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한국사회와 역사 그리고 신학교가 당면한 문제에 관하여 한국교회가 어떤 면에서 쉬운 방향에 편승하여 일방적으로만 반응을 하고, 아무도 성경적으로 대답하지 않는 일이 일상화된 것은 더 이상 개혁교회의 모습이 아니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지만, 한국교회는 성경적인 가르침보다는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다보니 너무나도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세상이 교회를 비난하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목사들과 심지어 유명 은퇴목사들까지도 신구약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하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아이콘인 적폐청산과 포풀리즘의 반향을 의식하면서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결국은 ‘제 얼굴에 침 뱉기 식’으로 교회를 힐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간디가 지적한 것처럼 많은 교회가 천국을 말하지만, 이미 한국교회와 목사들은 삶 속에서 천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먼저 세습방지법은 세습을 반대하지만, 사실 세습은 성경적 용어가 아니다. 비상장 계열사를 넘긴 후 즉시 일감을 몰아준 다음에 비상장 계열사가 올린 수익으로 나머지 계열사들의 지분을 사들이도록 하여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그룹의 지배력을 넘겨받게 하는 소위 경영세습을 ‘승계’라고도 하는데 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계승’이란 단어와 비슷한 말이라고만 명시되어 있으나, 오히려 계승은 “조상의 전통이나 문화유산, 업적 따위를 물려받아 이어 나감”이라고 정의함으로써 보다 더 심원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회용어인 세습과 경제용어인 승계와는 달리, 계승과 반차 혹은 계열이 성경에 직접 사용된 단어이므로 그 성경적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국어사전에 동성애는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으로 같은 성별을 지닌 사람들 간의 감정적, 성적 끌림으로 인한 성적인 깊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갖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되어 있으나, 동성애 문제가 바울의 가르침에서는 악덕목록으로 아주 중요한 이슈로 취급되고 있다. 이 점에서 동성애를 바울의 가르침과 관련하여 여러 다른 성경구절들과 연관을 지어서 연구하는 것은 본 강연의 관심사이다.
본 강연은 이 두 가지 주제와 관련하여 본교에서까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경학자로서 루터가 성경으로 돌아가서 당시 교권(교황주의)과 사회적 문제(면죄부)의 문제에 대해 비텐베르크 정문에 95개 반박문을 내걸은 것처럼, 어느 정도 말을 걸어보면서 궁금한 점을 성경을 들쳐보면서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준비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활발한 논의들이 주로 사회적 현상인 세습방지법과 동성애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본 강연은 이 주제들을 어떤 이데올로기로 풀어갈 것이 아니라 성경적 관심에서 풀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II. 소위 세습방지법
1. 사회적 현상에 휘둘린 소위 세습방지법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지만, 요즘은 “고래와 새우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라는 난센스 퀴즈가 유행이다. 정답은 새우가 이긴다. 왜냐하면 새우는 깡이 있는데, 고래는 밥이기 때문이란다. 요즘 세습방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꼭 이런 싸움 같다. 교계나 한국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소위 세습이나 대물림이란 용어가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자기 직계에게 물려주는 사회적 추세에 따른 비성경적인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교단들이 이런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목회자의 세습을 반대하는 규칙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본 강연은 세습방지법이 과연 성경적인지 한번 쯤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교회는 누군가가 사임을 하면 아들이 아니더라도 그 뒤를 이어가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미 여러 대형들이 후임자를 직계나 사위가 아닌 제3의 인물에 맡겨서 후임목사직을 이어가게 하였지만, 심지어 몇몇 신학교의 교수출신들을 포함한 일부 목회자들이 제대로 검증된 목회감각을 발휘하지 못한 채로 부임하여 많은 소송과 불행한 일을 해당 교회가 스스로 자초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후임자들이 한번 자리를 꿰차면 그들 스스로가 자기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한 현실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 후임자와 전임자의 관계가 악화되어 볼썽사나운 소송 전에 휘말린 대형교회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 점에서 후임자에게 무조건 목회적 계승을 못하는 하는 것도 사실상 대안은 아니다.
문제는 세습이냐 대물림이냐가 아니라, 한 교회를 평생 일구어 온 전임자에 이어서 목회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계속목회가 얼마나 성공적이냐가 새로운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물론 새노래명성교회의 담임목사인 아들이 명성교회의 원로목사인 부친의 계속목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은 현재 본교단의 세습방지법에 비추어 볼 때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당연시되는 일이다. 그러나 성경적으로 제자장직의 계승을 전통적으로 이어온 정황을 깊이 고려하면,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긴다. (계속)
소기천(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성경신학 교수,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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