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 정기학술대회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 정기학술대회가 지난 27일 온라인 줌을 통해 개최되었다.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 제공

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오지석 회장)가 지난 27일 서울시 동작구 소재 숭실대 창의관에서 ‘더불어 삶 공존’이라는 주제로 2021 정기학술대회를 온라인 줌으로 개최했다. 이날 이종원 교수(계명대)가 ‘언택트 시대의 공존과 상생의 윤리’라는 제목으로 기조발제를 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2년이 되어가지만, 코로나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치료약이 개발되었고,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형성되었음에도 돌파 감염으로 인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불황에 빠진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하자 확진자가 늘어나 다시 긴장하게 된다”며 “포스트 코로나가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 이후를 의미한다면, 그 시기가 언제일지 알 수 없고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기에 코로나가 일상이 되는 삶을 준비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쇼펜하우어 인생론」에 나오는 고슴도치의 우화는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곤경에 처한 우리의현실을 잘 드러낸다. 추운 겨울 고슴도치들이 서로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었지만, 서로의 가시에 찔러 다시 떨어지게 되었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서로의 체온을 나누기 원했지만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고슴도치의 딜레마(Hedgehog's dilemma)”라며 “추위를 피하려면 함께 붙어 있어야 하는데 가시로 인해 가까이할 수 없듯, 코로나 상황은 친밀하고도 돈독한 관계를 원하지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한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는 자립과 상대와의 일체감이라는 두 욕망 사이의 딜레마이다.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만, 본의 아니게 상처 입힐 수 있기에 서로 간에 좀 더 신중하고 배려해야 할 것을 교훈한다. 쇼펜하우어는 서로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간격을 정중함과 예의라고 하였다. 이기심을 버리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서로 간에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는 밀폐, 밀접, 밀집 등 3밀(密)을 피해야 하는 상황을 지속시키고 있다. 여행, 예술과 문화, 외식과 여가생활 등 함께 모여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삶을 누리고 나누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시켰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대면 형식을 유지하다가 최근에서야 대면 형식으로 전환되었다”며 “반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관련 서비스 산업은 호황을 이루었고, 이와 더불어 택배와 배달 서비스도 매출이 덩달아 증가하면서 언택트(untact)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또한 “언택트는 접촉을 의미하는 ‘contact’ 앞에 부정 의미인 ‘un’을 합성한 ‘언컨택트’의 줄임말이다. 언택트는 비대면 형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교환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형태의 행위를 의미한다”며 “언택트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의식주, 교육, 노동, 소비, 문화, 생태, 종교 등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한 물리적 거리는 심리적 거리를 파생시켜 소통의 단절로 인한 소외와 차별과 배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언택트가 이러한 흐름과 맞물리면서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적 삶은 언택트(untact)로 변모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갈망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무정할 수밖에 없으며, 이 와중에 소외된 이들은 더욱 큰 단절과 배제의 나락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높아진다. 서로 연대하지 못하는 공동체는 무질서와 혼란, 소외와 불평등으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언택트로 인한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공동체의 든든히 세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원시의 수렵채집 사회가 평등했던 이유는 그들이 우리보다 더 자비로워서가 아니라, 사냥에서 잡은 동물이나 나무에서 딴 열매 외에는 재산이라 할 만한 것이 없어 집단 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큰 부를 축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며 “열악한 환경과 상황에서는 혼자 독식하기보다는 남들과 나누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사냥해서 풍족할 때 호의를 베풀어 두면 다음에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보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나눔을 통해 서로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협력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약육강식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점차 비정규직화되어가고, 헤지펀드와 기업 사냥꾼들이 득실거리는 흉측한 세상으로 변해 가고 있다. 만약 언택트 영역에도 승자독식의 경제구조가 지배한다면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평화롭고 조화로운 세상을 위한 상상력은 카리타스(caritas)에 기초한 은혜로 교정된 시선이 필요하다. 카리타스는 자신이 뭔가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전략적 사교성이나 교활하게 계산하는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카리타스는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이며 받을 자격이 전혀 없는 자에게도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쏟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혜를 받아 혜택을 누린 쪽이 그럴 능력이 없어서 그에 상응하는 등가물을 돌려주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무엇인가를 그에게 베풀어야 한다. 등가적 교환은 모종의 보답을 통해 사람들을 결속시키지만, 비대칭적인 형태의 교환은 자원을 균등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계급과 부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많이 가진 자가 자발적으로 더 많이 베풀어 한 발짝 더 공평에 다가 갈 수 있다”며 “성서에서 강조하는 은혜는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자를 선대하는 것이며,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돌볼 때 보다 평화롭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생명은 사랑과 환희와 경외가 모두 포함된 총체적인 힘이다. 그러므로 가장 부유한 국가는 최대 다수의 고귀하고 행복한 국민을 길러내는 국가이고, 가장 부유한 이는 그의 안에 내재된 생명을 나누는 사람”이라며 “그가 소유한 내적, 외적 재산을 골고루 활용하여 공동체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부는 곧 생명이고, 이러한 부를 얻기 위한 선결 조건은 정직과 애정”이라고 했다.

이어 “성서가 구현하는 하나님 나라의 경제는 가난한 자에 대한 하나님의 우호적 선택과 모두를 위한 풍성한 생명이라는 두 개의 비전으로 요약될 수 있다”며 “가난한 자들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정의에 기초한 ‘생명 살림의 경제’가 바로 성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경제다. 이윤과 경쟁의 구조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품는 포용적인 경제다. 바로 이것이 모두가 공존하고 상생하는 살림의 경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사랑과 은혜의 시선으로 존중과 배려, 우애와 평안, 연대와 포용으로 가득 찬 공생과 상생의 공동체를 가꾸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리스도는 자기를 온전히 내어주는 선물이 되기 위해 친히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에 달리시면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에서 이를 항상 기억하도록 빵과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눠주셨다. 유대인들은 유월절 만찬 때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의자 하나를 비워두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는 유대인 특유의 환대 문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언택트로 인해 취약계층이 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불평등의 중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고 무심하게 방관하기보다 약자를 위해 빈자리를 하나씩 마련하면서 연대와 협력으로 함께 상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난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이 불평등을 불러온 것이 아니다. 불평등은 이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다가 재난의 결과 선명하게 드러났을 뿐”이라며 “사회 취약계층과 소외된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 그들이 받는 피해에 비해 덜 드러난다. 이들의 신음과 고통은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사회가 구조화하는 이러한 취약성은 우리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팬데믹의 여파로 서로 대면하는 방식은 줄어들고, 언택트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오만과 독선, 탐욕과 빈곤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지 아니면 신뢰와 존중,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과 결단에 달려 있다”며 “신뢰와 연대의 관계로 충만하며, 부단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과 정의가 입 맞추는 평화의 왕국을 이루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김성수 교수(명지전문대)가 ‘디트리히 본회퍼의 시민적 용기와 법윤리적 함의’, 이영호 교수(루터대)가 ‘팬데믹 시대 속 그리스도인의 동행의식 - 루터의 편지를 중심으로’, 정용택 박사(제3세대 그리스도교연구소)가 ‘프레카리아트적 노동사회의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기독교사회윤리학적 이해’, 엄국화 박사(남서울대)가 ‘서양에서 동양으로 넘어 온 동반의식’, 이동춘 교수(장신대)가 ‘동일성·일체화 이데올로기에 갇힌 동료 개념을 위한 보편 해방을 논구함’, 성신형 교수(숭실대)가 ‘레비나스의 근접성과 유교의 서에 대한 비교연구’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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