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으려합니까?”
지난 7월 8일 중대본에서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정규예배 외 교회 내의 모임과 행사를 금지한다고 하면서 이를 위반시 벌금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저는 그 전날 저녁에 총회 임원회를 할 때 중대본에서 이런 발표 계획이 있다는 소식을 연합기관을 통해 들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하니까, 연합기관에서 한 번 지켜보자 해서 저도 일단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얼토당토 않는 발표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후에라도 이곳저곳 연락을 해서 교회가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솔선수범하며 앞장서야 되겠지만 중대본의 발표는 너무 한 것이니 해제를 촉구 하였습니다. 그렇게 설득도하고 항의도 하였지만, 마음이 너무 분하고 허탈했습니다.
코로나 초기부터 우리교회는 얼마나 방역을 잘했습니까? 의료 전도사님을 세워서 메디컬 처치를 운영하였고, 정부의 7대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켰으며, 지금도 특허청 허가를 받은 열 온도기와 항균 소독기 수십 대를 교회 입구와 교육관까지 설치하여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대본의 발표가 있는 당일에 청와대 게시판에 취소 청원이 20만 건이 넘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34만4천여 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 한국교회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교회가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중대본이 너무 극단의 조치를 한 것입니다. 중대본이 교회로 하여금 방역을 잘 지키는 쪽으로 선도를 해야지, 물리적 제약만 하려고 하면 되겠습니까?
저는 ‘착월선후 낭패지경’(捉月獮猴 狼狽之境)이란 고사성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리석고 눈 먼 원숭이가 물 위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는 말입니다. 그런 것처럼 정부와 중대본이 한국교회를 물에 비친 달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방역 당국은 힘들게 물리적 방역을 지키면서도, 우리 사회의 정신적, 영적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항체와 저항인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한국교회를 마치 물 위에 비친 달처럼 착각을 한단 말입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그림처럼 한국교회가 그나마 어둠속에 불을 밝히고 있는데, 그 불마저 끄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얼마나 교착상태고 경제가 파탄 지경에 놓였습니까? 코로나로 인하여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교회가 위로와 위무,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데 이것마저도 막으려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남북이 극단적 대립을 할 때 정주영 회장처럼, 한국교회가 소떼라도 몰고 의약품도 싣고 가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평화의 길을 열어야하는데 이렇게 교회를 옥죄기만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저는 비교적 열려 있는 사람이어서 일부 수용하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쪽에서 청와대나 광화문 집회를 하자고 해도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말자고 말렸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번 중대본의 발표에는 아주 섭한 마음이 듭니다. 중대본이 어리석은 원숭이 같은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교회를 물 위에 비치는 달처럼 착각해서 보지말기를 바랍니다.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을 올린 성도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면서 중대본이 조속하게 시정하고 해제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소강석 목사(예장 합동 부총회장, 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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