 교회 장년수련회가 시작됐다. ‘팔복산에 오르라!’라는 주제로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팔복을 중심으로 3일간 새벽예배와 저녁예배에 말씀이 전해진다. 첫날 저녁 담임 목사께서 설교를 시작하면서 장로 세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이 어딘가요?” 한 분은 한라산이라 했고, 또 한 분은 지리산이라 했고, 다른 한 분은 태백산이라 했다. 정답은 뭘까?

[2] 담임목사님 왈, ‘부동산’이란다. 다 웃었다. 요즘 이 정부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을 빗대서 나온 최신 유머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높은 산이 있단다. 그게 바로 ‘팔복산’이라 했다. 역시 우리 담임목사님은 유머가 풍부한 분이다.
‘팔복’을 영어로 뭐라 할까? ‘Beatitude’라 한다. Word play를 해보면 ‘Be+attitude’이다. 즉 ‘팔복’이란 ‘어떤 태도의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한다.

[3] 어떤 행동 말인가? 팔복에 나오는 8가지 행동 말이다. 팔복엔 ‘복’이란 단어가 많이 나온다. 우리의 가슴을 들뜨게 하는 단어 가운데 ‘행복’(happiness)과 ‘축복’(blessing)이 있다. 두 단어에 모두 ‘복’이 담겨 있다 보니 의미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선 복과 관련되어 성경이 말하는 헬라어를 살펴봄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카리오스’(μακάριος)라는 단어인데, 이것은 영어로 ‘blessed’로 번역된다.

[4] 우리말로는 ‘축복받은’이란 뜻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수혜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사도 바울은 이러한 축복을 경험한 자가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롬 4:7-8에서 시편 32편을 인용하여 마음에 간사함이 없고 하나님께서 불법을 사하고 죄를 덮어 용서해주신 다윗 같은 이를 ‘복 받은’(blessed) 사람이라고 했다.
‘마카리오스’는 구약 히브리어 ‘아쉬레이’(אַשְׁרֵי)에서 유래 된 것이다.

[5] 이것은 ‘곧게 가다’, ‘계속 가다’, ‘바르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성경적인 어원으로 볼 때 히브리어의 ‘아쉬레이’와 헬라어의 ‘마카리오스’는 모범적인 경건한 사람에게 ‘복을 선포할 때’나 ‘복이 있는 자’는 또는 ‘복이 있을 지어다’라고(시 1:1, 2:12, 잠 8:34, 16:20, 욥 5:17, 마 13:16, 요 20:29, 계 14:13, 22:14)하는 말이다. 이는 하나님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6] 여기서 ‘행복’과 ‘복’의 차이에 대해 다시 정리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행복’(happiness) 혹은 ‘행복한’(행복)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내용이지만, ‘복’(blessing)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바라고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면 행복해 한다. 원치 않는 질병이나 사고를 만나서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복’은 그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7] 원수들이 둘러싸서 나를 공격하고 죽이려 해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이가 있다면 그를 복된 사람이라 한다.

권력, 부귀, 영화, 재물, 건강 등 내가 원하는 세상 모든 걸 다 가지고 하나님 없는 행복을 원할 텐가, 아니면 세상 모든 것 없어도 하나님 한 분만 선택할 것인가? 아무래도 전자 쪽이 안전할 것 같지 않은가? 모든 부와 귀와 장수가 하나님 손에 달려 있음을 아는가?

[8]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안전하고 확실한 보험인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Christian’이란 단어를 word play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이것은 ‘I Am Noting without Christ’ 뜻이라 한다. ‘그리스도인’이란 단어는 ‘그리스도가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란 말이란다. 정말 의미심장한 ‘말재치’(word play)라 생각된다. 짧은 경구나 말재치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깊고 분명하고 오래 간다.

[9] 또 다른 word play가 생각난다. ‘0+1=100.’ ‘한 동안 새문안 교회 앞에 붙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글귀이다. 빵점 인생 같아도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 있으면 백점짜리 인생’이란 뜻이다. 이걸 거꾸로 하면 더 의미심장한 말이 된다. ‘100-1=0’ ‘백점을 받았어도 1점이 모자라면 빵점’이란 말이다. 여기서 ‘1’ 역시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모세, 다윗, 바울 등 성경 속 인물들이 누린 하늘의 복은 대부분이 이런 내용과 관련된 복이다.

[10] 마지막으로 ‘행복’과 ‘복’이란 두 단어의 영어 어원을 살펴보고 마무리 해보기로 한다. 영어에서 ‘행복(Happiness)’은 ‘우연히 일어나다(Happen)’에서 유래되었고, 축복(Blessing)은 ‘피를 흘리다(Bleed)’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행복은 우연히 발생하는 요행과 행운(Lucky)에 불과하지만, 축복은 피를 흘리는 것과 같은 대가를 지불하는 희생과 헌신을 통해서 오는 것을 말한다.

[11] “피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히 9:22)란 말씀이 있다. 달리 말하면, “피흘림이 없은즉 복이 없다”라 바꾸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 구원을 비롯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복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것들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도 한 분의 희생으로 인해 우리는 복된 사람이 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행운아’나 ‘행복자’를 바라지 말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천상적이고 신적이고 영원한 복만을 사모하며 사는 하루가 되자.

[12]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가 복 받은 자 된 것처럼 오늘 나 한 사람의 희생과 섬김으로 인해 주변 이웃과 공동체와 교회가 복을 받는 ‘복의 근원’, ‘복의 유통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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