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리의 모범이시며 해방자이신 예수 강조

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에큐메니칼 신학은 그리스도를 가난한 자들 편에 선 분으로 이해하며, 가난한 자들의 해방을 위해 일하시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해방운동에 동참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강조는 자연히 교회로 하여금 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신자들의 윤리적 차원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에큐메니칼의 그리스도 이해는 예수의 모범을 교회 내로 한정시킬 수 있는 전통적인 신학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즉 전통적인 신학을 물려받은 기독교인들 중에서는 개인의 영성만을 추구하고 그 자신의 세계에 몰입함으로써 교회 공동체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더 나아가 자신과 다른 이질적 영성에 대해서는 배타성을 지니는 신비주의적 기독교인이 생겨날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또 그리스도의 모범을 교회 내로 제한함으로써 교회와 세상의 이원적인 삶을 추구하는 기독교인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막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 인류를 위한 구원자 예수가 아닌 윤리적 표상으로의 축소 왜곡 가능성

그리스도를 윤리적 모델로 보는 견해는 자칫 예수를 윤리적 인간으로 전락시키고,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교회의 특수성을 상실하고 교회를 사회지향적인 하나의 윤리 단체로 전락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수의 인성을 강조하고 예수를 하나의 윤리적 모델로 보는 견해는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이 신학은 예수의 인성을 강조하고, 예수에 의해 시작되는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 실현되는 윤리적인 인간 공동체로 정의함으로써 종말론적인 사건 대신 인간에 의해 성취 가능한 어떤 세계 내적인 어떤 것으로 보았다. 예수는 그 나라의 창건자로써 그 일을 위해 이 세상에서 맡은 바 사명을 성취하셨다고 믿어지면서,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윤리적 책임을 완수하고 그 나라를 위해 결속한 인간의 원형으로 이해되었다. 에큐메니칼 그리스도 이해는 이와 같은 이해와 다소 흡사한 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그리스도 이해는 인간의 모든 죄를 대속한 구원자로서의 그리스도 대신 윤리적 표상으로써의 역사적 인물 예수를 강조하면서, 예수는 도덕적인 표본이 될 뿐 신앙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3. 예수의 상대화로 인한 선교 동력 약화 가능성

예수를 하나의 윤리적 표상으로 축소 왜곡하는 경향은 예수께서 인류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 인류를 구원하셨다는 기독교의 기본 진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하여 보쉬는 “하나님의 나라가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그 왕은 없었다” 라고 평가하면서, “구원의 윤리적인 해석은 예수님의 지상적인 삶과 사역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론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다” 라고 지적한다. 그렇다. 예수가 단지 하나의 윤리적 표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윤리적 표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이 있으므로 기독교는 절대성을 상실하게 되고, 많은 윤리적 표상 가운데 한 분에 지나지 않는 예수를 전하여야 하는 기독교의 선교는 자연히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며 자연히 교회는 자연히 감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한계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4. 종합

에큐메니칼 그리스도 이해는 전통적인 그리스도 이해의 한계점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긍정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구원의 범위를 확장하고, 가난한 자들과의 연대성을 강화하고, 세상에로의 참여를 강화하고, 교회의 윤리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글들과 이 글을 종합하여 볼 때 에큐메니칼의 그리스도 이해는 몇 가지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심각한 한계점도 드러내 보인다. 즉 구원의 범위를 확장하면서 구원 개념의 불명확성을 가져올 수 있고, 기독교의 구원을 막시스트나 인권운동가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축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는 그리스도를 강조하다가 자칫 온 인류를 위한 그리스도의 구원 범위를 축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세상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면서 세상의 구원 필요성을 축소시킬 수 있고, 윤리성을 강조하다가 예수를 많은 윤리 모델 교사 중 하나로 전락시키고, 교회를 하나의 사회 윤리 단체로 약화시킬 수 있는 소지도 있는 것이다. 에큐메니칼 진영은 이러한 한계점을 잘 인식하면서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승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