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 아래 처형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탈북민들의 진술이 담긴 보고서가 공개됐다. 처형되는 사람의 가족들에게 처형을 강제로 보게했다는 진술도 빈번했다고 한다.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mapping)’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작성한 것으로, 지난 6년 간 북한 내 처형장소와 암매장 등 시체 처리장소, 인권 침해 관련 문서나 증거가 있을 만한 장소들을 파악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제시한다.
보고서에는 탈북민 683명과 인터뷰한 후 처형에 관한 442건의 진술이 담겨 있다. 이중 공개처형에 관한 진술은 23건으로 총살 21건, 교수형 2건이다. 공개처형은 주로 개활지와 들판, 비행장 일대, 강둑, 언덕·산에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처형된 사람들에게 부과된 혐의를 언급된 빈도순으로 나열하면, 남한 영상 시청·배포 혐의(7건), 마약 관련 혐의(5건), 성매매 혐의(5건), 인신매매 혐의(4건), 살인·살인미수 혐의(3건), 음란행위 혐의(3건)였다.
보고서는 특히 “처형되는 사람의 가족들에게 처형을 강제로 보게했다는 진술도 빈번했다”며 “이 조사의 참여자 중 많은 사람들이 공개처형에 둔감하게 될 정도로 북한정부는 연극을 하듯이 과도한 폭력을 일삼아왔다”고 했다.
또 죄목에 대해서는 “북한의 사법체계가 적법 절차를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공개처형 집행 전에 북한당국이 공표한 죄가 혐의자들이 실제로 한 행위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인신매매 혐의는 탈북을 도운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고, 다른 혐의들도 완전히 조작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또 “한 진술인은 2012년과 2013년 사이 평양에서 공개처형이 벌어졌는데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화염방사기로 시체를 불태우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며 “처형된 사람의 가족들을 참석하게 했고 맨 앞 줄에 앉혀 그런 상황을 지켜보게 했으며, 그 중 아버지는 아들의 시체가 불태워지는 것을 보고 기절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TJWG는 “탈북민들의 진술은 처형을 보게 하는 경우에도 북한 밖으로 증거가 유출되지 않게 차단하려고 참석한 사람들을 관계당국이 엄격하게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것을 설명한다”고도 했다.
한편, TJWG는 “2021년 12월로써 김정은의 북한 통치 10년이 되었고,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가 기념비적 보고서로 인권침해 책임추궁 행동을 촉구한 지 거의 8년이 됐다”며 “북한에 대한 전환기 정의 구상의 하나인 책임추궁을 강화하고자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인권침해를 매핑 프로젝트로 기록하고 국제사회에 보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북한 밖에서 조사기록이 강화되고 인권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북한 지도부가 인권문제를 무시하기 어렵고 북한 내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