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27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한 권한대행 탄핵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탄핵소추 정족수가 151명인지 200명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내린 정치적 의결이란 점에서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의 한 권한대행 탄핵은 뚜렷한 위헌 위법 행위의 사유를 찾을 수 없다. 민주당 측에선 ‘내란 잔당’을 소탕한 것이란 말까지 하는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책임 선상에 있다면 권한대행이 되기 전 총리 때 탄핵을 하든가 권한대행이 된 즉시 했어야 맞다.
탄핵 정족수 문제도 논란거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가결 정족수 논란에 “쳇GPT에게 물어보니 151명이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야당 대표가 헌법 해석을 쳇GPT에게 물어 결론을 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권한대행 탄핵은 야당이 고의로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게 탄핵의 사유인데 결국 야당 대표의 조기 대선을 막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차원이 아닌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모두 29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그중 13건을 일방 통과시켰으나 대부분 헌재에 의해 기각됐다. 법무부장관의 경우 탄핵 사유에 야당대표를 노려봤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걸 보면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이는 국회의 권한 남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정치적 공격으로 단순화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탄핵 정국의 혼란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안정시키는데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국정 혼란을 틈타 법치를 뒤흔드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훗날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비상계엄 때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모두가 탄핵 대상”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에 동의하지 않는 권한대행은 계속해서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권한대행 의 탄핵으로 대행의 대행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접 겨냥한 건데 그 위협이 통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물불을 안 가리고 탄핵을 남발하는 데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을 무조건 앞당기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이 최대한 이른 시일에 파면돼야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책임이 야당에 있다. 민주당은 임기가 끝난 3명의 헌법 재판관에 대한 추천을 하지 않고 질질 끌어 왔다. 감사원장, 방통위원장 등을 줄줄이 탄핵하며 헌재의 무력화를 내심 노렸던 민주당이 지금 헌재 6인 체제로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인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갑자기 재판관 3인 임명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동안 말을 아끼던 교계에서 쓴 소리가 나왔다. 한기총은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0월 국회 선출 몫인 재판관 3명이 퇴임하기 전에 국회가 추천하고 임명절차를 마무리했으면, 이런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동안 거대 야당은 국무위원, 검사, 감사원장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데 몰두하다가,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고 파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일을 억지로 껴 맞추고, 거기에 부합되지 않으면 탄핵으로 협박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헌재가 정상적이라면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에 동의하지 않은 걸 탄핵의 정당한 사유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사실상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드는 현실에서 헌재가 정치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법과 원칙을 지켜낼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민주당의 말 대로 권한대행의 대행, 대행의 대행의 대행 등 앞으로 남은 국무위원들 모두를 줄줄이 탄핵한다고 치자. 그렇게 국무위원 4명만 탄핵하면 국무회의는 의사정족수 11명에 미달돼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건 곧 대한민국 국정이 완전히 마비되는 걸 뜻한다.
국정이 마비 상황에서 민주당이 노리는 건 자기들이 국회에서 통과시킨 모든 법률이 거부권 없이 그대로 공포되는 것일 수 있다. 이게 현실이 되면 그야말로 민주당 일당 독재 체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죄’로 탄핵소추한 야당이 그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국정 혼란을 계속 부추기다간 그 책임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의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면서까지 눈앞의 목적에 매몰된다면 헌재가 아닌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이 심판의 칼을 들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계엄령이 불러온 탄핵 정국의 혼란을 진정시키는데 힘을 모아야 할 입법부가 어렵게 쌓아올린 의회민주주의의 공든 탑을 허무는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이로 인해 국정이 혼돈에 빠지고 경제·안보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탄핵 정국이 불러온 안보와 경제적 타격, 대외신인도 하락의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 2024년이 저무는 이때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한국교회가 가야할 길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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