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사립학교들의 연합단체인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사학미션)가 ‘개정 사립학교법’ 상 교원 신규 채용시 필기시험을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하는 조항에 대해, 19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기독교 학교의 건학이념을 해치고 동시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정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교원의 신규 채용시 반드시 필기시험을 봐야 하고 필기시험은 시·도 교육감에게 위탁해 실시하게 되어 있다. 기독교 사학들은 이 중 시도교육감에 위탁해 필기시험을 치르도록 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교육감이 시행하는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한 사람 중에 건학이념에 맞지 않거나 도리어 적대적인 사람만 있는 경우, 교원 신규 임용을 꺼리게 되고, 만에 하나라도 건학이념에 맞지 않는 교원이 선발됐을 경우 그 피해가 사립학교에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기독교 사학들이 지난 3월 21일 ‘개정 사립학교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니까 이번 가처분 신청은 헌재에서 위헌 여부 결정이 날 때까지 학교의 교원 임용권을 한시적으로 보존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기독교 사학들이 ‘개정 사학법’ 중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조항은 크게 3가지다. 그중 가장 심각한 독소조항으로 보는 것이 사립학교 교사 채용 시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해 1차 필기시험을 실시하도록 한 부분이다. 이 조항이 ‘사립학교 설립과 운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권을 부정할 뿐 아니라 건학이념 구현을 위한 학교법인의 고유한 인사권을 명백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사학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사 채용 관련 부정과 비리로 인해 사립학교 임용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었다”며 사립학교법 개정의 근거를 댄 바 있다. 그러면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정한 채용이 이뤄져야만 사학의 신뢰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사학의 교원채용을 사학이 아닌 시도교육감에 위탁해 실시하는 것 자체가 사학의 자율권 침해라는 점이다. 일부 사학에서 신규 교원 채용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사학의 자율권을 빼앗는 것이야말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필요한 경우 학교법인이 교육감에게 그 전형을 위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는 교원 임용이 임용권자인 학교법인에 있음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임용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개정 법률에서 이 권리를 시도교육감에게 넘김으로써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박탈한 것이다.
기독교 사학들은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사학 전체를 범죄 집단화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임용의 공공성을 확보해 임용 비리를 막겠다는 의도에서 법으로 교육의 자율성까지 가로막아 버렸으니 결과적으로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사학들은 개정 사학법 중 ‘교직원에 대해 징계가 미흡할 경우 교육청 내 신설한 징계심의위원회를 통해 재심의하게 하고 그 심의 결과대로 징계하도록 한다’는 조항과 ‘불응 시 임원 승인을 취소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쟁점은 기본적으로 징계권 행사에 교육 당국이 과도히 간섭해 기독교 사학의 징계권을 사실상 박탈한 데 있다. 이에 대해 기독교 학교가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과 징계의 사유가 추상적이어서 교육청의 의사에 따라 징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사학미션은 “기독교 사학의 건학이념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관, 기본적인 윤리관, 가치관 등이 대립하는 분야에서는 시도교육감의 의사가 사립학교의 의사에 우선하는 결과를 초래해 기독교 학교의 종교·사상·이념의 자유도 침해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기독교 사학들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내 것도 모자라 법원에 가처분 신청까지 한 것은 학교 현장의 절박한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당장 2023학년도 교원 임용을 앞둔 학교는 헌법소원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독교 사학의 교원 임용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 내년 교원 임용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사 임용의 공공성과 교육의 자율성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사학의 입장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이 두 가지를 다 고려하는 다른 좋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무조건 시도교육감에게 필기시험을 위탁하는 방법으로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학의 자율성 침해라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일부 사학에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보다 책임있는 감사와 처분으로 재발 방지에 나선다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문제다. 무조건 사학의 자율권을 꽁꽁 묶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말이다. 헌재는 지난 6월 14일에야 비로소 전원재판부 본안 심사에 이 문제를 회부한 상태다. 헌재의 위헌 심리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현실에서 일선 학교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하루라도 빨리 가처분을 인용하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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