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라는 용어는 60년대까지 없었다. 그 이전에는 성전환증(transsexualism)이라 불리었다. 성전환증은 20세기 초 성학자 Magnus Hirschfelt가 제안하였던 것이다.
성전환증은 1952년 미국 정신의학회가 처음으로 DSM을 만들 때 병명으로 등재되지 않았다. 필자가 1965년 본과 2학년 때 정신의학 교육을 받을 때 사용하던 1963년 판 정신의학교과서 Modern Clinical Psychiatry에는 소시오패스 성격장애(Sociopathic Personaity Disturbances)라는 범주내에 성적 도착증이 있었고 그 안에 동성애와 이성복장도착증(transvestism)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성전환증은 이성복장도착증으로 이해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성복장도착증은 성행위를 할 때 이성복장을 해야 성적 만족을 느끼는 도착증이다. 따라서 이는 현재 우리가 말하는 젠더장애가 아니다. 이는 여하튼 당시는 동성애와 이성복장도착증의 증상 이면에 근본적으로 인격장애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들은 통상적으로 성적 씨이코패스(sexual psychopath), 도착증적 성적 비행(deviate sex delinquent) 등으로도 불리었다.
당시 모든 성적 도착증의 원인은, 정신분석에 영향을 받아, 인격발달이 미숙한 때문으로 보았다. 즉 정신성발달이 느리거나 중단된 상태에서, 성에 관련된 감정적 및 본능적 성숙이 지연된 결과 전체 인격과 조화되지 못한 상태였다고 보았다. 정신분석적으로 유아성욕이 재현된 상태로서 성숙한 이성애적 섹스에 실패하는 것이다.
한편 60년대 머니 교수의 실험이 90년대에 이르러 허위라고 폭로되었다. 그러나 젠더 개념은 이미 유명해져 있었고, 이를 70년대의 서구의 페미니스트들이 받아들였었다.
50-60년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전통적인 남녀불평등과 가부장제 등 남성에 의한 차별에 고통받는 여성이 중요 연구 주제였다. 페미니스트들은 완전한 남녀평등을 위해 신선한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마침 새로이 등장한 “젠더”라는 용어를 전통적인 섹스 대신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60년대 페미니즘은 베티 프리던(Betty Friedan)의 저술 “The Feminine Mystique”에 크게 영향받고 있었다. 그녀는 모성(motherhood)이 남녀평등과 현대사회의 발전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임신과 출산, 양육 같은 여성들의 생물학적 부담은 피임과, 낙태 그리고 레스비어니즘 등에 의해 해방될 수 있다고 보았다.
1969년 페미니스트들은 처음으로 산 디에고 대학에 여성연구라는 과목을 설립하는데 성공하였는데, 이는 바로 페미니즘 연구이자 젠더연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1977년 9월에 국내 최초로 '여성학' 과목이 개설되었다) 이처럼 페미니즘과 젠더는 밀접한 관계에서 발전하였다.
젠더 개념이 널리 알려지면서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등 개념이 확장되었다. 1965년 미국 정신과의사 J. Oliven은 성정체성 문제에 있어, 당시 널리 사용되고 있던 트랜스섹슈얼리즘이 잘못된 개념이라고 하면서, 대신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는 용어를 제안하였다. “트랜스”는 옆으로, 건너편으로, 또는 횡(橫)이라는 의미이다. 트랜스젠더는 출생시 지정된 생물학적 성(sex)과 반대인 젠더정체성을 가지는 사람들이다. 반면 생물학적 성과 자신이 생각하는 젠더가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스젠더(cisgender)라 부르자고 하였다. 이후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 트랜스젠더는 여러 트랜스젠더 형태, 성전환자, 이성복장도착자 등을 아우르는 하나의 통칭(umbrella terms)으로 사용되었다.
트랜스젠더는 성전환증과 어떻게 다른가? 둘 다 자신의 성적 몸이 자신의 젠더정체성과 다르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데, 성전환증은 성전환 시술(호르몬치료나 성전환수술)을 받았거나 고려하는 사람을 말하고, 그런 고려를 하지 않는 경우를 트랜스젠더라 한다.
취미나 재미로 단순히 남장여자나 여장남자의 행동을 하는 것은 트랜스젠더라 부르지 않는다. 이성복장도착증도 단지 이성복장을 해야 성적 만족에 도달할 수 있는 성도착증으로 반드시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1980년대 처음으로 젠더퀴어(genderqueer)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90년대 널리 퍼졌다. 퀴어(queer)라는 단어는 "이상한", "색다른", “낯선”, “"과짜인“ 등의 의미로서 트랜스와 다르다. 이는 젠더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비이원적 젠더(non-binary gender) 정체성이다. 비이원성이란 남성과 여성의 중간에 있거나, 그 이원성의 바깥에 있거나, 젠더가 아예 없거나, 두 개 이상이거나 또는 젠더가 계속 변한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온라인 상에 수많은 젠더퀴어가 제안되어 있으며, 계속 새로운 젠더퀴어가 추가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agender, null-gender, genderless, neutral gender, neutrois, Androgyne, Bigender, Gender expansive, Genderfluid, Gender outlaw, Omnigender, Polygender, pangender, Two Spirit(한몸에 두 영혼) 등. 현재 인터넷에는 다체로운 이름을 가진 수십개 이상의 젠더옵션(gender option)이 등재되고 있다.
한편 ‘제3의 젠더’라는 개념도 등장하였다. 이는 주로 비서구 문화권에서 보고되는 비전형적인 젠더로, 성기가 손상된 사람(고자), 간성,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X-gender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다.
젠더 관련 중요 용어들 중애, 시스젠더는 생물학적 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하는 경우이고, 트랜스젠더는 그 반대인 경우이다. 여자로서 남성 젠더정체성을 가지는 사람을 트랜스남자(transman, female to male, FtM)라 한다. 남자로서 여성 젠더정체성을 가지는 사람을 트랜스여자(transwoman, male to female, MtF)라 한다. 젠더퀴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원적 정체성의 이외의 젠더정체성을 말한다.
젠더불쾌증(gender dysphoria)은 미국 정신의학회가 2013년 개정된 진단분류 DSM-5에 전더정체성장애 대신 포함시킨 것이다. 이는 자신의 몸이 자신의 젠더정체성과 일치하지 않아 기분이 불쾌하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정신이 잘못된 몸에 갇혀 있어 불쾌하다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이는 트랜스젠더나 젠더퀴어가 병명으로 오인되는 것을 피하고자, 증상명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트랜스젠더가 정신장애는 아니지만, 불쾌증을 없애기 위해 젠더확인정신치료 또는 젠더확인 성전환 시술 등을 의료보험으로 해 주기 위함이다.
젠더불일치(gender inconguence)는 2018년 개정된 WHO의 국제질병분류(우리나라의 표준 질병사인분류)의 제11개정판(ICD-11)에 젠더정체성장애 대신 포함시킨 명칭인데, 출생시 지정된 성과 젠더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역시 병명이 아니지만, 병명처럼 만들어 의료보험으로 성전환시술을 해주기 위함이다. 젠더비순응(gender nonconformity) 역시 통상적 젠더정체성에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트랜스젠더는 남성 아니면 이성이라는 점에서 이원적(binary)이라 한다. 시스젠더도 이원적이다. 반면 젠더퀴어는 비이원적(non-binary)이다.
젠더 관련 개념들이 아무리 신기롭고 다채롭고 매력적이라 해도, 자연과학은 물론 기독교의 교훈과 상치된다. 자연 법칙은 하나님의 창조섭리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들은 이런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신어증“(新語症)적 언어의 유희에 현혹되면 안 된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연세카리스가족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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