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누가복음 22:44).

땀은 죄와 함께 생겨났고 저주의 내용이었다(창 3:19).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죄와 저주를 지셨을 때, 그는 슬픔의 땀을 흘리게 되셨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의 얼굴에 흐르는 땀으로” 그의 떡을 먹게 되었고 그는 우리에게 닥칠 모든 시험을 속량 하시고 갚아 주셨다. 피는 제물(祭物)이요, 순교(殉敎)다. 주 예수께서 자신을 제물로 드리셨다.

‘사람의 아들’인 예수의 참 모습은 십자가를 앞둔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에 잘 나타나 있다. 때문에작가들은 겟세마네의 기도를 즐겨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만강(晩岡) 황순원(黃順元, 1915-2000)의 <그>(1952)는 그 중 하나이다.

황순원의 넷째 창작집 <곡예사(曲藝師)>(1952)에 실려 있는 <그>는 200자원고지 10매 분량의 소품(小品)이다. 그러나 소설이면서 서정(抒情) 면에서는 오히려 장편소설을 능가(凌駕)하는 까닭은, 황순원이 시인인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의 구성(構成)에서 4분의 3은 서정적인 묘사이고, 나머지 4분의 1가량 되는 분량이 서사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는 아직 달이 없었다. 나아왔나이다 당신 앞에 나아왔나이다. 그 맵고 쓰라린 짐을 지러나아와 엎디었나이다. 인자(人子)는 아나이다. 이 맵고 쓰라린 짐이 오늘에 비롯된 것이 아니옴을 인자는 아나이다. 아바지시여 아바지시여, 오늘의 이 맵고 쓰라린 짐을 면할 길은 없겠나이까?

“베드로 일행이있는 데로 내려온다, 어느새 그들은 잠이 들어 있다. 오늘밤만은 나를 위해 같이 기도를 올려줄 수 없느냐…… 그러나 그냥 두어라, 역시이 괴로움은 나 혼자만이 져야 할 짐인 것 같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가 첫 번째 기도한 장면이다. 예수의 서정적인 독백에 이어 서사적인 행동이 묘사된다. 두 번째, 세 번째 기도 장면도 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

-다시 나아왔나이다. 그 맵고 쓰라린 짐 지러 다시 나아와 엎디었나이다. 오늘 밤 인자가 이렇듯 땅에 이마를 비비며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이오니까?…… 괴롭나이다 이 괴로움을 잠시 면할 길은 없겠나이까?

“베드로 일행이 있는 데로 다시 내려온다. 그냥들 잠이 들었다. 가련한 양들아, 좀들 일어나 나를 위해 같이 기도를 올려줄 수 없느냐. 실로 혼자서는 견디기 어렵고나. 그러나 그냥 두어라…… 역시 이 괴로움은 나 혼자만이 져야 할 짐인 것이다.”

-또 다시 나아왔나이다. 그 맵고 쓰라린 짐 지러 또 다시 나아와 엎디었나이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의 뜻이오면 어서 짐을 지워주소서. 해골의 고장 골고다로 갈 시간이 되었나이다.

“베드로 일행은그냥 잠이 들었다. 목자 잃은 양들아, 시몬아, 요한아, 야곱아, 그만들 일어나거라. 때가 이르렀다……”

주께서 피땀 흘려 기도하신 이유는 ① 모범론(模範論)-예수께서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신 것 ② 경험론(經驗論)-친히 육신을 입고 밤새워 기도하신 것 ③ 대속론(代贖論)-우리 인류의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기도하신 것을 의미한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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