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연대활동을 참여하고 있는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와 최혜영 의원실, 한국아동복지학회는 17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우선적으로 알리는 제도로, 부모의 출생신고가 없으면 국가가 아동의 출생을 확인할 수 없는 현행 제도를 보완하는 조치다. 지난 3월 2일, 출생통보제 도입에 관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다. 2019년 5월, 정부가 ‘모든 아동이 공적으로 등록되어 보호받을 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지 3년 만이다. 2020년 4월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위원장 윤진수) 또한 신고도 되지 않은 채 유기되거나 학대·사망·방임되는 아동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며 출생통보제 도입에 동의했다. 주검으로 발견되고 나서야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드러났던 구미, 여수 등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보호자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현행 출생등록체계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줬다. 실제로 지난해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아동양육시설에 거주하는 출생 미등록 아동 146명 중 약 20%는 조사 당시까지 여전히 출생 미등록 상태였다. 학대 피해 아동 신고 사례 중에서는 연도별 약 50~70명의 아동이 출생 미등록 사례로 추정된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출생 통지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의료기관의 출생 통지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출생통보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세상에 태어났으나 공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동이 더 이상 생기지 않고, 어떤 아동이나 출생 등록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당법의 조속한 통과와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위해 힘쓰겠다”라고 했다.
한국아동복지학회 소속 서울여대 김아래미 교수는 “아동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보장보다 더 우선적인 가치가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동정책관련 의사결정에서 아동의 존엄성 보장은 가장 최우선가치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점에서 출생통보제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며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했다.
출생등록은 아동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는 출발점이다. 출생등록에 대한 권리란 이름, 출생 연월일시, 출생 장소, 부모의 국적과 이름 등 ‘출생한 아동을 특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국가 통계로 산출될 수 있도록 공적으로 기록하는 것’까지를 의미하지만, 현행 법제는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재단법인 동천 이환희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성유진 변호사가 각각 '출생 미등록 사례에 비춰 본 출생통보제 도입 촉구 필요성', '한국의 출생신고 제도의 문제 및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제로 출생 미등록 사례로 본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이환희 변호사는 “출생신고 제도의 공백을 줄이고자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의장이 출생 신고할 수 있다는 규정이 2016년 도입되었으나 실제로 거의 이용되지 않다”고 전했으며, 성유진 변호사는 “가족관계등록법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외국국적 아동은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출생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며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를 위한 향후 개선점을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김희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일련의 개정안은 출생신고 확인 절차에 따르는 가족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부득이한 경우 국가가 직접 출생등록의 주체자로 역할해야 한다는 관점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긴 시간 법률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명목으로 인권보장에 대한 의무를 외면했던 국가가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 보장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 사례지원, 인식 제고 캠페인, 입법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20개 단체(2022년 3월 기준)가 연대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출생미등록 아동의 보다 원활한 출생등록을 돕고자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아동양육시설, 지자체 아동보호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사례별 출생신고 방안 및 관련 법안을 정리한 ‘출생신고 실무 안내서’를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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