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이 먼저 달려가나요.
아니, 나의 마음에 꽃잎이 쌓이죠“
요즘 얼마나 힘드신가요? 코로나 위기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코로나 공포증으로 사람들이 마냥 두렵고 불안해했습니다. 그러나 공포와 불안감이 계속되니 우울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블루(우울증)라는 말이 생겨났지요. 그런데 이런 코로나 블루 중에도 어김없이 목련은 기지개를 폈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앞을 다투어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우울해 하는 사이에 꽃들은 사무치도록 봄을 그리워했던 것입니다.
제가 산행을 하던 중 진달래 꽃봉오리를 바라보며 문득 다가올 만우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만우절에 저의 부고 소식을 몇 군데 전해볼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시한부의 삶을 살고 우리는 날마다 십자가에 죽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그런 생각과 함께 우울한 분위기를 잠깐이라도 폭소의 분위기로 만들고 싶어서 저의 부고 소식과 함께 맨 밑에 “즐겁고 행복한 만우절 되세요”라는 문자를 보낸 것입니다. 또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친구 한기승 목사님은 전화를 해서 이렇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네, 이 사람아. 왜 그런 장난을 해요? 문자를 보는 순간 가슴이 너무 떨렸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내가 이 기회를 통해 정말 가슴으로 소목사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네.”
수요오전예배 시간이기 때문에 전화가 안 되니까 저와 동문인 이규섭 목사님을 비롯하여 문자를 받은 목사님들이 이런 답문을 보내 왔습니다. “소목사님, 앞으론 이런 장난을 하지 마세요. 내가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김종준 총회장님께서도 저와 통화가 안 되니까 부서기에게 “부총회장이 죽었다네. 어떻게 하지”라며 전화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어떤 분은 이런 글도 올렸습니다. “목사님, 목사님께서는 올해 총회장이 되실 분입니다. 공적인 분이 우리를 이렇게 놀래키면 어떻게 됩니까? 정중히 부탁드리니 글을 내려 주십시오.”
그 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저의 살아온 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 내가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았구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 주고 격려해주고 있구나.’ 저는 미안한 마음에 그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드리거나 문자를 보내 드렸습니다. “제가 왜 그랬는지 아십니까? 너무나 그리워서 그랬습니다. 목사님, 장로님이 너무나 보고 싶어 달려가고 싶어 그랬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먼저 달려가겠습니다. 무슨 일이 없더라도 목사님, 장로님을 향한 제 마음에 하얀 목련 꽃잎, 노란 개나리 꽃잎, 연분홍진달래 꽃잎이 쌓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12월에 우리 교회 옆 담장 길에 앙증맞게 핀 개나리를 보면서 이런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이 먼저 달려 나가요(중략)... 봄이 그리워 / 사랑이 그리워 / 그대가 그리워 / 내 마음의 개나리 꽃잎 위에 쌓인 / 하얀 눈꽃들.”
저는 어릴 때부터 귀신이야기도 잘하고 산에 가서 친구들 놀래키는 장난도 많이 하였습니다. 대통령 리더십 전문가인 최진 박사에 의하면, 이 시대의 지도자에게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번에는 너무 극단적 유머였긴 했지만 제가 더 생명을 사랑하고 저의 지인을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그분들에게 달려가고 싶습니다. 봄 꽃잎에 사랑의 연서를 써서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어젯밤 꿈에는 그 분들을 향해 바람에 꽃잎을 날리는 꿈도 꾸었습니다.
이제 저는 저를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빚진자가 되어 그들을 향한 제 마음 속에 하얀 목련 꽃잎, 노란 개나리 꽃잎, 연분홍 진달래 꽃잎이 쌓이도록 할 것입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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