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30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민의힘 등 각 대선캠프를 방문해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한 <아동학대 정책개선 캠페인 서명결과>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약 제안서>를 전달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반복되는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예산과 인력, 인프라 등 구조적인 문제와 정책개선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당신의 이름을 보태주세요'를 진행했으며, 2021년 12월 31일 기준 4만 6,060명이 아동학대 정책개선을 위한 서명에 참여했다.
2020년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30,905건으로, 하루 평균 85명의 아이들이 학대를 받았고 한해 43명이 사망했다. 아이들의 죽음 끝에 수많은 대책들이 나왔지만 정작 아동과 가정의 회복을 도울 예산과 이를 실행할 기관, 전문인력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잇따랐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캠페인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1) 학대피해아동과 가정이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2) 아동학대를 예방하는데 필요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일반 예산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더불어 3) 아동학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229개 시군구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설치와 4) 아동보호 체계에서 일하는 전문가 확대를 촉구해 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공약 제안서를 통해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한 ▲아동학대 대응 예산 2,656억원 확보 ▲아동학대 관련 인프라 확충 ▲대통령 직속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까지 총 3개의 정책과제를 제안한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된 후 정부의 아동학대 대책은 계속 마련되고 있지만, 아동학대와 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작년 6월 기획재정부에서 아동학대 방지 사업예산이 일반회계로 일원화 되었지만, 아동학대 대응에 필요한 필수 인력과 인프라,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아동학대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대응 예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11,715건에서 30,905건으로 164% 대폭 증가한 것과 비교해 같은 기간 예산은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동학대 관련 예산(정부안 기준)은 2021년 423억 원에서 2022년 615억 원으로 45.4% 늘어났으나, 이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 대부분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1개소당 지원되는 예산은 여전히 부족해 지자체에서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이나 법인에서 지원하는 전입금 없이 사업 수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학대피해아동 중 일부만 심리치료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이마저도 지속해서 지원하기 어려워 예산 부족의 피해는 학대피해아동에게 이어진다.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인프라 부족도 문제다. 아동복지법 제45조에 따르면 시도 및 시군구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하게 돼 있지만 2021년 12월 기준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81개소로 229개 시군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올해 95개소로 증설할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 역시 전국에 단 105개소에 불과하다. 2020년 기준 가정에서 분리 조치된 3,926건 중 17%인 652명이 시설에 입소했으며, 시설 부족으로 친인척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되거나 원가정에 머문 아동이 많다는 현장의 의견을 고려하면 실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쉼터는 성별과 연령별로 더 구분하고 신속히 보호하기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2배 이상으로 그 수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아동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실제 필요한 재정 계획과 비용을 산출할 수 있도록 대통령 직속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가 요구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이후 정부는 아동학대 대책을 7차례 발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만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아동복지, 아동학대, 아동학대처벌, 청소년보호는 각각 보건복지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관할 부서가 분절되어 있어 아동중심·가족중심·예방중심의 아동학대 대응 정책의 중요한 원칙을 실현하기 어렵다. 특히, 민간 주도로 마련된 위원회의 제도개선안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체계 구축 관련 해당 부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부 주도의 위원회 설립으로 아동의 죽음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전략과 실효성 있는 아동보호체계 운영이 필요하다.
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은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지난 5년간 3배 늘어나고 끊이지 않는 학대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 반해, 아동학대 관련 예산과 인프라 확충은 턱없이 부족하다. 안타까운 아동학대사건과 뒤늦은 탄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하며, 시민사회도 더욱 높은 경각심과 노력을 기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 공약 제안을 통해 각 정당의 대선 후보자들이 아동학대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아동보호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윤후덕 정책본부장을 비롯해 정책본부 실무 팀장 등 관계자들은 1월 25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대선 선거캠프에서 “아동학대 대응을 위해 예산과 조직이 필요하다. 한국의 아동학대 대응 예산은 OECD와 비교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현실적인 처우 문제 개선도 필요할 것이다. 아동학대 대응은 정책적 관심을 갖기 시작한 단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 등 착실하게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박인숙 부대표, 선거대책위원회 김병권 정책본부장, 오현주 대변인은 2월 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223호에서 “아동학대가 점점 늘고 있으며, 이는 여러 원인이 작동하기에 어느 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더 심해지면서 아동학대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빈곤의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대로 피해를 입는 아동을 상담하고 보호하는 지원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의당이 앞장서서 우리 아이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원희룡 정책본부장을 비롯해 정책본부 실무 팀장 등 관계자는 2월 4일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 선거캠프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등교와 외출까지 힘들어서, 평소 학대당하거나 방치된 아이들이 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번 대선 공약에 아동학대 방지 전방위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대폭 증원, 전국 시군구 아동보호전문기관 설치, 쉼터 운영 지원 확대 및 쉼터 내 남녀시설 분리, 그리고 피해 아동 디지털 정보망을 구축해 위험 아동을 조기에 발굴해 아동학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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