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유한 농부 비유(눅 12: 16-21)
(1) 인간의 생명 가치가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
형과 재산 분쟁에 있는 한 사람이 예수에게 와서 재산을 나누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예수는 이 요청을 거절하면서 말씀하신다: “이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장이나 물건 나누는 자로 세웠느냐”(눅 12:14). 예수는 이 사람이 가진 탐욕에 대한 경고를 하시면서 부유한 농부(the Rich Farmer)를 비유로 교훈하신다:
“한 부자가 그 밭에 소출이 풍성하매, 심중에 생각하여 이르되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하고,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눅 12:16b-21)
이 사람은 예수를 정상적인 랍비로 보았다. 법적 사건이나 유산 분쟁을 해결하는 일은 랍비의 의무에 속했다. 예수는 자신의 임무는 세속적인 분쟁의 해결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일이라고 천명하시고 그의 요구를 거절하신다. 예수는 재물을 축적한 부자가 하늘 나라에 재물을 저장하지 않고 자기 곳간을 더 크게 짓고 저장하는 일에 대하여 경고하고 있다. 하나님이 그의 영혼을 불러가시면 그의 축척된 재물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는 것이다.
(2) 현세 물질주의자들의 어리석음: 탐심의 허무성
부유한 농부(the Rich Farmer) 비유에서 농부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현세만 알고 생각하는 현세주의자였다. 그는 소농(小農)이기 보다는 지주(地主)일 것이다. 그의 생각은 비록 합리적이기는 하나 근시안적이다. 소출이 풍성한 농부는 즐거운 걱정을 하면서 자기 곳간을 더 크게 짓기를 계획한다: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하고,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눅 12: 17-18). 그는 풍성한 소출을 허락하신 하나님에게 감사하지 않고 모든 것이 자기의 노력에 기인하였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를 칭찬하고 자기 만족에 빠진다: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눅 12:19).
이를 지켜보시는 하나님은 이 농부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 부자의 영혼이 그날 밤 하나님에게 소환되면 그의 모든 소출과 재산은 그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부유한 농부는 농사에 성공하였으나 육신의 편안함만을 생각하기를 도모하였고 그 성공한 소출의 일정 부분을 가난한 이웃과 나누고 그 소출을 가지고 이웃을 섬기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그의 영혼을 불러 가시게 되면 농부의 재산은 그 자신를 위해서 쓰지 못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서도 사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눅 12:21). 그는 자기 자신과 현세만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a fool)였다.
(3) 우리는 하나님의 청지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말고 공동체 유익을 위하여 사용
비유에 그려진 부유한 농부는 사심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자기가 모은 재산의 노예이다. 그는 자신의 재물이 이웃을 위하여 위탁된 것이요,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청지기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예수의 제자 야고보 사도는 재물을 자기의 것으로 사유화한 세상적 부자들을 향해 경고한다: “들으라 부한 자들아 너희에게 임할 고생으로 말미암아 울고 통곡하라. 너희 재물은 썩었고 너희 옷은 좀먹었으며, 너희 금과 은은 녹이 슬었으니 이 녹이 너희에게 증거가 되며 불 같이 너희 살을 먹으리라 너희가 말세에 재물을 쌓았도다”(약 5:1-3). 예수 시대 바리새인들은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눅 16:14)이어서 하늘나라에 재물을 쌓아두는 비밀을 몰랐다. 오늘날에도 바리새인들과 같이 하나님과 재물과 명예를 겸하여 섬기는 신자들은 하늘 나라에 재물과 명예를 쌓아두는 비밀을 알지 못한다. 자기의 곳간에 쌓아 놓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의 것이 아닐 수 있다. 화재나 재난이 와서 없어 지거나 도적이 와서 가져 갈수도 있고 소유자인 자신이 죽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나 가난한 이웃을 도우거나 섬기는데 그 재물을 나누어 사용하면 그것은 가장 확실히 하나님의 창고에 저축한 것이 되어 가장 확실한 자기의 것이 된다. 이것이 재산 사용의 역설이다.
신자는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재물을 습득하는 과정이 정의로와야 한다. 기업가는 노동자를 수탈하고자 저들의 정당한 임금을 착취해서 재물을 모아서는 않된다: “보라 너희 밭에서 추수한 품꾼에게 주지 아니한 삯이 소리 지르며 그 추수한 자의 우는 소리가 만군의 주의 귀에 들렸느니라. 너희가 땅에서 사치하고 방종하여 살륙의 날에 너희 마음을 살찌게 하였도다”(약 5:4-5).
자기가 청지기라는 사실을 아는 신자들은 자신의 재물을 사욕을 위하여 쓰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대한 구제)를 이루는 데 사용한다. 진정한 신자들은 자기 사욕을 위하여 재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재물을 불우한 이웃과 극빈자들과 사회적 소외자들의 복지를 위하여, 국내, 국외, 미지종족 선교의 프로젝트를 위하여 사용한다.
19세기의 복음주의 정치지도자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와 그의 동료 부유한 귀족들은 영국 런던에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클라팜(Clapham)에 살면서 당시 사회적 맹점을 일부 공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매우 후하게 자선을 베출었다. 이들은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노예들을 해방하고 자유를 주는데(1833년) 큰 기여를 하였다. 이들은 노예제 문제 외에도 형벌과 의회법 개혁, 주일학교, 소책자, 크리스찬 옵저버 신문 발행을 통한 대중교육, 인도 등 식민지에 대한 영국의 의무, 성경공회와 교회선교회 설립을 통한 복음전파, 공장과 관련돈 법률제정에 관여하였다.
오늘날 미국의 빌 게이츠(Bill Gates), 워렌 버핏(Warren Buffet)과 같은 세계 최대 부호들은 재산의 절반을 경쟁적으로 기부하고,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99%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고 복지 재단을 만들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부를 자기만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고 불행한 이웃을 섬기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부유한 자들이지만 미련한 부자가 아니라 슬기로운 부자들이요 이웃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부자들이다.
(4) 인간의 가치는 하나님에 대하여 부요한 삶을 사는 데 있다.
예수는 이 비유를 통하여 우리들 속에 있는 탐심을 물리치라고 가르치신다. 인간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이란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느냐에 있지 않고 이웃과의 나눔과 이웃에 대한 섬김에 있다. 부자들은 소유가 많기 때문에 불우한 이웃과의 나눔과 섬김을 위한 좋은 위치에 있다. 구약성경의 가르침에 의하면 사람은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자신의 땅 위에서 삶의 한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군다나 동터오는 하나님 나라에 직면하여 지상의 재물에만 소망을 두고 지상의 곳간에 재물을 쌓아두는 자는 세상적으로 부요하나 하나님에 대하여 부요한 자가 아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자들을 기쁘하시지 않으신다.
하나님에 대하여 부요한 자는 자신의 재산을 지상의 곳간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곳간에 쌓는 것이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a).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길은 가난한 자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이들과 나누고 이웃의 복지를 위하여 자신의 재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웃에 대한 바른 섬김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재능과 물질을 나누는 것은 하나님에 대하여 부요해지는 것이다. 예수는 다음같이 말씀하신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 6:19-21).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는 것은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하여 가진 재물을 헌납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가 벌어들인 재물을 자기 소유로 생각하지 말고 자기를 위해서는 검소하게 쓰고 교회와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어떤 사람들은 그 막대한 소유를 공동체를 위하여 쓰기는 커녕, 자기와 자기 가족 만을 위하여 사용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 어떤 목회자는 평생 목회를 하며 교회에 의존해 먹고, 자식을 교육시키고, 시집 장가 보내고, 독립시키고도, 은퇴하면서 공동체의 재산을 사유화하기 위해 빼내가는 일도 있다. 이는 성직자의 신분에 걸맞지 않는 아름답지 못한 일이다. 이는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땅에 재물을 쌓아두는 어리석은 짓이다.
미국의 석유재벌 존 록펠러(1839~1937)는 역사상 최고 부자로 꼽히는 백만장자이다. 그는 정유 사업에 뛰어들어 '스탠더드 오일'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그의 사업 방식은 효율성과 잔인성을 겸비한 무자비한 공격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순전히 경쟁자들을 축출하기 위해 원가 아래로 가격을 낮추어 다른 정유 업소들을 잡아먹었다. 석유업계를 독점적으로 지배한 후 엄청난 이익을 차지했지만, 그러는 동안 입법부를 매수하고 광산 노동자의 파업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많은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그가 미국인들이 가장 증오하는 인물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록펠러의 인생이 바뀐 것은 불치병으로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은 55세 때의 일이었다. 최후의 검진을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그는 로비에 걸린 액자의 글을 보았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더 복되다.' 그는 이 순간에 엄청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마침 이때 입원 수속 카운터 앞에서 병든 소녀를 데리고 온 어머니가 입원비가 없어 울며 애걸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비서에게 입원비를 대신 내주게 하고 이를 비밀에 부쳤다. 얼마 후 소녀는 기적처럼 회복되었다. 그는 후일 자서전에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삶이 있는지 몰랐다"고 썼다. 이후 그는 자린고비에서 자선가로 변신했다. 그는 침례교단 교회에 기부를 늘리고, 명문 시카고대학을 세웠으며, 1913년에는 '전 세계 인류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록펠러 재단을 설립했다. 남의 돈을 빼앗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며 산 삶보다, 베풀면서 산 삶이 더 행복했다고 록펠러는 말한다. 그가 1937년 98세로 별세할 때까지 남을 도우는 자선에서 느끼는 하나님 앞의 부요함이 값지다는 사실을 체험한 신앙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아들 존 록펠러 2세는 1930년대 뉴욕의 명물이요 관광코스인 록펠러 센터를 건립했다. 그는 1940년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외교자문이었던 맏 아들 넬슨과 체이스은행과 월스트리트 책임자 둘째 아들 데이비드의 설득으로 막 태동한 국제연합 빌딩을 짓도록 뉴욕 이스트 강변(江邊)의 땅을 구매하도록 850만불을 희사하였다.
야고보는 신자의 믿음은 이웃의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을 위하여 구제하고 나누고 이들을 섬기는 삶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천명한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 15-17). 경건은 이웃 사랑으로 나타나야 한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약 1:27). 불우한 이웃을 위하여 사랑을 베푸는 삶은 하나님에 대하여 부요한 삶이다. (계속)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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