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회의 성찬식은 종종 슬픔과 무거움의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성찬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삶의 풍요로움을 기리는 특별한 순간일 뿐만 아니라, 그 기쁨이 그리스도인의 일상에 뿌리내릴 수 있는 찬란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이성호 목사(광교장로교회 담임)는 성찬에 대한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이해를 돌아보고 새롭게 성찬의 기쁨을 발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한국 개신교회의 성찬식 분위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성찬이 준비된 탁자는 흰 보자기로 덮여 있고, 성찬 예식을 집례하기 직전에 목사와 장로는 흰 장갑을 낍니다. 마치 장례식장에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성찬 예식 중에 목사가 낭독하는 성경 구절도 거의 대부분 죽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엄숙하고 무겁게 들립니다. 분병과 분잔이 시행되면서 피아노나 오르간 반주는 한층 더 구슬퍼집니다. 성찬식에서 부르는 찬송가도 대개 이렇습니다. ‘갈보리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 ‘주 달려 죽은 십자가 우리가 생각할 때에….’ 얼마 후 떡과 잔을 받은 성도들이 훌쩍이며 슬픈 분위기는 더욱 고조됩니다. 이쯤 되면 나머지 사람들도 왠지 슬퍼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습니다. 눈물을 많이 흘릴수록 은혜를 많이 받은 것만 같습니다”고 했다.
이어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국 교회 성도들은 성찬식을 예수님의 장례식이나 추도예배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뭐가 문제입니까? 성찬식은 분명 주님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예식이 아닌가요?’ 하는 반문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성찬식은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기억하고 선포하는 예식이 맞습니다. 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 168문의 답에서 말하듯 ‘그리스도가 명하신 대로 떡과 포도주를 주고받음으로 그분의 죽으심을 보여주는 신약의 성례’입니다. 문제는 주님의 죽으심을 ‘어떻게’ 이해하고 기념할 것인가 입니다. 더 나아가 성찬의 본질이 과연 주님의 죽음에 국한되는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찬에 관한 이 책을 읽으면서 혹시라도 성찬이 최고의 예배 요소요, 예배 갱신의 전부라는 오해를 하지 않길 바랍니다. 다만 그동안 예배에서 성찬이 소외되었던 문제를 짚어보고 올바른 자리매김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개혁주의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뭐라 해도 설교임을 전제합니다. 성찬은 말씀, 세례, 기도와 더불어 은혜의 수단이지 예배 갱신이나 부흥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성찬을 은혜롭게 시행하려는 동기가 무엇일까요? 성찬으로 예배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여 성도들에게 참신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면, 출발점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아무리 새롭고 참신한 예식도 시간이 지나면 진부해질 수 있습니다. 성찬 예식을 하나의 목회수단으로 보며 새로움을 추구할 게 아니라 성찬 자체가 온전히 은혜의 수단이 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우리가 성찬 속에서 즐기는 식사는 참되지만 완전한 식사는 아닙니다. 참된 식사는 요한계시록이 보여주듯 마지막 날에 성대하게 벌어지는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서 궁극적으로 실현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찬을 통해 소망 가운데서 그 식사의 배부름과 기쁨을 지금 여기에서 미리 맛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찬은 종말론적인 성격을 띱니다. 믿음으로 이 양식을 먹는 사람은 미래의 완전한 식사를 소망하게 되고, 소망 가운데 이 식사를 바라보는 사람은 믿음으로 생명의 양식을 먹게 됩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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