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지난 8월 21일 50여 명의 한일 기독교인들로 구성된 ‘에큐메니칼 네트워크’가 제3회 협의회를 갖고 성명을 발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성명서에서 ‘네트워크’는 일본의 파시즘 강화와 역사수정주의에 반대하며 가해의 역사를 부인하지 않는 정확한 역사 인식 위에서 혐오 발언, 혐오 범죄의 근절과 재일 한국인 조선인, 이주자들의 인권의 보장을 요구했다.
한편 일본의 ‘에큐메니칼 네트워크’는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 총회를 계기로 2014년 2월 조직된 기독교 협의체이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에큐메니칼 네트워크 제 3회 협의회 성명]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총회를 계기로 2014년 2월 일본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우리들은 ‘에큐메니칼 네트워크(エキュメニカル・ネットワーク, E-net)’를 결성하였다. 그 이후로 2015년 8월에 제 1회, 그리고 2017년 8월에 제 2회 협의회를 개최하였다.
한편 지난 2년간 일본의 내외 정세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역사수정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의 우익은 관민 할 것 없이 차별적인 담론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아베 정권은 헌법을 개악(改悪)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사회 또한 다양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획일성이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2017년 5월 한국에서는 ‘촛불혁명’에 의해 문재인 정권이 태어나고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된 이후 한반도내에서 평화적 대화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희구하는 기운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아베 정권은 오히려 이를 역행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론을 무기로 미군에 종속되고 군비를 확장하는 것을 정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 아베 정권은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원전의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재일 한국인 조선인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장이 불충분함에 도 불구하고 혐오 발언, 혐오 범죄 등을 방조하고 출입국관리법을 개악한 채 외국인노동자를 일본에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우리는 2019년 8월 20일부터 21일, 일본크리스챤아카데미 간사이세미나하우스(日本クリスチャンアカデミー関西セミナーハウス, 교토)에 모여서 ‘일본 에큐메니칼 운동의 과제와 전망: 현장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주제로 제3회 에큐메니칼 네트워크 협의회를 개최하였다.
이 협의회를 위해서 각각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현장의 종사자들 50여 명이 일본 전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뜻을 같이하기 위하여 모였다.
도시샤대학 명예교수 후카다 미키오(深田未来) 목사가 ‘주변에서 싹트는 “공생체(共生体)”: 중심에서 동떨어져(Off Center) 살아가기’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였다. 이 강연에서 50년을 넘는 일본에서의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중심’이 아닌 ‘주변’ 에서 살아가는 것과 ‘커뮤니티(community)’의 의미를 설명하고, 특히 글로벌화 되어가는 세계 속에서 커뮤니티를 재창조하는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 속에서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가 되는 것이야 말로 우리들에게 주어진 도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상임의원 후지와라 사와코(藤原佐和子) 박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김영주 목사, 일본기독교협의회(NCCJ) 총무 김성제 목사가 각각 활동을 보고하고 참가자들과 현재 상황을 공유하였다. 심포지움은 일본기독교학생운동(SCM) 협력위원회, 마이너리티 선교센터, 가마가사키(釜ヶ崎), LGBT 등 각각 현장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장이었다. 이러한 과제를 통해서 소수 민족 및 인종에 대한 차별, 학생과 청년들의 아픔, 노동자의 소외, 성(性)을 빌미로 해서 행해지는 억압 등 다방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성경을 마주 대하면서 사회적, 역사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 및 평화를 위한 활동을 배우게 된 우리들은 현장 속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들은 이와 같은 협의회의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며 다음의 과제를 계속해서 해결해 나감으로 앞으로도 동아시아에서 모든 생명이 존중되며 평화와 인권의 확립을 위해 일할 것을 표명하는 바이다.
1. 파시즘이 강화되어가는 일본의 헌법 개악을 반대하며 전쟁을 향해 가는 길을 저지한다.
2.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 및 새 일왕의 즉위에 따른 사회 분위기의 고조가 천황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반대한다.
3. 한반도와 관련하여 남북, 북미 간의 평화적 대화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궁극적으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평화가 안착되고 남과 북이 통일을 향해 전진하기를 희구한다.
4.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반대하며,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책이 상대방에 대한 멸시감이 아닌 동아시아에서 평화를 창조하는 것으로 전환되기를 일본 정부와 사회에 요구한다.
5. 혐오 언설, 혐오 범죄의 만연, 특히 정치인 등 소위 ‘문화인’이라 하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 빈번히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일삼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 가해의 역사를 부인하지 않는 정확한 역사 인식 위에 혐오 발언, 혐오 범죄의 근절을 요구한다.
6. 재일 한국인 조선인, 이주민 등을 비롯해서 다양한 민족적, 인종적 소수자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되는 인권의 보장을 요구한다.
7.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SOGI=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의 다양성이 당연한 것으로 인정받는 교회, 사회의 실현을 추구한다.
8. 일본 정부가 신속히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할 것을 요구한다.
9.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을 반대한다. 그리고 모든 핵에너지의 이용을 반대한다.
10. 원전 사고 이후, 피폭된 이들의 신체적 피해가 현저하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기는커녕 방치되고 있는 것에 항의한다.
2019년 8월 21일
주최: 에큐메니칼 네트워크
공동주회: 간사이세미나하우스 활동 센터
에큐메니칼 네트워크 제3회 협의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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