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 목회자들과 설교 위한 성경주석 모임
“특별한 예화 없이 성경본문만 갖고도 설교 가능”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 19일 서울 중앙성결교회에서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을 개최했다. ©김진영 기자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사장 김지철 목사, 원장 박영호 목사)이 19일 서울 중앙성결교회에서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을 개최했다.

프로페짜이(Prophezei)는 설교를 위한 말씀 나눔 소그룹으로, 주최 측에 따르면 종교개혁자 츠빙글리가 스위스 취리히 그로스뮌스터교회의 목회자로 부임한 후, 1520년 여름부터 동료 목회자들과 설교를 위한 성경주석을 시작한 것이 효시였다.

1523년부터는 이러한 성경주석 작업이 학교 형태(훗날 취리히대학교로 발전)로 점점 발전했다. 이후 1525년 6월 19일, 그로스뮌스터교회 예배당의 제단이 있던 자리에서 프로페짜이 모임을 정식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이사장인 김지철 목사는 이날 포럼 인사말에서 그가 독일에서 유학할 당시 지도 교수의 조언에 따라 바울서신의 본문을 읽고 또 읽었다며 “그 과정 가운데서 저는 성경본문을 진실로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본문의 한 단어 한 단어, 그리고 한 문장 한 문장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뜻이 담겨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또한 바울 당시의 교회와 사회가 지닌 삶의 상황이 오늘날 우리 교회와 사회의 상황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바울이 증거한 복음은 오늘 내게도 동일한 복음임을 알게 되었고, 우리의 교회에도 동일하게 능력으로 다가오는 복음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이해하면서 저는 설교자로서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그것은 설교 가운데 특별한 예화나 주변잡기에 대한 언급 없이도 단지 정해진 성경본문만을 갖고도 한 편의 설교를 만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고 했다.

목회자 수준이 교회 수준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16세기 성서연구모임, 목회자들 설교훈련의 장
시찰회, 성서연구 모임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
박경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날 포럼은 크게 강연과 간증, 트랙별 모임, 프로페짜이 실습 순서로 진행됐다. 박경수 교수(장신대 역사신학)와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 담임)가 강연했고, 김경석 목사(서울강서침례교회 담임)와 하대중 목사(울산섬김의교회 담임)가 프로페짜이를 경험한 간증을 전했다. 또 김영봉 목사(와싱톤사귐의교회 담임)는 ‘목회자의 묵상과 설교’에 대해 발표했다.

‘프로페짜이의 역사’에 대해 강연한 박경수 교수는 “프로페짜이는 예언이라는 뜻이다. 예언은 하나님이 맡겨놓으신 기록된 말씀, 곧 성경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프로페짜이는 개혁교회가 확산되는 곳마다, 그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성경 모임의 중심이 되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이 개혁교회의 중요한 원칙이다. 목회자는 그 성경을 전달하는 도구”라며 “한국교회의 위기는 목회자의 위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목회자의 수준은 곧 그 교회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16세기 제네바 교회의 목회자 선발과 훈련에 해대 설명했다. 그는 “교회의 존재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직분이 목사직이기 때문에 어떤 목회자를 어떻게 선발해야 할 것인지는 이제 막 시작한 제네바 프로테스탄트 교회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고 했다.

박 교수는 “칼뱅이 1541년 제네바로 들어오면서 제네바 의회에 제시한 ‘교회법령’은 교회의 네 가지 직분, 즉 목사, 교사, 장로, 집사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칼뱅은 목회자의 자격 조건으로 건전한 교리를 믿는 것과 거룩한 생활을 꼽는다”고 했다.

‘목회자 훈련’에 대해서는 ‘성서연구모임’(congregation)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16세기 제네바에서 실시됐던 성서연구모임은 일종의 목회자 훈련과 재교육 제도였다”며 “이 모임은 사실상 취리히의 프로페짜이와 일정 정도 연속성을 가진다. 츠빙글리가 취리히의 종교개혁을 추진하면서 1525년 6월에 시작된 프로페짜이는 기본적으로 성서연구모임이었다. 취리히의 목회자들은 일주일에 다섯 차례나 모여 원어로 성서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프로페짜이를 통해 개혁교회 전통에서 말씀의 중심성을 분명하게 표명했고, 목회자들의 교육과 동질성 확보의 기회로 삼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성서연구모임은 목회자들의 설교훈련의 장이었다. 이 모임에서 논의된 성서구절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논평들은 곧바로 목회자들의 설교 자료가 됐다”며 “동시에 성서연구모임은 제네바의 목사들이 적어도 성서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동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따라서 제네바 목사들의 설교도 공동체적 성격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그는 “뿐만 아니라 성서연구모임은 자연스럽게 목회자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가 되었다”며 “이 모임을 통해 목회자 후보생들이 목사로서 적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교회의 시찰회 모임을 성서연구, 기도, 독서, 상호 권면의 기능을 하는 모임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시찰회는 지역 단위로 구성되기 때문에 교회들이 해당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연대해 활동할 수 있는 계기도 자연스레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총회와 신학교도 함께 연대해 현장 목회자들이 일정 시간 동안 목회한 후에는 반드시 재충전과 계속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예를 들면 목회자가 6년을 목회한 후에는 자신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가까운 지역 신학교에서 1학기 동안 할 수 있도록 후원하며, 다른 목회자들과 목회경험을 나누면서 자신의 목회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프로페짜이는 한 주에 한 번, 월 혹은 화요일에
결론 내려 애쓰지 말고,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
박영호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박 교수의 강연 후에는 박영호 목사가 포로페짜이의 실제에 대해 강연했다. 이 모임을 목회에 적용하며 큰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는 그는 “프로페짜이나 성서연구모임이 없었다면 종교개혁이 확산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와 같은 모임들이 개혁교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소중한 DNA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프로페짜이 모임은 가능하면 한 주에 한 번 갖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모임은 주일 설교를 앞두고 있는 월요일, 화요일이 좋다”며 “모임은 한 그룹이 일년 동안 지속할 수도 있고, 3개월 정도의 기간을 정해서 하거나, 특정 주제를 설교하는 동안 같이 할 수도 있다. 사전에 그룹원들과 소통해서 기한을 정한 후 시작하면 된다. 정한 기한이 끝난 이후에도 그룹을 계속 지속할 수 있으며, 다른 그룹에 속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모임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좋고, 인원은 5~10명을 제안했다. 박 목사는 진행을 위해 “서로 믿을 수 있고 허물없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본문은 참여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본문에 대해 1~2명은 더 깊은 묵상을 하고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통된 자료가 있을 경우 함께 읽고 참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결론은 각자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서로의 의견을 비판하지 말고,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확장해가면서 더 깊이 본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말씀을 나누면서 영적 우정이 쌓여 간다. 하나님 나라를 함께 세워가는 우리는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며 “외로울 때 서로에게 기댈 수 있고, 유혹을 받을 때 동역자를 생각하며 이길 수 있다. 목회에서 만나는 도전을 나눌 수 있고, 힘든 결정을 할 때 지혜를 얻는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의 임재를 체험한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프로페짜이에 대한 목회자들의 간증과 트랙별 모임이 이어졌다. 이날 포럼은 참석자들이 프로페짜이를 실습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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