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동성애대책통합위원회에 속한 단체들이 ‘녹색신학’의 범신론적 사상을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달 30~31일 서울 광림교회에서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제36회 행정총회 자료집에 들어있는 이른바 ‘녹색신학’에 자연을 인격화, 신격화 하는 등 범신론적 이단성 요소가 가득하다며 이를 총회 성찬식 교독문 등에 실은 교단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감리교회바로세우기연대(감바연), 감리회거룩성회복협의회, 웨슬리안성결운동본부 등이 지난 7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감리교회 총회의 성찬식 교독문(7쪽) ‘죄의 고백’ 가운데 ‘더불어 살라고 하신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한 부분에 ‘더불어 산다’는 표현은 자연을 인간의 동등한 형제처럼 인격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자연과 환경 교독문은 ‘창조’, ‘고통받는 피조물’, ‘천국’ 순으로 관련 말씀을 정렬했는데 이것은 ‘하나님이 아름답게 만드신 자연이 파괴되었으니 자연보호를 통해 창조의 원형으로 복원하자’는 취지로 보이나 깨어진 창조, 고통 받는 피조물, 상실된 천국의 원인은 자연보호가 아니라 인간의 ‘죄’ 때문”이라고 했다. 주장의 요지는 인간의 죄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는데 인간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함으로써 복음의 본질과 의미 대신 ‘자연보호’라는 명제를 작위적으로 나열했다는 것이다.

자료집 13쪽에 2회에 걸쳐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하나님은 ‘창조주’로서 가장 상위의 존재이며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존재다. 모든 우주 만물은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심으로 인간을 위해 창조하신 것”이라며 ‘창조질서’에 대한 개념 왜곡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자료집에 들어있는 신학 사상에 대해 “창조질서를 보전하기는커녕, 자연에 지나친 위상을 부여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녹색신학’이 범신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이들은 지적한 문제에 대해 기감 총회와 각 연회가 교리교육과 신학교육 등 재교육 과정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이단적 사상들이 틈을 타지 못하도록 바로 세워나갈 것을 촉구했다.

‘녹색연회·총회’에 대한 교단 내 반발 여론은 지난 4월 첫 주에 일제히 시작한 각 연회에서 일찌감치 감지됐다. 교단이 올해 연회를 소위 ‘녹색연회(Green Conference)’로 구상한 게 발단이다.

기감이 올 연회와 총회 앞에 ‘녹색’이란 단어를 붙인 취지는 국제사회의 2050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에 교단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데 1차 목표가 있다. 이를 계기로 탄소중립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교단적 성과를 내겠다는 뜻이다.

기감은 이를 위해 지난 2021년 10월 제35회 총회에서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설치를 전격 결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2023년 10월에 열린 장정개정위원회 소위에서 위원회 설치 법안이 부결되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후 환경선교위원회가 감독회의에 ‘위원회’ 설치와 ‘녹색연회·총회’ 개최안을 건의하면서 11월 감독회의와 12월 총회 실행부위원회에서 겨우 통과돼 시행에 들어갔다.

교단이 ‘녹색총회·연회’를 계획하게 된 건 문재인 정부에서 국제사회와 합의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에 교단적으로 일조하려는 데 있다. 탄소 중립이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서 순수하게 배출되는 양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사회 각 분야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다.

당시 예장 통합 등 주요 교단들도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정부의 목표에 보조를 맞추는 노력을 기울였다. 기감 또한 그런 노력에 동참한 교단들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 실천방안으로 에너지 소비와 일회용품 사용, 잔반 등을 줄이고(Reduce), 예배 장식과 행사용품에 일회성 물품 대신 재생에너지와 재생제품 사용을 지향하는 (Reuse)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시행과정에서 실천방안에 포함된 신학적 표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교단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피조물과 동행 평화를 이루며 창조질서를 보전한다는 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기본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녹색신학’은 체계화된 신학의 줄기라기보다는 그리스도인의 자연 친화적 삶을 목표로 설정한 일종의 지침 성격에 가깝다. 하나님의 창조질서 보전적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안에 들어있는 반성경적이고 반기독교적인 요소들이다.

기감 내 동성애 반대 단체들이 집단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선 데는 또 다른 배경도 있어 보인다. 인천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해 교단에서 출교 처분을 받은 이동환 씨를 옹호하는 그룹에 의해 이런 문서들이 만들어져 교단에 배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감은 지난 행정총회에서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그러자 곧바로 교단의 결의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내부에서 나왔다. 감바연 등 단체들은 이들이 ‘퀴어신학’ 뿐만 아니라 ‘녹색신학’을 주창하는 이들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기감은 이번 행정 총회에서 ‘퀴어신학’을 이단으로 규정하면서도 ‘차별금지법’ 옹호 논란을 빚은 NCCK는 탈퇴하지 않기로 했다. ‘퀴어’를 옹호하는 신학적 관점에 경종을 울리면서도 친 동성애적 행보를 해온 NCCK에서 차마 발을 빼지는 못한 것이다. 이런 기감 총회의 결정이 교단에 운신의 폭을 넓혀줄지, 좁힐지는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녹색신학’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교단 내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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