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내년 대선체제로 급속히 전환한 가운데 특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과정은 숱한 진통과 뒷말을 남겼다. 비록 지난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최종 결정되고 다른 후보들 모두 그 자리에서 경선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잘 마무리된 듯하지만, 뇌관까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우선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윤석열 후보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있다고 본다. 내부 단합과 중도층을 끌어안는 외연 확대다. 내부 단합을 위해서는 경선과정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던 홍준표 후보를 잡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홍 후보가 경선에서 패배한 후 2030 당원들의 탈당 러시가 벌어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경쟁자였던 유승민·원희룡 후보에게도 합당한 역할을 줘서 진정한 ‘원팀’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다시 대선 출사표를 던진 일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만 해도 정권교체 승리를 위해 야권에 힘을 모으고 자신은 대선에 불출마할 뜻을 밝혔었다. 그러나 그 후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무산되면서 독자적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굳혀 이대로 가다간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루려는 전략에 누수가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 윤석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이재명 후보를 추월했다. 그러나 안정권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 여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좁혀질 것이다. 위기를 느낀 여권이 단합해 총공세로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 선출 후 지지율 급상승에 고무된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일 수 있다. 현재 당 내부에 선대위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헤게모니’ 싸움이 격화될 경우 지지율은 언제든 출렁일 수 있다.
외연 확대가 필요한 것은 비단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이재명 후보를 선출했으나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직시 대장동 특혜 의혹에 발목이 잡혀있다. 여당으로서는 부동산 정책에 절망한 2030세대의 민심이 정권교체 여론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돌파하고 떠난 민심을 되돌린다는 측면에서라도 반드시 외연 확대가 이뤄져야 지지율 재역전을 꾀할 수 있다.
정치권이 내년 3월 대선에 올인하는 분위기라면 교계는 최근 문 대통령이 임기 전에 차별금지법 검토를 언급한 것에 화들짝 놀라 대책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기구 통합 논의를 진행해 오던 한교연, 한기총, 한교총 3개 기관이 처음으로 함께 차별금지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만 봐도 얼마나 다급한 사안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3개 연합기관은 10월 전 통합을 목표로 진지한 대화를 이어왔다. 그러나 기관마다 각기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들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한교총은 당장 3개 기관이 함께 통합에 다다르지 못할 경우, 일단 뜻이 맞는 어느 한 기관과의 우선 통합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 또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교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엄격한 방역 조치로 지난 약 2년간 엄청난 내상을 입었다. 대형교회도 힘들긴 마찬가지겠지만 1만여 작은 교회들이 문을 닫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최근의 통계는 가히 충격이다. 그런데도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사회적으로는 모든 규제가 한꺼번에 해제되는 마당에 예배는 여전히 수용 규모의 50%를 넘을 수 없다는 현실이 한국교회의 절박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이런 때에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대정부, 대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런 당위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목표한 통합의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끝나도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그렇다고 통합작업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거나 실패한 것은 아니겠지만 오는 12월 초에 예정대로 정기총회를 개최키로 한 한교총, 한교연의 속사정을 들여다볼 때 시간표를 되돌리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오늘이라도 통합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더라도 연대와 협력의 끈마저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기구적인 통합은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차별금지법(안) 폐기 촉구에 함께 목소리를 낸 것처럼 중요한 사안마다 공동연대로 나아간다면 차선이 최선이 될 수도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6·25사변이 일어나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로 국민에게 국난 극복의 의지를 심어줬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우리 사회는 뭉치면 사는 게 아니라 뭉치면 위험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19가 낳은 새로운 역설(paradox)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전 세계에 흥행 돌풍과 신드롬을 낳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노인 오일남이 “이러다 다 죽어”라고 한 대사도 여러 가지 패러디로 회자되고 있다. 정치에서 분열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여당도 야당도 분열하면 “다 죽는다”는 게 일종의 룰(rule)이다.
그러나 교회는 다르다. 당장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더라도 다시 살아나는 게 교회만의 생명력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핍박과 탄압 속에서 더욱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역사했고, 반대로 외형이 비대해지고 힘이 세질수록 부패와 타락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그것이 믿음이요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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