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 美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테러' 관련 대국민 연설을 발표했지만, 목소리만 더 단호할 뿐 이전 발표 내용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미국 내 이슬람 테러에 대한 대처방안은 전혀 없어 실망을 낳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연설은 취임 후 벌써 3번째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그저 총기 규제 법안을 연방의회가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 문제를 단순한 총기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더불어 미국 내 무슬림은 친구라면서 이들에 불신과 반감을 품지 말아줄 것만을 요청했다. CNN도 "IS 격퇴 전략이 불충분하다는 다른 이들의 비판과 관련, 자신의 정책을 다시 점검해보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한 대국민연설을 통해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을 "테러 행위"(act of terrorism)라고 공식 규정하고 "이슬람의 테러 위협은 분명한 현실이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할 것이며, IS를 비롯해 우리를 해치려는 테러 단체들을 모두 파괴하겠다"며 IS를 비롯한 테러 단체에 대한 응징 방침을 보다 강경하게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테러 행위"라면서 "지난 몇 년 동안 테러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화됐다. 우리가 9·11 테러와 같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공격에 잘 대비하자 테러리스트들이 이제는 우리 사회에 너무나 익숙한 총기 난사와 같은 덜 복잡한 행위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 위협은 현실적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극복하고 IS와, 또 우리에게 해를 끼치려는 다른 테러 조직들을 파괴할 것"이라면서 "거친 말과 두려움에 굴복해 우리의 가치를 저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강하고 똑똑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 격퇴를 위해 대규모 지상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장기간의 전쟁과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며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시리아와 이라크 지상전에 끌려들어가는 것은 IS가 원하는 것"이라면서 길고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상전에 다시 한 번 더 끌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며 공습 위주의 IS 격퇴 전략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주도의 공습 ▲이라크와 시리아 현지 군대 훈련 ▲IS의 테러 음모 ·자금줄·신규대원 모집 차단 ▲시리아 내전 종식 및 정치적 해결책 추진 등 IS 파괴를 위한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 CNN도 이번 대국민연설은 테러에 대한 오바마의 기존 정책의 되풀이에 불과했다고 평가절하했다.
'파리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 일어난 무슬림에 의한 테러'라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이 중차대하고 미국인들의 우려와 불안의 목소리도 커진만큼 대국민연설을 하기는 했지만, 샌버나디노 무슬림 테러 후에도 이슬람과 IS에 대한 그의 생각에는 하나도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살인자' '죽음의 숭배자'로 강력히 비난했지만 척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IS 격퇴를 위한 작전을 강화하겠다며 "미국은 현재 영국, 독일과 같은 동맹국들과 시리아의 IS 근거지를 집중적으로 공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IS를 돈줄을 차단하겠다며 동맹국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군과 시리아 온건파 반군에 대한 훈련과 무기 지원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미국이 지금도 하고 있는 일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IS가 이슬람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이번 싸움이 미국과 이슬람 간의 전쟁으로 규정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바로 IS와 같은 조직이 원하는 것"이라면서 미국 내 무슬림들은 우리의 친구이며 동료라고 말했다. 또 "미국 내 무슬림 집단은 무슬림 근본주의라는 극단 이데올로기와의 싸움에서 미국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버나디노 테러와 관련해서 미국 내 무슬림들을 공격하고 비판하면서 자극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평범했고 현대적이기까지 했던 한 여대생을 잔인한 테러리스트가 되도록 한 이슬람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미국 내 이슬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커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는데, IS나 테러 단체 척결에 대한 내용에는 기존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내 이슬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대국민연설에 나선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밖에 비자 없이 미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공항 검색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재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방의회에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하면서, '비행기 탑승 금지 명단(No-fly List)'에 올라있는 사람들이 상점에 가서 총을 구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샌버나디노 테러를 한 평범한 여성을 극단화시켜 테러리스트로 바꿀 수 있는 이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총기 소지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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