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져선 안돼요. 다시 꽃으로 만난 인생을 살아야죠."

 

지난 화요일 늦은 밤에 교회 뒷산을 혼자 산행을 하였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하는 저녁산행이었습니다. 나 홀로의 저녁산행은 봄철 이후 처음으로 한 것 같습니다. 그때는 봄철이라 저녁에도 진달래가 보이고 철쭉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겨울저녁에 홀로 산행을 하면서 보니까, 꽃은커녕 풀잎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낙엽이 가랑잎이 된지 오래 되었고, 그 가랑잎도 밟혀서 짓이겨져 있었습니다. 모든 산들이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멀리 흐르는 강물들도 귀를 막고 있었겠지요. 달도 숨을 죽이고 별 몇 개 떠서 하늘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문득 지난 늦가을 여의도 한강변에 심겨진 갈대와 억새숲 사이를 걷던 생각이 났습니다. 바람이 스쳐가는 갈대밭 사이로 서 있었는데, 그때 인생은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는가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다시 꽃으로 만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산행을 했습니다. 모든 산들이 숨을 죽이자 산새 한 마리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저 혼자 걸었습니다.

우리 교회도 수많은 사람이 찾아왔지만 또 수많은 사람이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몰려왔을 때는 꽃으로 만난 것 같지만, 어떤 이유든지 간에 우리 교회를 떠날 때는 갈대로 헤어졌던 것입니다. 그 분들을 생각하며 제가 이런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J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해도 / J 나의 사랑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 J 우리가 걸었던 J 추억의 그 길을 / 난 이 밤도 쓸쓸히 쓸쓸히 걷고 있네."

몇 달 있으면 적막한 겨울산도 봄을 맞이할 것이고 그때 다시 봄꽃들이 피어날 것입니다. 봄철에는 혼자 저녁산행을 해도 야화(夜花)를 만날 것이며 달도 환하고 별들도 총총하겠지요. 겨울밤에 꽃 없는 산을 가니까 꽃이 그리운 것처럼, 저에게도 떠난 성도들이 있기에 그들이 더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물론 남아 있는 더 많은 성도들이 고맙기 그지없고 그들이 얼마나 저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모릅니다. 송구영신예배 때 본당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비전홀과 교육관에서 예배드린 그분들에게 너무 죄송하고 또 그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습니다.

봄이 오면 갈대는 사라지고 다시 꽃으로 만나는 것처럼, 저의 목회현장도 갈대로 헤어졌지만 꽃으로 다시 만나는 날이 있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이따금씩 지방에 가도 이렇게 인사하는 분들을 봅니다. "아, 저 옛날에 새에덴교회 다녔습니다. 저는 대학강사였는데 지방대로 임용이 되어서 왔습니다." 심지어는 해외에 가서 집회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저 옛날에 새에덴교회 다녔었는데 이민을 왔네요." 이 역시 순간순간 꽃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저 영원한 천국에서 다시 꽃으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땅에서도 갈대로 헤어지지 말고 순간순간 꽃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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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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