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거리 2m, 아이들을 지켰는가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오는 15일(화) 오후 3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코로나19와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국제포럼 ‘안전거리 2m, 아이들을 지켰는가?’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로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변화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는 일상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코로나 블루와 같은 개인의 정신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느덧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엔데믹(일상적 유행)을 바라볼 수 있게 됐지만 코로나19는 가장 취약한 계층인 아동의 삶에 큰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 이후 아동 삶의 질 수준에 대한 20개국 비교 결과 한국 아동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인 18위로 나타났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오는 15일(화) 오후 3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코로나19와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국제포럼 ‘안전거리 2m, 아이들을 지켰는가?’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한다. 이번 국제포럼은 코로나19와 아동 삶의 질을 주제로 국제비교를 통해 팬데믹 기간 동안 아동 삶의 질과 행복도 수준을 비교 분석했다. 또한 포스트 팬데믹을 대비해 아동 삶의 질 회복과 개선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국제아동삶의질조사(ISCWeB, International Survey of Children's Well-Being)는 2021년 한해 동안 한국을 포함해 알바니아, 알제리, 방글라데시, 벨기에, 칠레, 콜롬비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독일,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루마니아, 러시아, 남아프리카, 스페인, 타이완, 튀르키예, 웨일즈 등 20개국 7~15세 아동 23,8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 3차 국제조사(2017-2019)와 비교해보면 아동 삶의 질에 대한 평균점수는 8.47점에서 7.95점으로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반적으로 하락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아동의 행복도는 연구에 참여한 20개국의 아동의 행복도와 비교한 결과 18위(10점 만점에 7.10점)에 그쳤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타이완(7.02), 방글라데시(6.73)였으며, 아동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루마니아(9.07), 알바니아(9.04), 이탈리아(8.73) 순이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느낀 안전, 시간 사용, 대인관계 등 전세계 아동 삶의 질에 대한 변화를 살핀 결과, 아동들이 삶의 변화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높아진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19는 아동에게 직접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한국 아동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코로나 상황에 대한 걱정(7.5점)이 20개국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컸다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국가는 인도네시아(8.1), 튀르키예(7.6)이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집에 머무르는 날이 많고, 학교를 가지 못하거나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부족으로 인한 학생으로서의 내 삶의 변화에 대한 걱정 역시 높게 나타났는데, 20개국 평균이 6.1점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 아동은 6.6점인 중위권에 위치하고 있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외출제한으로 한국 아동의 온라인 이용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 사용 전혀 없다’고 답한 한국 아동은 1.4%에 지나지 않아 소셜미디어 사용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매일 밖에서 놀거나 시간을 보낸다’, ‘매일 스포츠 또는 운동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로 20개국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비대면 교육이 아이들의 학교생활, 친구관계, 교사와의 관계, 학업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미쳤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친구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거나 도움을 받은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코로나의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아 팬데믹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대면 교육을 받게 하거나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이봉주 교수는 “전 세계의 많은 아동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상당 기간 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머물렀고 이로 인하여 아동의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아동들은 밖에서 놀거나 운동을 하기보다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기간 동안 여러 나라 아동들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국가별 아동 삶의 질 조사와 더불어 국내 아동과 가족의 삶의 질을 함께 다루며 아동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살폈다. 지역 규모에 따라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으로 구분해 행복도를 측정했으며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대도시 -0.78, 중소도시 -1.14, 농어촌 -0.75점씩 행복도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조사 대상 아동의 경우 코로나19이전과 코로나19 이후에 자신이 시간을 보내던 방법, 학교에서 배우던 것들, 친구와의 관계, 함께 사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모두 감소했지만 가구소득이 높은 가정(700만원 이상) 아동 만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답해 가정의 소득 수준 역시 아동 행복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를 맡은 서울대학교 유조안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며 “특히 중소도시에 사는 아동, 저소득층 및 코로나 기간 동안 소득이 감소한 가구에서 사는 아동 등 취약계층 아동이 경험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유 교수는 ”취약계층 아동이 장기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통합지원 체계를 활용한 특별 지원이 필요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학교생활 및 친구관계 개선을 위한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 공동체 형성 교류 프로그램 등 관계 회복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포럼에서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조안, 이봉주 교수, 스페인 지로나 대학교 사회심리학과 페란 카자스 아즈날(Ferran Casas Aznar) 교수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샤즐리 샤브흘(Shazly Savahl) 교수가 참석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세계 아동 스스로 삶에 대한 생각과 국제비교를 통한 코로나19 상황 속 아동 관계 변화에 대해 각각 발표한다. 또한 한국아동복지학회 회장·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선숙 교수가 좌장을 맡고 서울대학교 빅데이터 혁신공유대학 김아미 연구교수,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김유리 연구위원, 헝겊원숭이운동본부 김보민 이사장,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 하창원 조사관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총장은 “연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가운데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코로나19가 가져 온 글로벌 위기 속에서 오랫동안 발전시켜 온 전 세계 아동의 권리와 복지가 뒷걸음치지 않도록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국제포럼을 통해 아이들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삶의 질과 행복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유민상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더 잘 보이지 않게 된 상황에서 아동들이 코로나19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고 이 영향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의 삶이 코로나19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정부와 국회가 이에 정책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은 매우 미진했다. 투표권이 없는 아동들에게 부정적 사건이 발생해야지만 애도를 표하고 반짝 관심을 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모든 아동들을 위한 사회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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