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세계관, 이념에 휩쓸리면 매우 위험
기독 철학은 '지식' 아닌, '지혜'를 구하는 행위
기독 철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열린 사상, 굳어있는 체계 아니야...
한국교회, 세속 문화 도전에 대응 미흡, 문화관 정립 시급해
기독 철학은 세속 철학에 명확한 이해 갖고, 대응해야 돼
한국기독교철학회(대표 김종걸 교수)가 13일 서울시립대학에서 봄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철학’이라는 주제 아래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을 했고, 신국원 교수(총신대 명예교수), 김영한 교수(숭실대 명예교수), 강영안 교수(서강대 명예교수)가 발제했다.
손봉호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세계관은 문화적 산물이다. 모든 문화는 직·간접적으로 종교의 영향을 받는다. 아직도 세계의 지역권을 종교적 영향으로 나누기도 한다”며 “요즘은 문화 전체가 세속화와 탈종교화가 돼서 종교 영향력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교는 여전히 세상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른 어떤 종교도 기독교처럼 당위로서의 세계관을 주장하는 종교는 없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독교는 ‘계시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는 ‘자연종교’이다. 자연에 주어졌고 인간의 본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견됐다”며 “그러나 기독교는 하나님이 계시하셨기에 우리가 따라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적 세계관은 당위적인 요소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독교적 세계관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칼빈의 신학은 세계관의 영역이 강하다. 왜냐면 칼빈이 하나님의 ‘절대주권’ 사상을 그의 기독교의 5대 교리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예를 들어 세속 철학자인 플라톤의 철학 중에도 지혜로운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큼은 그의 지성도 ‘성령의 역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이방의 어떤 것도 다 하나님이 주권 안에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네덜란드의 칼빈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는 ‘이방의 세계도 그리스도의 영역 안에 있다. 그래서 인간의 세계관적 시각도 하나님의 역사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기에 카이퍼의 신학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창조’이다. 다른 신학적 흐름에서는 '타락'과 '십자가'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들은 이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그런데 인간의 내적 갈등이나 죄의 문제만을 너무 강조하면 넓은 시각에서 정치나 사회적 영역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반대로 또 카이퍼는 지나치게 창조적 영역만을 너무 강조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그런데 '당위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세계관도 이념적으로 치우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념이란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영역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 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이다. 우리는 기독교 세계관이 특정 이념에 휘둘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손 교수는 “다른 면에서 철학은 세상을 ‘설명’만 해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을 바꾸는 것이다. 카이퍼는 네덜란드에서 ‘반혁명당’이란 정치 조직을 결성했다. 이것은 그 당시 프랑스혁명의 인본주의적 성격에 대해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카이퍼는 이런 세속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이것은 동기가 그의 정치욕 때문이 아니라, 그 당시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정치철학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퍼는 유럽에 처음으로 사립대를 만들고 노동조합을 개혁하는 등 삶 속에서 그의 세계관을 현실에 이루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좋은 부분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세계관에 이념적 요소가 너무 깊이 들어왔다’고 비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부분이 기독교 세계에서는 용납이 될 수 있지만, 현대의 다원주의적인 세속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며 “네덜란드에서 카이퍼의 반혁명당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기독교 세계관이 현실에서 구현한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세계관 전통이 약한 나라에서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큰 모험”이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 세계관이 이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며 “인류에서 가장 큰 해악을 끼친 것은 ‘이념’이다.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등. 또한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도 마친가지이다. 더불어 이념이 종교와 연결되면 극도로 위험하다”고 했다.
손 교수는 “기독교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이다. 지식을 발견하는 것은 철학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해 온 것은 ‘필로소피아’(지혜의 사랑)가 아니라 ‘필로그노시스’(지식의 사랑)가 아닌가 반성한다”라며 “성경이 말한 바 지혜를 발견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기독교 철학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 철학이 이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계속 비판돼야 한다. 기독교 철학은 성경과 동시에 현실에서 반성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하나님의 사랑의 실천의 명령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왜냐면 세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이 발전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기독교 철학이 연구해야 할 것’으로 “성경과 신학뿐 아니라 세상의 세계관, 더 나아가 ‘한국의 세계관’에 대해서도 더 연구해야 한다”며 “또한, ‘창조-타락-구속’의 3중 구조가 중요하지만, ‘성령의 역사’와 ‘마지막 심판’ 같은 주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념과 세계관이 관계설정을 잘할 필요가 있다. 즉 세계관이 이념의 덫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기독교 철학이 더 나아가 사람들을 더 살피고 사람들을 유익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신국원 교수는 '나의 신앙, 나의 여정'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우리나라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1970년대 민주화 운동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대학생들의 스터디 모임에서 비롯됐다. 보수적인 교회에서 자란 학생들은 독재정치의 현실 아래서 교회의 가르침과 민주화 운동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다”며 “사회정의의 구현과 민주화의 필요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의 인본주의적 이념에 대해서는 괴리와 갈등하며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들에게 제 삶의 길을 볼 눈을 열어준 것이 개혁주의 신앙의 폭넓은 관점”이라며 “개혁주의 신앙에는 복음적 교회가 취약했던 삶과 세계에 대한 실제적 가르침이었다. ‘민주화’라는 정치 현실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신앙은 교회 생활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 대한 가르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문화이론에 대한 2개의 책을 냈다. 첫 번째 책은 한국교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문화에 대해 거의 무비판적인 수용을 한는 것에 대해 우려에서 출발했다. 교회는 문화적인 도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데, 거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에 직면했다”며 “한국 문화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급속히 변했는데, 이런 현실에 대한 바른 문화관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신 교수는 “서양 철학은 처음 복음이 전파될 무렵 이미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기원전 7세기 중반 소아시아의 그리스 식민지에서 발생한 철학은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게 떠오르고 부딪치는 근본적인 질문을 조직적으로 다뤘다”며 “그 문화에 속해있던 그리스도인들도 신앙의 문제를 사고하는데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철학적 사회와 문화 속에서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것과의 대면을 피할 수도 없었다. 기독교는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철학과 결코 편하지 않으나 무시할 수도 없는 특이한 관계”라고 했다.
이어 “철학은 16세기 이후 종교와 완전히 다른 무엇이 됐다. 철학이 급격히 세속화됐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철학은 인간의 이성에 기초를 둔 철저히 인분주의적 학문으로 발전했다”며 “이런 반대를 딛고 기독교 철학을 정립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 신칼빈주의자이다. 그들은 이성의 자율성과 학문의 종교적 중립성이라는 주장을 하나의 신화라고 비판하여 기독교 학문과 기독교 철학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열심과 행동은 강하지만 치밀한 문화 대응 전략이 미흡하다. 기독교가 문화적 영향력을 자꾸 상실하는 것에는 지성의 부재가 중요한 이유”라며 “그래샴 메이천은 ‘열정적 전도와 설교로 작은 전투를 이긴다 해도 사상전쟁에서 패해 불신사상이 지배케 되면 기독교는 무해한 망상 이상으로 대접받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종교개혁 당시, 교회의 목회적 고려에서 비롯된 성상반대론과 르네상스와 18세기, 예술의 개념이 재정립되는 과정에서 태동한 근대미학의 반기독교적 성격도 교회가 미학과 예술을 도외시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며 “예술은 다른 문화적 활동처럼 하나님의 선물인 동시에 소명으로 인식해야 한다. 예술은 사치나 장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예술은 본래 작가가 꿈꾸는 세계를 투영함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일종의 세계관 교육 기구의 역할이 포함됐다. 일종의 선지자적 사명의 역할이며 전통과 보전의 전수를 통해 공동체의 축제에 중심에 서는 제사장적 역할”이라며 “중세가 신학의 시대요 근대가 철학과 과학의 시대였다면 오늘은 미학의 시대”라고 했다.
그는 “이념화 돼 가는 기독교 세계관 담론이 중요 이슈이다. 최근 목회자들의 아브라함 카이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 카이퍼는 ‘기독교 철학자보다 정치인 카이퍼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건이 빠진 기독교 세계관은 득보다 실이 많다. 지난 140년 가까운 한국교회 역사가 가운데 하나님의 축복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교회 안에 기득권적 요소가 많이 보인다. 교회가 세상을 섬기기보다는 다스리려고 한다. 심지어 기독교 철학과 세계관도 이런 요소가 있는 것이 보인다”고 했다.
김영한 교수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기독교 철학'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기독교 철학은 일반철학과 대화해야 한다. 기독교적 관점을 분명하게 정립해야 한다. 신학은 일반철학의 언어로 교리를 표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넓은 의미의 기독교 철학이란, 학문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것은 단순한 고립된 게토적 분과가 아니라 현실의 주인되신 하나님의 주권과 진리와 규범을 보편 이성의 입장에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집단의 이데올로기가 되면 안된다. 성경을 기준으로 끊임없이 열려있고 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영안 교수는 '기독교 철학과 나의 철학 여정'이란 주제로 발표하며 “철학의 고대 전통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철학은 이론이 아니라 오히려 삶과 깊이 연관된 실천이었다. 철학은 ‘삶의 방식’, ‘삶의 기술’로 이해됐다”며 “소크라테스는 완벽한 지식을 찾아 나섰지만 그가 추구한 지식은 ‘지식을 위한 지식’이 아닌, ‘삶을 형성하기 위한 지식’, ‘삶의 행방을 위한 지식’으로 일종의 ‘구원을 위한 지식’이었다”고 했다.
이어 “고대 그리스 철학은 3대 조류, 즉 플라톤의 철학을 계승한 아카데미아 철학, 스토아 학파, 에피쿠로스 학파 모두 ‘삶의 방식’에 관한 철학이었다. 복음이 그리스 세계에 전해지자 이들은 모두 복음의 경쟁자였다”며 “이들의 철학이 이론적 성격을 띤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이 철학을 따라 마치 수도사처럼 살고자 했던 철학자의 삶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들이 삶을 반성하고 삶을 탐구하느라 남겨둔 세 가지 분야인 자연학, 논리학, 윤리학의 저술들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종교개혁시기 기독교 인문학자 에라스무스는 ‘그리스 철학을 따르는 사람들은 그들의 저작을 읽고 작품을 외우고 변화하고 심지어 그것을 위해 죽을 각오도 되어 있는데, 그리스도인이라는 사람들조차 그리스도의 철학을 알려고 하지 않고 무시하는 당시의 현실을 개탄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편, 철학회 신임 회장 침신대 김종걸 교수는 “한국기독교철학회는 1988년 창립 이후 발표 학술지 발표, 2023년 해마다 2회 이상 학술대회 개최 등 성경과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하여 한국교회를 섬기기 위한 노력했다”며 “오늘날 대학사회 위축과 학문적 노력의 어려움 등, 이것이 막중한 부담이지만 큰 영광으로 이전 회장님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3가지 사안 ‘시대와 소통하는 기독교 철학 주제’, ‘학술지 기독교 신학과 세계관에 부합’, ‘양적, 질적으로 수준 높은 학회가 되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