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말씀연구소 소장)의 논문 ‘이혼과 관련된 고난의 문제에 대한 개혁신앙적 이해에 관한 연구’를 연재합니다.
I. 들어가는 말
개혁신앙은 성서에 근거한 신앙의 원리를 따라가는 것을 말한다. 과연 이혼에 대해 성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혼은 절대 불가한가? 가능하다면 성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이혼이 기독교인과 기독교 가정에 주는 고난의 문제는 심각하다. 현대 가정 문제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상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이혼이다. 이혼으로 인해 사회와 교회의 기반이 되는 가정이 붕괴됨으로 말미암아 사회는 물론 교회라는 공동체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고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혼은 교회 안에서 기피하는 주제라서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난을 당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책조차도 공적으로 거론하기 힘들어한다. 이제 교회는 헌신에 대한 언약으로 결혼했다가 완악함으로 인해 이혼하게 되는 이 현실적 상황을 중시하여, 본 소고는 개혁신앙의 시각으로 이혼문제를 재조명해주고 성서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함께 그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현대교회의 이혼 문제의 심각성을 염두에 두고, 이혼이라는 사회적 현상이 교회에 까지 침투한다는 현실 점검과 더불어 이에 대한 성서적 가르침에 근거한 개혁신앙의 근본적인 본질에 서서 이혼문제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구약과 신약의 이혼 관련 대표적인 본문들과 유대교의 탈무드를 중심으로 비교 분석한 다음, 종합하여 성서를 근거로 한 개혁신앙의 본질적인 정신을 유추해 보기로 한다.
II. 구약성서에 나타난 이혼
제 2성전 시대 랍비들의 이혼에 관한 대논쟁은 주로 레위기 21장 7절, 13-14절과 신명기 24장 1-4절과 이사야 50장 1절과 예레미야 3장 1절과 8절과 말라기 2장 10-16절에서 이루어졌는데 이 글에서는 이혼과 관련되는 본문들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기로 한다.
1. 율법서에 나타난 이혼
1) 레위기 21장 7절, 13-14절
레위기 전체의 주제는 ‘거룩’이다. 본문과 관련된 문맥을 살펴보면, 19장에서 거룩한 백성이 되는 길, 20장에서는 이방인의 풍속, 21장에서는 7절과 14절에 이혼한 여인에 대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21장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절은 제사장들, 즉 대제사장을 포함한 모든 제사장들에게 적용되는 말씀이고, 10-15절은 대제사장에게 적용되는 말씀이며, 16절부터는 아론의 자손들에게 적용되는 말씀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말씀을 받는 대상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제사장들에게 주어지는 말씀인 7절에서는 제사장들이 하나님께 식물을 드리는 자이므로 거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이혼당한 여인은 기생이나 부정한 여인과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다.
대제사장에게 해당하는 13절에서는 대제사장의 결혼 대상을 숫처녀로 한정하고 있으며, 14절에서는 과부를 결혼 불가 대상자 목록에 추가하고 있다. 대제사장에게 결혼 불가 대상이 확대 적용된 것은 대제사장에게 거룩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각자의 직분에 따라서 요구되는 거룩의 정도가 달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혼과 재혼에 관한 언급이 거룩의 개념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거룩에 대한 요구로서 결혼 명령이 제한되어진 본문은 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어지는 거룩이며 또한 종교지도자들에게 요구되어지는 거룩이다. 특별히 하나님의 언약을 소유한 야훼 백성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거룩과 결혼에 관한 엄격한 기준이 성서적 개혁신앙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이해는 오늘날의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래된 성서의 가르침이기에 개혁신앙에서 중시해야한다. 더구나 하나님께 몸 바친 제사장들의 경우 이혼한 여인과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구절을 통하여 오늘날 평신도와 엄연히 구분되는 성직자들의 경우에 이혼한 후 재혼을 함부로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2) 신명기 24장 1-4절
본문의 구조는 1-3절까지의 가정과 4절의 구체적 금지로 되어 있다. 1절의 조건문은 1-3절의 규정을 제정하는 문구가 아니라 뒤에 오는 규정을 제정하기 위한 것이다. 4절의 내용은 이혼한 여인이 재혼했는데 새 남편이 죽은 이후에 전 남편이 다시 그 아내와 재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문의 맥락에서 볼 때 하나님께서는 재혼을 가증한 일로 보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혼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이혼한 여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가증히 여기신다는 것이다. 이혼은 이혼증서나 언약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혼증서는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한다”는 말씀에 비추어 보면 이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런 원리에서 보면 결혼은 하나님이 개입하신 일인데 인위적인 이혼으로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곧 하나님의 뜻을 떠난 인간의 뜻만이 난무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불임, 제사의식의 위반, 가사 노동의 태만(아침에 빵을 태우거나 불을 꺼뜨린 경우) 등을 이유로 이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에도 이혼의 주도권이 남자에게만 있다. 이러한 해석은 성서의 권위가 아니라 인간의 해석 전통을 중시하는 사례에 해당하므로 성서적 개혁신앙의 차원과는 아주 거리가 먼 유대인의 가부장적 사고가 낳은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신명기의 본문은 이혼 일반에 대해 다룬 것이 아니라 남편과 이미 이혼한 사실이 있는 여인이 다시 결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룬 것이 그 핵심이다. 그 이유는 본래의 남편이 더럽혀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있다. 즉 이혼한 여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었고 그 이후 다시 전 남편과 결합한다면 이는 간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덧붙여서 이 구절이 대단히 남성 중심적일지라도, 그 핵심은 22장의 여성 보호적인 내용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 내용의 핵심은 만일 남편이 부정으로 오해해서 여인을 잘못 내쫓았을 경우 그 여인을 다시 데려와야 하고(신 22:19), 약혼하지 않은 처녀를 범한 남자는 그 여자와 이혼할 수 없다(신 22:29)는 데 있다. 이는 당시의 열악한 여성을 보호하고 여성의 인권을 중시하는 차원에서 이혼할 수 없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성서적 원리를 보여주는 구절이다. 개혁신앙은 이 원리를 중시하여 여성이 함부로 이혼을 당하여 남성 중심적 사회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여성인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계속)
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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