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말씀연구소 소장)의 논문 ‘이혼과 관련된 고난의 문제에 대한 개혁신앙적 이해에 관한 연구’를 연재합니다.
2. 예언서에 나타난 이혼
1) 이사야 50장 1절
이사야는 웃시야(B.C. 790-739) 시대 말기에 시작하여 요담, 아하스, 히스기야(B.C. 715-686) 시대에 걸쳐 활동하였던 선지자이다. 이사야의 시대적 배경은 예레미야보다 앞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야 50장 1절에는 아직 이스라엘이 아비 없는 자식처럼 팔려간 것은 이스라엘의 죄와 허물 때문이며 그 어미는 쫓겨났다고 말한다.
처음 부분은 한참 진행 중인 재판 속으로 우리를 이끌고 들어간다. 이 재판은 양식화되어 있고 거의 암시적으로 언급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언약을 통해 자신의 의무로 삼았던 이스라엘을 버렸다고 하나님을 고발한다. 이와 같은 고발에 대한 답변은 이스라엘이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버리는 것은 심판 절차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히 피고인의 행동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잘못 때문에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는 어머니와의 이혼이나 자녀 매매 비유가 이스라엘의 정치적 멸망을 가리킨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한 것은 다른 아닌 이스라엘의 죄다.
2) 예레미야 3장 1절과 8절
이스라엘의 죄는 부부관계의 이혼 혹은 추방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예레미야 3장의 경우는 부부간의 실질적인 이혼을 말한다기보다는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를 말하기 위한 결혼 은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절은 신명기 24장 1-4절의 언어와 비슷하다. 그 의미는 만일 그러한 상황에서 재결합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거짓된 많은 신들과 행음한 유다가 어찌 하나님께 돌아올 권리가 있겠는가 라는 뜻이다. 칠십인역에서는 ‘그 땅’(#r<a"åh')이 ‘그 여인’(h` gunh.)으로 되어 있다. 이로써 좁은 땅에 함께 살아가는 배우자 서로의 관계에서 행음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8절에서는 마침내 북이스라엘의 멸망을 이혼증서를 써서 그 손에 들려준 여자로 비유하고 있다. 또한 북이스라엘의 멸망을 바라보면서도 우상숭배를 그치지 못하는 남유다는, 행음으로 이혼증서를 받아 내쫓긴 이웃 여인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행음을 그치지 못하는 여자로 비유되고 있다.
이혼과 관련된 예레미야 3장 1절과 8절도 신명기 24장 1-4절과 마찬가지로 본 남편을 떠난 여인을 다시 아내로 맞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3) 말라기 2장 10-16절
10절의 여러 가지 질문들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즉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자기 백성으로 지으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이런 특수한 지위는 하나님이 시내산에서 그들의 선조들과 맺으신 언약의 규례를 따라 확증되었고, 이스라엘은 그 언약의 규례를 따라 살 의무를 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스라엘 남자들이 이방 신들을 섬기는 여인들에게 장가든다면, 이는 하나님께 속하고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백성을 부정하게 하는 것이다. 즉 이방인과의 통혼은 하나님께 범죄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이런 행동은 배신행위이므로 피해를 막으려면 그 사람들을 이스라엘 회중 가운데서 쫓아내는 수밖에 없다.
11절에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뜨린 이방신 숭배자들과의 결혼이 여호와의 사랑하시는 성결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범죄자의 지위가 아무리 높고 신성해도 반드시 징벌을 받을 것이다(12절). 13절의 ‘눈물’은 회개의 표현이 아니라 헌물을 받지 않으시는 하나님에 대한 비난과 관련되어 있다. 결혼 언약은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여 맺기 때문에 하나님 자신이 내쫓긴 여인들을 변호하기 위해 나서신다. 하나님은 “이혼하는 것과 학대로 옷을 가리우는 자”를 미워하신다. 이로써 부부는 서로 옷과 같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히브리인들은 ‘옷’을 부부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다. 여기서 ‘학대로 옷을 가리우는 자’란 부부관계에서 폭력적이고 불의한 태도로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공동번역에서는 이 부분을 “조강지처가 싫어져서 내쫓는 것은 제 옷을 찢는 것과 같다”로 번역하였다. 이혼과 관련된 말라기의 구절들을 통하여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이스라엘의 성품은 결혼 언약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것이다. 말라기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명기 24장 1-4절의 지시를 넘어서고 있다.
말라기의 가르침은 개혁신앙이 받아들여야 할 가장 성서적인 가르침이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신명기서의 가르침을 넘어서 말라기서가 결혼 언약을 소중히 여기고 이혼 자체를 금지하는 가르침은 성서적 개혁신앙의 기초가 될 말한 가르침이다.
3. 종합
구약성서는 이혼을 십계명 중 제7계명의 연장선에서 다룬다. 제 7계명에 나오는 동사는 명확하게 간음을 의미한다. 이 계명은 이스라엘 내에서 혼인의 신성함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를 지향한다. 음란한 행위는 구약 전체에 걸쳐 부정으로 정죄되지만 간음과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하나님의 백성이 지녀야 할 거룩함은 전체적으로 구약성서에 의해 하나님이 정하신 규범적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 혼인제도의 신성함과 결부되어 있다. 성적인 범죄와 이혼에 대한 본문들은 일관되게 불순종과 죄의 이야기들로 해석되어왔다. 이스라엘 내에서 이 계명은 점차로 확대되어 온갖 형태의 성적인 부정을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반하는 범죄로 간주되었다. 이 점에서 말라기의 본문도 거룩한 백성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게 있어 혼인의 신성함을 가장 극명하게 밑받침해 주는 예언은 이혼이라는 악한 관행을 폭로하는 말라기에 의해 제시된다. 말라기 선지자는 혼인을 하나님이 증인으로 서신 한 남자와 그 아내 사이의 깨뜨릴 수 없는 언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말라기서의 가르침은 이혼을 하나님께서 금지하신다는 성서적 개혁신앙의 근본이 될 수 있다. (계속)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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