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사회학회가 2024년 연레학술대회를 ‘종교 이후의 종교’라는 주제로 8일 오후 서강대학교 정하상관에서 개최했다.
학술대회는 3가지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종교 내부 변화’, ‘자연, 기술과 종교’, ‘종교 문화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1세션에서 박수호 교수(중앙승가대학교)가 ‘탈종교시대를 마주하는 불교계의 대응: 갈래짓기와 전망하기’, 최영균 교수(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가 ‘탈종교시대 시노드적 가톨리시즘의 상상력’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어 이정철 교수(국민대학교)가 ‘탈종교화 시대와 기독교: 가나안 교인과 중층신앙’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탈제도교회 개신교 신자들은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고 201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에 등록이 되어있지 않거나 아니면 등록되어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출석을 거의 하지 않는 집단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스스로 개신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이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연구는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된 바 있다. 가나안 성도에 대한 연구는 대체적으로 그들의 규모, 그들이 교회를 떠난 원인, 현재의 삶 등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 가나안 성도란 개신교회의 주목할 만한 현상이므로 개신교 제도교회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그들을 교회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으로 연구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탈종교’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키워드가 되었지만, 탈종교화는 아직 전 세계적인 현상은 아니다. 20세기에는 전세계적인 탈종교 시대에 대한 예측이 있었지만, 아직 종교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세계적으로 종교가 쇠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위치한 환경이 기독교가 쇠티하고 있는 서구의 경험과 담론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도 총체적인 탈종교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인구의 비율은 급격하게 줄고 있고 무종교인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슬람을 포함한 다른 종교의 인구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주요 종교인, 개신교, 천주교, 불교의 인구가 모두 급감하고 있다. 한국 리서치 정기 조사인 ‘여론속의 여론’에서 실시한 종교 인구 현황의 경우 2018년 이후 한국의 종교인 비율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보고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다른 조사에서는 탈종교 현상이 두드러지게 목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나타난 종교인 비율이 53.1%였지만 10년 뒤인 2015년에는 43.9%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며 “이처럼 국가 내 주요 종교들이 모두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은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드물다. 기독교인과 무슬림의 증가가 세계 종교인 증가를 이끌어가고 있는 세계적 추세로 본다면 한국의 탈종교화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인의 감소와 무슬림 인구의 유입이 적은 것을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한국은 불교인 인구마저 줄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탈종교 현상 중 개신교 인구의 감소는 무척 두드러진다. 2015년 인구총주택조사에서 개신교인은 967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2023년 한목협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신교인은 현재 약 196만 명 정도가 감소한 771만 명 정도로 추산되었다. 이러한 교인 감소는 교단을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감소현상은 교회 이탈의 문제가 단순히 신학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이러한 급격한 이탈과 더불어 개신교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소위 ‘가나안 성도’라고 불리는 이들의 증가이다. 가나안 성도란 쉽게 말해 교회에 출석을 하지 않거나 아예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개신교의 정체성은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가나안 성도’라고 불리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한 표현에 교회가 자신들을 규정하고 범주화 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가나안 성도라는 표현 안에 이미 기성교회가 이들을 중심에서 엇나가거나 광야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들로 보는 것 같은 기울어진 시각이 내재되어 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기성 제도교회에 소속되고 얽매이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한 사람들인 만큼 교회 중심적인 표현보다는 ‘탈교회 신자’라는 중립적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한목협은 이러한 탈교회 신자의 비율이 2012년에 비해 약 3배 정도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전체 개신교 인구의 약 30%정도(약 226만 명)에 이르는 숫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교회 신자는 새롭게 나타난 독특한 그룹이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간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탈교회 현상을 먼저 경험한 서구에 등장한 개념들을 이들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 중 유명한 것이 바로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ritual But Not Religious, SBNR)이다. 이 개념은 종종 한국의 탈교회신자들을 설명할 때 연결되어 언급되기도 했다”며 “영국의 종교사회학자 그레이스 데이비는 전후의 영국인들의 종교성은 ‘단순히 세속적이라기 보다는 탈교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영국 기독교인 대부분은 제도교회에 소속되어 실천(예배, 기타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현저히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 개신교의 가나안 성도는 이러한 ‘소속 없는 믿음’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소속 없는 신앙인, 혹은 탈교회 신자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갈 것인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신자들이 교회로 돌아오기보다는 그 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먼저 이들이 다른 종교로 이동할 가능성은 아직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정재영 교수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탈교회 신자들의 90.1%는 ‘앞으로도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제도교회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는 이들 중 절대 다수가 신앙심 유지를 희망하고 있지만,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변수가 있다면 디지털 매체이다. 그것이 어떻게 제도 밖에서 신학과 신념을 재생산하여 제도교회 이탈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상당히 미지수다. 하지만 그런 변수를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유럽의 탈교회화는 이들의 기독교에 대한 충성심이나 헌신된 신앙은 시간이 지나며 감소하고 기독교는 문화화된 형태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는 그 역사가 유럽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리고 그만큼 기독교가 갖는 사회문화적 위치가 다르고 역사적 경험의 깊이가 다르다. 이러한 맥락에 놓인 한국 탈교회 신자들의 문화화된 기독교는 유럽인들의 것과 속도와 질적인 면에서 결코 같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탈교회 신자들이 놓인 맥락이란 무엇일까? 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한반도의 오랜 시간 동안 내려져온 다종교적 문화와 그로 인해 형성된 중층 신앙적 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종교인 비율은 가장 높았을 때도 현재의 유럽과 미국의 종교인 비율보다 훨씬 적었다. 지금은 한국의 종교사회는 종교인구가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에 대해 증대하게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 종교인구 50% 이상은 겨우 2000년대에 들어서 잠시 일어난 일이다. 탈교회 신자들이 굳이 개신교를 떠나더라도 타종교나 여타 진리나 영성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한국의 중층신앙적 모습을 닮았다. 중층신앙은 중대한 필요와 상황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또 다른 제도로의 이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탈종교 현상은 매우 독특한 것임에 틀림없다. 동양의 종교와 서양의 종교가 대등히 공존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이제는 동양의 종교와 서양의 종교가 모두 쇠퇴한다는 당황스러움으로 변했다. 이때 개신교에서 등장한 탈교회 신자들은 한국사회에서 제도 종교의 한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될지 모른다”고 했다.
한편, 학술대회는 이어 2세션에서 유기쁨 교수(서울대학교)가 ‘대답하는 자: 생태위기아 애니미즘의 소환’, 이강원 교수(인천대학교)가 ‘신화 물리학적 순간: 일본 기술과학 현장에서 애니미즘의 실천’, 3세션에서 서도원 교수(연세대학교)가 ‘사회적 의례로의 한국형 오컬트’, 심형준 교수(서울대학교)가 ‘종교 이후의 종교문화 – 인지종교학의 관점으로 본 제도 종교의 몰락’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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