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강정훈 교수] 요한계시록은 장편 드라마 같은 구조이다.
요한계시록은 전체적 구성으로 보면 하나의 장편 드라마 같다. 전 후편으로 되어있는데 전편은 예수 재림 전의 징조와 재앙이며 후편은 재림, 천년왕국, 최후심판과 새 하늘 새 땅이다.
전체로 보면 제1막은 땅위의 일곱 교회(1-3장), 제2막은 어린 양과 일곱 봉인(4-6), 제3막은 일곱 나팔 재앙(8-9), 제4막은 일곱 대접 재앙(15-16), 제5막은 그리스도 재림과 천년왕국(19-20), 제6막은 새 하늘 새 땅과 새 예루살렘(21-22)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단계로 넘어가는 막간에 세 번의 막간환상을 삽입해 두고 있다.(7장,10-14, 17-18)
막간 환상(interlude)이란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면 연극의 막과 막 사이 또는 그 전후에 공연되는 막간극을 볼 수 있다. 연극에서는 대체로 전후를 연결하는 대사이거나 긴장을 풀어주는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계시록의 막간 환상은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 사이에 교회와 성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한 성격으로서 중간계시 또는 보충계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시록의 구조를 알고 읽어야 전후를 이해하기 쉽다.
■대 환난을 면할 144,000명 (막간 환상 1)
첫 번째 막간 환상은 일곱 봉인 환난을 겪은 신자들 중에서 다음 단계의 더 무거운 일곱 나팔 재앙을 면할 자는 누구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뒤에 내가 보니 땅 네 모퉁이에 천사가 하나씩 서서 땅의 네 바람을 제지하여 땅이나 바다에나 어떤 나무에도 불지 못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또 보니 다른 천사 하나가 살아계신 하느님의 도장을 가지고 해 돋는 쪽에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들은 바로는 이마에 도장을 받은 자들의 수효가 십사만 사천 명이었습니다.(계7:1-4)"
위의 삽화는 11세기 파쿤도 베아투스에 실린 <선택된 144,000명과 바람을 막는 천사들>이다. 그림 위아래 네 모퉁이에 노랑 옷을 입은 천사가 바람을 제지하여 도장을 찍을 때까지는 바람이 땅(주황색)이나 바다(보라빛)나 흔들리는 나무들을 해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위쪽에 거꾸로 선 한 천사가 어린 양으로 부터 도장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하느님의 종들로 뽑힌 자에게 이마에 도장을 찍고 있다.
이마에 도장을 받은 자들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 각각 12,000명 씩 도합 144,000명이다. 여기에 명시된 144,000명과 관련하여 교회역사에서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7년 대환난 중에 구원받은 유대인으로 본다는 등 여러 학설로 오랜 논쟁이 있었으며 오늘날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도처에서 이단의 무리들이 자기들만이 구원 받는다고 악용하고 있다.
개혁자 칼빈은 신구약 모든 책에 주해를 하였으나 계시록에 한해서는 주해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각양각색의 주해서가 많은 편이다. 이 칼럼은 중세의 묵시록 20여권에 실린 삽화 중에서도 이미지파일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공공도메인(public domain)인 메뉴스크립트 600여점에서 엄선하여 수록하였다. 따라서 난해한 부분의 해석에 대해서는 많은 교부들의 신학논쟁을 거쳐 확립된 신학이론으로 1천 년 전에 수도원 필경실에서 제작한 그림을 우선 존중하고 학계의 통설과 미국 NIV주석을 참고하여 가급적 쉽게 그림으로 읽는 계시록을 쓰고 있다. 인용하는 성경은 중세 가톨릭 성경 삽화이므로 읽기 쉬운 신 구교 공동번역 신약성경을 사용하고 있으니 용어 사용에 대해 이해 바란다.
요한이 열거한 12 지파의 첫 번째는 유다 지파인데 이는 야곱의 임종 축복 때에 이미 장자로 선언되었으며 이 지파에서 메시야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단 지파가 제외되고 대신에 야곱이 축복한 요셉(에브라임)과 므낫세가 지파로 들어가 있다. 단 지파가 빠진 것은 그 지파는 우상 숭배를 시작하고 적그리스도가 나올 지파로 성경 여러 군데에 기록되었기 때문이라는 학설이 참고가 될 만하다. 우상숭배와 적그리스도 편에 선자는 하느님의 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12지파의 백성 144,000(12x12,000)"을 해석함에 있어서 4와 7과 12는 계시록에서 완전성의 상징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한다. 새 예루살렘성의 크기는 12,000 스타디온이고, 성곽은 144(12x12) 규빗이며 생명나무에는 열두 실과를 맺는다. 그러므로 144,000은 문자적인 수가 아닌 상징적인 수이다. 또한 신약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이 참 이스라엘인이며 흰 옷을 입은 무리가 그 수효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고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마에 도장을 맞은 성도의 수는 전 세게 그리스도인 중 택한 자가 아주 많음을 의미한다.
위의 삽화에서는 다른 대부분의 묵시록 삽화에서와 같이 도장 맞은 자의 수를 완전수인 7로서 표현하여 윗줄 양쪽에는 7인씩 배치하고 아래 칸에는 8명과 9명으로 그렸는데 이는 많은 수라는 의미이다.
여섯 봉인을 뗄 때마다 보여준 말세의 징조는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너무나 힘든 환난이다. 하물며 제2단계의 나팔재앙과 제3단계의 대접재앙은 더 무서운 재앙이다, 교회와 성도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은 나팔재앙으로 넘어가기 전에 막간 환상을 통해 하느님의 종들에게는 이마에 도장을 찍어서 대환난을 면하게 하고 영화로움을 주시겠다고 약속 하셨다.
■ 선택된 성도들이 누리는 영화 (막간 환상 2)
"그 뒤에 나는 아무도 그 수효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인 군중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모든 나라와 민족과 백성과 언어에서 나온 자들로서 흰 두루마리를 입고 손에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서 옥좌와 어린 양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구원을 주시는 분은 옥좌에 계신 우리 하느님과 어린 양이십니다 하고 외쳤습니다.(계7:9)"
선택된 자의 수가 144,000이 아니라 그 수효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라고 직접 설명해 주고 있다. 선택된 성도들이 누리는 첫 영화는 어린 양 앞에서 종려나무가지를 흔들며 승리의 기쁨의 찬가를 부르는 특권이 있다.
13세기 스페인의 우엘가스 묵시록의 삽화를 보면 십자가를 진 어린 양은 배경에 초록색 십자가 장식 앞에 전신후광을 받으며 서 있다. 그 위에는 네 천사가 찬양하며 아래 부분에는 네 생물이 영광을 드리고 있다. 그리고 상단과 하단에는 선택된 성도들이 금색과 은색의 후광을 드리우고 있는 영광된 모습이며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승리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각 각 7인을 그렸는데 7은 완전 수 이므로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를 나타낸다. 좌우 여섯 칸에 서있는 자들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상징한다.
선택받은 자들이 궁극적으로 천국에서 누릴 영화에 대해 계시록은 이렇게 미리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다시는 주리지도 목마르지도 않을 것이며 태양이나 어떤 뜨거운 열도 그들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요, 옥좌 한가운데 계신 어린 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셔서 그들을 생명의 샘터로 인도하실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실 것입니다.(계7:16-17)"
초대교회 시절은 물론이고 현대에 사는 우리도 주림과 목마름과 눈물을 흘리는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구절이 있기 때문에 계시록을 읽었을 것이며 소망 속에서 위로를 받고 새로운 삶을 다짐할 것이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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