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한복음 16:33)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여기서 세상은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 모든 대적자들과 사단의 무리 및 그 세력을 가리킨다(12:31, 14:30). 예수가 싸우는 대상은 전자의 의미를 지닌 세상의 통치자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정치적 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니카오)는 영적 승리를 나타내는데 사용되었다(요일 2:13).
현대는 인간성이 말살되고 모든 것이 돈으로 교환될 수 있는 것, 곧 인간 자체가 상품이 되고 말았다. 현대는 인간성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이다.
입센(Henrik Ibsen, 1828-1906)의 <인형의 집>(Efdukkejenn, 1878)은 여성의 인간적 자각을 이끌었다. 주인공 노라는 변호사의 아내, 세 아이의 어머니다. 남편 헬메르는 노라를 “종달새” 또는 “다람쥐”라고 불렀다. ‘애완(愛玩) 인간(人間)’인 셈이다. 헬메르는 은행장이 되었다. 연극은 이 남편의 출세가 정해진 크리스마스를 앞둔 즐거움이 넘치는 가정을 무대로 펼쳐진다.
노라 부부는 예전에 가난하였고 더구나 남편은 병약(病弱)하였다. 전지(轉地)요양이 필요하였다. 노라는 남편의 요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리대금업자에게서 남편 모르게 빚을 얻었다. 차용증에는 노라의 아버지 서명을 위조하였다.
지금 남편의 은행에 근무하는 고리대금업자는 구조조정으로 해고 대상자였다. 그는 위조 차용증을 내밀며 노라에게 해고 당하지 않게 하라고 협박하였다. 한편 아무 것도 모르는 헬메르는 대화를 청하는 그를 만나려 하지도 않고 구조조정을 진행시킨다.
그 남자는 편지로 노라의 남편에게 일체를 밝힌다. 아내의 불명예, 더 나아가서 자기의 실각(失脚), 남편 헬메르는 거의 미쳐버려 노라를 꾸짖는다. 다행히 남자는 자기의 유익을 위하여 차용증을 우편으로 헬메르에게 보낸다. “이제 살았다. 노라, 이제 살았어” 하고 남편 헬메르는 손바닥을 뒤집듯이 기뻐한다.
노라는, 결국 자기는 남편의 노리개 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현재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는 남성들의 전제적(專制的)인 사회라는 것을 깨닫고, 남편과 세 아이를 버리고 ‘인형의 집’에서 뛰쳐 나간다.
헬메르 : “당신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 말이요.”
노라 : “저는 종교가 무엇인지 똑바로는 알지 못해요.”
헬메르 :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노라 : “나는 견진성사(堅振聖事)를 받을 때에 한센 목사에게서 하시던 말씀밖에는 종교에 관하여 더 이상 알지 못해요.”
집을 뛰쳐나가는 아내 노라에게 남편 헬메르는 새삼 종교를 들먹인다. “그렇지만 종교가 당신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 주지 못한다면, 그 때는 적어도 내가 당신의 양심을 흔들어 줄 테다. 도덕적 감정은가지고 있을 것이니까 말이야.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대답해보아요! 그것조차 없단 말인가?”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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