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숙제를 내면 그것을 복사해 거기다가 직접 피드백을 적어주는 식이었다. 벌써 3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분의 모습과 피드백으로 적어준 내용들이 생생할 정도로 나의 기억 속에 박혀있다. 그때 내용은 주로 격려와 질문이었다. "왜 이렇게 생각하느냐?”가 질문의 요지였는데, 그것은 내가 한번 더 생각해볼 기회를 주신 것이 확실했다.
나는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숙제낸 것을 보고 점수만 매겼지 거기에 대한 피드백은 거의 안 해주었다. 즉 쌍방의 소통 없이 소위 비즈니스로 만나는 식이었다.
이번 학기는 신입생에게 5개월간 리더십으로 가르치게 되는데 매달 책 한 권을 소개해주고 그것을 다루어 보려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케롤(Carol Susan Dweck) 교수가 쓴 ‘mindset’책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고 매주 받아보는 식으로 한달간 진행해왔다.
사실 이 책은 수준이 있는 반면 아프리카 학생들에게는 좀 생소한 것일 수도 있다. 내용은 누구나 다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는 테마이다.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느냐, 아니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느냐에 대한 것이다. 이것으로 한두 번 특강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달간 집중적으로 공부시키는 것은 처음이다. 이 책은 거의 300여 페이지 되는 책이라 학생들이 살 수도 없고, 또 책을 직접 줄 수도 없고 해서 pdf 책으로 보내어서 읽도록 하고 있다. 그중에 어떤 학생들은 책 자체를 가까운 문방구에 가서 프린트하여 바인더로 만들었다고 나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숙제들을 보니 우선 내용은 거의 인지하는 듯 했다. 대개 아프리카 학생들이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거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어 “안된다”는 자포자기식이 되어 있었는데, 새롭게 마음가짐을 갖고 열심히 배워서 긍정적이 되어보겠다는 다짐들이 있었다. 또한 새로운 학문세계를 접하면서 눈을 뜨게 되어 감사하다고도 했다. 새로운 학문에 접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기쁨이 된 것 같았다. 또한 주위를 둘러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얘기, 또 용서를 해야겠다는 얘기 등등은 나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나도 생각지 못한 것을 학생들은 느끼고 배우고 결단한 것 같다.
그러면서 계속적인 나의 피드백을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피드백을 써 준다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번에 새삼 느끼고 있다. 나의 짧은 몇 마디가 그들에게는 큰 위로와 확신과 또 격려가 된다는 것을 더 깊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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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