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고 야당이 참패했다.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이후 처음 치른 전국 단위 선거에서 처참한 결과를 받은 것에 대해 “오만한 정치세력의 예고된 몰락”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지선과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정치적으로 가장 비중이 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개 지역 중 서울을 비롯해 12개를 가져간 반면 민주당은 5개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8년에 민주당이 17개 지역 중에 14석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몰락이다.
이 뿐 아니라 기초단체장도 국민의힘은 전체 226곳 중 145곳을 차지해 지난 선거의 53곳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151곳에서 63곳으로 줄어들어 힘의 역전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서울시 25곳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7곳을 차지한 데 비해 민주당은 8곳을 지키는데 그친 건 뼈아픈 결과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을 석권했던 것을 생각할 때 실로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국민은 국민의힘에는 날개를 달아주고, 민주당에는 채찍을 가했다. 국민의힘은 5년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폐허에서 다시 시작해 5년 만에 기적적으로 정권을 찾아왔을 뿐 아니라 전국 단위 선거에서 또다시 압승을 거둠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볼 때는 일방적인 승리라 여길 수 있겠지만 그것이 여당인 국민의힘이 잘해서 거둔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정권이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국민이 이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주겠는가. 결국 이번 선거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지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제2라운드’ 성격으로 봐야 할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의 참패의 원인은 보다 자명하다. 가장 큰 문제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오만한 자세에 있었다. 대선에서 0.7%p 초박빙으로 당락이 갈리면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당 안팎에 무성했다. 이런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서 민심이 불과 84일 만에 0.7%에서 10.1% 차로 확 벌어지고 만 것이다.
민주당이 국회 절대 의석을 믿고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인 건 오만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정권은 넘겨줬으나 오로지 다수 의석을 무기로 국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데서 국민은 민심의 채찍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공당의 오만함을 본 것이다. 결국 민주당의 참패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더 크다.
이번 지선의 결과가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의미는 좌파 교육감 전성시대가 마침내 끝났다는 점이다. 이번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의 지원을 받은 진보성향의 후보들이 9곳에서 당선돼 보수 후보들의 8곳보다 한 곳 더 많았지만 2014년에 13곳, 2018년에 14곳에서 당선됐던 걸 감안하면 보수 후보의 약진은 분명 괄목할만하다.
문제는 보수 교육감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 다행스런 결과지만 그것만 가지고 보수 진영이 승리했다고 박수칠 분위기가 아니란 거다. 특히 가장 중요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 간의 난립으로 현 조희연 교육감에게 3선을 안긴 건 뼈아픈 패착이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조전혁 후보 23.5%, 박선영 후보 23.1%, 조영달 후보가 6.6%를 각각 득표해 셋이 합해도 53%가 넘는다. 결국 이들의 단일화 실패가 38.2%의 조희연 후보에게 3선을 헌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 뿐 아니라 충남과 세종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분명히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보수 후보 3인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이기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느냐는 하는 점이다. 보수 진영이 단일화로 결집하지 않으면 이번 선거는 해보나 마나였다. 그런데도 자만심에 눈이 멀어 자멸의 길을 걸어갔다. 이들은 과반수 서울시 유권자의 지지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젠더 이데올로기 교육에 치를 떠는 학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말았다.
보수 분열이 부른 뼈아픈 사례가 어디 이 뿐인가. 경기도지사 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줄곧 앞서다 다음날 아침 5시 반경 역전을 허용한 후 불과 8천164표 차이로 민주당의 김동연 후보에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경기도지사 선거 역시 보수진영의 강용석 후보에게 5만4천여 표가 가는 등 보수표 분산이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6·1 지선 결과가 한국교회에도 주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하나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태로 지지율이 한때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국민은 보수 정권의 몰락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랬던 정당이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휩쓸었다는 건 잿더미에 피어난 장미처럼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교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아직까지 그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교회의 위기는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됐다. 교회 부흥은커녕 교인 수의 급격한 감소로 교회 문을 닫아야 할 처지가 되고 만 교회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예배와 전도 등 기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위기의 원인은 본질에서 멀어진 것이므로 하나님의 첫 사랑을 회복하게 되면 더 큰 은혜와 축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차별금지법’ 등 대응에 있어 한국교회가 반드시 세겹 줄로 든든히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선에서 보수 진영이 패배한 곳마다 가장 큰 요인이 분열이었다. 즉 ‘흩어지면 죽는다’는 진리를 망각하면 자멸한다는 게 또다시 증명이 된 것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목소리를 키워도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교회가 연합하고 결집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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