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연방 당국이 기독교인을 신성모독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신성모독법 위반 혐의를 파키스탄에서는 사형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문제의 기독교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온 게시물과 관련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파키스탄 연방수사국(FIA) 요원들은 지난 17일 라호르 무갈푸라 지역 철도 관사(Railway Quarters)에 거주하는 24세 기독교인 아르살란 길(Arsalan Gill)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청소부로 일하고 퇴근하던 중이었다고 그의 형제 술레만 길(Suleman Gill)이 전했다.
CDI는 가난한 가톨릭 신자 가정이었던 길의 가족은 FIA 관계자로부터 아들이 페이스북 그룹에서 신성모독적인 콘텐츠를 공유한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으며 FIA 관계자들은 가족이 아들을 만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 날 가까스로 면회한 가족들에게 아르살란 길은 “어떤 사람이 나도 모르게 페이스북의 두 그룹에 나를 추가했으며, 그곳에 어떤 콘텐츠가 올라왔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고 그의 형이 밝혔다.
FIA는 아르살란 길을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의 여러 조항, 특히 사형을 의무화하는 295-C조항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2016년 파키스탄 전자범죄법 11조에 따라 기소했는데, 이는 종교적·인종적 증오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를 온라인에서 유포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법률이다.
CDI는 인권운동가들이 아르실란 길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운영하는 ‘블래스퍼미 비즈니스 그룹’(blasphemy business group)의 희생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국가인권위원회(NCHR)와 펀자브 경찰 특수부(Special Branch of Punjab Police)에 따르면, 이 그룹은 온라인 함정 수법을 이용해 수백 명의 기독교인을 포함한 무고한 사람들을 신성모독 혐의로 몰아왔다.
라자르 알라 라카(Lazar Allah Rakha) 변호사는 “FIA 사이버범죄팀의 반신성모독 그룹이 이슬람 극단주의 변호사 및 활동가들과 공모해 무고한 젊은이들을 신성모독 혐의로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은 돈을 갈취하거나 신성모독법을 악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CDI는 피해자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술레만 길은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이고, 나와 아르살란은 청소부로 일했다”며 “가족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벅차다. 법적 대응을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하며 기독교 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CDI는 해당 사건이 최근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된 400여 명의 사례 중 하나로,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일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은 FIA와 이슬람 성직자들이 공모해 다수의 무고한 시민을 신성모독 혐의로 몰아넣었다는 의혹을 조사할 4인 위원회 구성을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전직 고등법원 또는 대법원 판사, FIA 고위 간부, 종교 학자, IT 전문가로 구성될 예정이다.
지난 3월 21일 열린 재판에서 이자즈 이샤크 칸(Ejaz Ishaq Khan) 판사는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느리고 불완전하다고 질책했다. 그는 “수백 명의 생명이 걸린 사안인데도 정부가 거의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재판부는 내각이 조속히 조사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신성모독 사건과 관련된 법정 심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라고 명령했다. 칸 판사는 “이 사건은 대중의 관심이 높은 문제다. 법정 안은 만원이었고, 법정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고 설명하며 즉각적인 온라인 중계 준비를 명령했다.
CDI는 이 사건이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법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으며, 무고한 기독교인들이 그 희생양이 되고 있는지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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