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강정훈 교수] 요한계시록에는 두 번째 단계의 나팔재앙(8-9장)과 세 번째 단계의 대접재앙(15-16장) 사이에 막간환상으로 삽입된 교회가 박해받는 7년 대환난(10-11장)의 비밀을 풀 수 있도록 보여주었다.
그 대환난의 근본 원인은 메시야 탄생을 강력히 저지하려는 사탄(용)의 박해 때문이기에 미가엘천사가 하늘에서 큰 전쟁을 하여 사탄을 땅으로 추락(제12장)시켰다. 그러나 용(사탄)은 부하인 짐승들(마귀)을 동원하여 최후수단으로 적그리스도의 발톱을 가린 채 무지한 인간들을 미혹하여 짐승의 표인 666을 이마에 찍는 박해의 절정(제13장)을 막간환상으로 보여주었다.
그동안 교회가 박해받는 대환난으로 낙망과 불안과 침울한 성도들을 격려하고 광명한 천상의 구원 받는 세계를 보여주는 한편, 666 짐승의 표를 받고 사탄에게 절하며 배급표를 받아 우쭐한 불신자에게는 경고와 심판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최후의 심판의 예고편인 일곱 환상을 요한은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먼저 안락한 삶을 보장한다고 유혹하는 666 짐승의 표를 단호히 거부하고 시온산 위의 어린 양께 경배하는 성도와 순교자들을 위한 새 노래와 구원받는 모습의 예고편이 첫째와 넷째 환상이다.
■첫째 환상 : 시온산 위의 어린 양과 144,000 성도들의 합창
"또 내가 보니, 어린 양이 시온 산에 서 있었습니다. 그 어린 양과 함께 144,000명이 서 있었는데, 그들의 이마에는 어린 양의 이름과 그의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보좌와 네 생물들과 그 장로들 앞에서 새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표준새번역 계14:1.3)
위의 삽화는 11세기의 파쿤도 베아투스에 삽화로 수록된 '시온산 위의 신비한 어린 양에게 경배'라는 메뉴스크립트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시온산 위에 신비스러운 어린 양이 십자가 앞에 서 있다. 어린 양 주위에는 현악기를 든 24장로들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으며 위에는 하나님이 계시는 보좌가 있고 보좌를 지키는 네 생물이 보인다.
보좌 좌우에는 교회에 대한 박해를 믿음으로 이기고 짐승의 표인 666을 거부하고 하나님과 어린 양 예수의 이름이 적힌 도장을 이마에 새긴 14만4,000명의 성도들이 시온산 위의 어린 양에게 경배하며 '새 노래'를 찬양하고 있다.
시온(Zion)은 구약에서는 예루살렘이나 예루살렘 성전 또는 이스라엘을 가리켰다. 그러나 신약에서는 지상의 예루살렘이 아닌 하늘의 신령한 예루살렘을 가리킨다. 이 그림에서도 하나님의 구원과 관련된 하늘의 도성이다.
14만4,000명이 합창하며 24장로가 연주하는 새 노래의 제목은 시편에서 많이 나오는 새 노래의 제목과 같이 "구원"을 기쁘게 찬양하고 있다.
■다섯째 환상 : 666을 거부하고 순교한 자들에 대한 축복
"나는 또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기록하여라.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사람들은 복이 있다.' 그러자 성령이 말씀 하셨습니다. '그렇다. 그들은 수고를 그치고 쉬게 될 것이다. 그들의 업적이 언제나 그들 뒤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 (계14:13)
사탄의 극심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황제예배에 참여하지 않고 짐승의 표 666을 끝내 거부하고 순교한 어린 양 경배자에 대한 축복 선언이다.
말세는 그리스도에 대한 충성으로 순교를 각오해야 하는 악한 세상이다. 하나님은 그 모든 충성된 믿음을 잊어버리지 않으시고 행한 데로 상을 주신다.
역사적으로 보면 교회가 핍박 받을 때는 더욱 말씀을 사모하던 시기로 성경을 깊이 묵상하기 위해 성서화 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삽화는 베아투스본 중에서 가장 먼저 필사한 것으로 전해오는 모건 베아투스(Morgan Beatus)의 <시온산 위의 어린 양>이다.
모건 베아투스는 8세기에 스페인의 수도승인 베아투스(Beatus of Liébana)가 저술한 묵시록주해서 (the Commentary on the Apocalypse )를 10세기에 스페인 타바라의 산살바도르(San Salvador de Tabara) 수도원 에서 마지우스(Margius)가 300여장의 삽화를 그려 넣은 필사본으로 현재는 뉴욕 모건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당시 스페인은 이교도인 이슬람이 점령하여 기독교인들이 극심한 박해를 받던 시기이며 유럽 전체가 흑사병이 창궐하여 종말론이 휩쓸던 암흑의 중세였다. 이 사본은 주제는 기독교 경전이나 표현양식은 이슬람풍인 모자라베 미술(Mozarabic Art)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삽화이다.
위의 삽화를 보면 그림의 중앙에는 시온산 위의 어린 양이 십자가 앞에 서 있고 그 좌우에는 666 짐승의 표를 거부하고 하나님의 인치심(도장 찍음)을 받은 14만4,000의 성도들이 순교자의 축복을 노래하고 있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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