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강정훈 교수] 하늘나라 보좌를 자세히 살펴본 요한은 예수님이 재림하기 전 세상 종말의 시기에 일어날 끔찍한 재난의 징조들을 보고 놀라서 그 내용을 요한계시록에 꼼꼼하게 기록하였다. 대환난의 계시는 일곱 봉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의 재앙으로 성경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러나 평생 성경을 필사하며 연구한 수도사들이 제작한 중세 묵시록의 메뉴스크립트(삽화)를 보면서 읽으면 무었을 상징하는지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일곱 봉인이란 요한이 받은 두루마리 책이 너무나 중요한 비밀이 담긴지라 일곱 군데나 도장(인·印)을 찍고 밀봉(sealed)되어 있는데 첫째 봉인부터 여섯째 봉인까지 하나 씩 뗄 때 마다 각 종 재난이 쏟아진다. 마지막 일곱째 봉인을 뜯으니 다시 더 무서운 일곱 나팔 재앙으로 전환된다. 여기서도 일곱째 나팔이 불면 이제는 환난이 끝날 줄 알았는데 훨씬 강도가 센 일곱 대접의 환난이 중첩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세 단계의 환난이 모두 끝나면 최후의 심판을 위해 주님이 재림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환난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이김으로서 재림하시는 주님을 맞이하여야 한다.
■ 대환난이 시작되면서 나타나는 네 마리의 말
메시아 왕국 전에 있을 대환난의 첫 단계는 일곱 봉인 환난이다. 첫째부터 넷째 봉인을 뗄 때 네 마리의 말이 나타나고 다섯째는 순교자, 여섯째는 우주의 파멸이 일어나는 등 여섯 가지 재난이 요한계시록 제6장에 기록되어 있다.
위 그림은 10세기 헤로나 베아투스 묵시록 주해서에 있는 <묵시록의 네 마리 말>이란 삽화이다. 이 중 우선 어린 양이 첫째 봉인을 떼어낼 때 흰 말이 나타나는 그림 상단 왼쪽 장면부터 보자.
"나는 어린 양이 그 일곱 봉인 중의 하나를 떼시는것을 보았읍니다.그리고 그때에 네 생물 중의 하나가 우뢰 같은 소리로 "나오너라"하고 외치는 음성을 들었읍니다.그리고 보니 흰 말 한 필이 있고 그 위에 탄 사람은 활을 들고 있었읍니다. 그는 승리자로서 월계관을 받아 썼고, 또 더 큰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나아갔읍니다. (계6:1-2)"
흰 말 기사에게 나오라고 소리친 네 생물은 둥근 바퀴를 타고 큰 날개를 가진 사자이다. 흰 말을 탄 기사가 누구인가에 대하여는 그리스도 또는 적그리스도(antichrist)라는 견해도 있었으나 지금은 로마제국의 흰 말을 탄 개선장군 같은 정복자(conqueror)로 해석한다.(NIV 주석) 결국 첫 번째 재난은 나라와 나라가 싸우는 국제전쟁을 의미한다.
둘째 봉인을 떼니 서로 죽이는 큰 칼을 가진 기사가 탄 붉은 말이 나오는데 이 재난은 붉은 피를 흘리는 내란과 혁명을 말한다. 그림에 있는 생물은 사람을 닮은 천사이다.
셋째 봉인을 떼니 저울을 든 기사가 검은 말을 타고 나오는데, "하루 품삯으로 고작 밀 한 되, 아니면 보리 석 되를 살 뿐이다."하고 송아지를 비롯한 네 생물이 노래했다. 한 데나리온은 당시 일꾼의 하루 품삯이었으며 그 돈으로 평상시에는 밀 한 말이나 보리 서 말을 살 수 있는데 겨우 한 되나 석 되를 산다는 노래는 값이 열 배나 폭등하는 기근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봉인을 떼니 이변에는 사망이란 이름을 가진 기사가 탄 청황색 말이 나왔다. 청황색은 시체의 색깔로서 말세에는 페스트보다 더 무서운 전염병과 난치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는 재난이 온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네 번째 생물은 독수리를 그렸다.
■ 다섯째 봉인과 순교자들
다섯째 봉인을 떼니 순교자들의 영혼들이 하늘의 제단 아래서 현세의 심판을 재촉하는 광경이 나타났다.
위의 삽화는 1270년경 영국에서 발행된 두스 묵시록(The Douce Apocalypse)에 실린 삽화인 <다섯째 봉인> 이다. 이 묵시록은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또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제작된 고딕미술의 걸작으로 현재 옥스퍼드의 보들리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삽화에서 보면 하늘나라의 어린 양 그리스도의 제단 위에는 성배가 놓여있고 제단 아래에는 순교자들이 주님께 최후의 심판을 속히 하라고 탄원하고 있다. 말세가 임박하면 교인들에게 로마제국 같은 권력의 박해나 이단의 핍박이 더욱 심해진다는 재난을 보여준다.
■ 여섯째 봉인과 우주적인 파멸
여섯째 봉인을 떼어내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대환난의 절정을 보여준다.
온 땅에 지진이 나며, 해는 캄캄해지고 달은 피같이 된다. 하늘의 별들은 태풍 맞은 과일처럼 떨어져 내리고, 하늘이 반쪽으로 돌돌 말리면서 산과 섬들이 떠밀려 옮겨지는 천지의 이변과 파멸이 일어난다고 요한은 기록하고 있다.
위의 삽화는 12세기 포르투갈에서 제작된 로르바요 베아투스에 실린 <여섯째 봉인>이다. 봉인이 열리자 해가 검어지고 달이 붉게 변한 가운데 하늘의 별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그런 무질서 중에도 활을 든 적그리스도는 흰 두루마리를 입은 성도에게 화살을 날려 순교케 하고 있다.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대환난의 첫 단계에 일어날 국제 전쟁, 난리, 기근 . 질병, 핍박과 하늘의 이상 등 여섯 가지 재난은 그리스도가 평소에 제자들에게 재림 전의 징조에 대해 말씀하신 복음서의 소묵시록의 내용과 동일함을 발견하게 된다.
"제자들이 선생님,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읍니까?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날 즈음해서 어떤 징조가 나타나겠읍니까?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한 민족이 일어나 딴 민족을 치고 한 나라가 일어나 딴 나라를 칠 것이며 곳곳에 무서운 지진이 일어나고 또 기근과 전염병도 휩쓸 것이며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굉장한 징조들이 나타날 것이다. "(룩21:7-11)
요한은 소묵시록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바와 똑같은 말세의 징조를 환상으로 재확인하여 기록한 것이므로 주님 재림 전의 대환난은 의심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주님은 한편으로 교회와 우리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거두지는 않는다. 위의 삽화 아래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혼란 속에서도 어린 양이 보낸 천사가 나타나 선택된 자들과 나무를 보호하고 격려하는 장면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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