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에는 두 번째 단계의 나팔재앙(8-9장)과 세 번째 단계의 대접재앙(15-16장) 사이에 막간환상으로 삽입된 교회가 박해받는 7년 대환난(10-11장)의 비밀을 암호처럼 얽힌 네 가지 숫자와 함께 풀어 보았다.
42개월, 3일 반, 1,260일, 그리고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는 모두 3년 반을 의미하며 재앙이 약한 전(前) 3년 반과 재앙이 강한 후(後) 3년 반을 합쳐 계시록(7:14)에서 언급한 큰 환난(The Great Tribulation)을 7년 대환난이란 학설로 정립하였으며, 여기의 7년은 상징적인 숫자로서 그리스도의 초림에서 재림까지의 기간을 의미함을 설명하였다.
제11장에서 7년 대환난 기간에 교회를 박해하는 주범은 사탄(용)과 그 하수인인 마귀(짐승)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제12-13장은 막간환상의 계속으로서 용과 짐승들이 무엇 때문에 교회를 핍박하며, 또한 어떤 방법으로 핍박하는지를 보다 자세하게 근원적인 원인을 일곱 환상으로 요한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도 3년 반을 의미하는 숫자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이러한 점입가경인 계시록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어려운 일곱 환상들도 오히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천년이 지난 그 옛날 중세시대에 한 평생 필사본 성경과 기도서를 만들던 깊은 신앙심과 성경에 밝은 이름 없는 수도원 필경사와 화가들이 묵시록 사본에 그려 넣은 메뉴스크립트(삽화)를 자세히 뜯어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유럽에서는 종말론의 그림자로 아직 뒤숭숭하던 1086년경에 스페인의 오스마대성당에서 베아투스 리에바나의 요한묵시록 주해서 사본을 필사하면서 삽화를 첨가한 성서가 오스마 베아투스 묵시록 사본이다.
오스마 베아투스 사본에 수록된 <계시록 12장의 여인과 용>이라는 삽화는 한 장의 그림 속에 요한이 본 일곱 환상 중에서 첫째 환상부터 네 가지 환상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 첫째 환상: 메시야 탄생을 저지하려는 사탄
"그리고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는데, 한 여자가 태양을 둘러 걸치고, 달을 그 발 밑에 밟고, 열두 별이 박힌 면류관을 머리에 쓰고 있었습니다. 이 여자는 임신중이어서,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표징이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머리 일곱 개와 뿔 열 개가 달린 커다란 용이 한 마리가 있는데 그 머리에는 왕관을 일곱 개 쓰고 있었습니다.(중략) 그 용은 막 해산하려는 그 여자 앞에 서서, 그 여자가 아기를 낳기만 하면 삼켜 버리려고, 노리고 있었습니다."(표준새번역 계12:1-4)
그림 왼 편 여인은 예수를 잉태한 성모 마리아이다. 머리 위에는 12개의 별과 태양이, 발아래에는 달이 있다. 달은 교회가 있는 세상이다. 마리야 앞에는 일곱 머리와 열 뿔을 가진 큰 붉은 용(사탄)이 버티고 서서 아이가 나면 삼켜버릴 태세이다.
"마침내 그 여자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아기는 장차 쇠지팡이로 만국을 다스릴 분이었습니다. 별안간 그 아기는 하나님께로, 곧 그분의 보좌로 이끌려 올라갔고, 그 여자는 광야로 도망을 쳤습니다. 그 곳은 하나님께서 천이백육십 일 동안 그 여자를 먹여 살리시려고 마련해 두신 곳이었습니다."(계12:5-6)
위의 그림 위쪽을 보면 만국을 다스릴 메시야가 탄생하여 옥좌에 계신 하나님께로 올라가고 있다. 여인은 하느님이 1,260일 동안 먹여 살리시려고 마련한 광야로 도망을 쳤는데 이는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헤롯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집트로 피난을 간일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다시 3년 반을 의미하는 1,260일이 등장했는데 이는 하나님께서는 교회가 7년 대화난 때의 후 3년 반의 박해를 견디어 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셨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환상의 중요한 메시지는 7년 대환난으로 교회가 핍박받는 근본적인 원인은 메시야 탄생을 방해하려는 사탄의 강력한 저항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즉 주님을 핍박한 것이 교회를 핍박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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