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사회적·개인적 영향력이 이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교에 대한 종교인과 무종교인 사이의 인식 차이도 커졌다.
한국갤럽(이하 갤럽)은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7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9세 이상 1,500명(종교인 598명+무종교인 902명)을 대상으로 종교 현황 및 인식을 조사해 20일 그 두 번째 결과(첫 번째 결과는 18일 발표-관련 기사 클릭)를 발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 포인트. 갤럽은 이 같은 조사를 지난 1984년 처음 실시한 이래 1989년, 1997년, 2004년, 2014년에도 비슷한 조사를 했었다.
#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이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는지, 감소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54%가 ‘과거와 비슷하다’고, 28%는 ‘감소하고 있다’고, 18%는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1984년 이래 처음으로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증감 의견이 뒤바뀐 것이다. 갤럽에 조사에 따르면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은 1980년대 약 70%에서 1997년 59%, 2004년 54%, 2014년 47%로 줄었다. 그런데 이후 7년 만인 올해 그보다 30% 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 반면,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은 1980년대 약 10%에서 2014년 19%였고, 올해 28%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과거와 비슷하다’는 10% 미만→34%→54%로 늘었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을 종교별로 보면 개신교인은 2014년 59%에서 2021년 26%로, 불교인과 천주교인은 약 50%에서 20% 내외, 무종교인은 40%에서 15%로 줄었다.
# 종교의 대사회 기여… 무종교인 82% ‘부정적’
‘요즘 종교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4점 척도로 물은 결과, ‘(매우+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는 응답이 2014년 63%에서 2021년 38%로 하락했고, ‘(별로+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38%에서 62%로 늘었다. 갤럽은 “7년 사이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긍·부정 인식이 반전했다”고 했다.
또 종교인은 대체로 종교가 사회에 도움 된다고 보지만(개신교인 2014년 87%→2021년 80%, 천주교인 79%→65%, 불교인 67%→59%), 무종교인의 82%는 부정적이었다. 종교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014년 대비 종교인은 10% 포인트 내외가 감소했지만, 무종교인(48%→18%)은 30% 포인트나 떨어졌다.
# 개인 생활에서 종교의 중요성… 무종교인 89%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개인 생활에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4점 척도로 물은 결과, ‘(매우+어느 정도) 중요하다’는 응답이 38%, ’(별로+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62%로 나타났다. ‘중요하다’는 응답은 1984년 68%에서 2014년 52%까지 점진적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같은 기간 ‘중요하지 않다’(25%→48%)보다는 많았었다. 그런데 올해 역전됐다.
이 같은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무종교인의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종교인은 7년 전과 비슷하지만, 올해 무종교인의 89%는 개인 생활에 종교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7년 전 70%에서 약 20% 포인트가 는 것이다.
더 장기간을 놓고 보면 종교인과 무종교인 모두에게서 생활 속 종교의 중요성이 약해졌는데, 그 정도는 달랐다. 개신교인은 1980년대 97%가 ‘개인 생활에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했고 2000년 이후에도 90% 수준이지만, 천주교인(1984년 97%→2021년 85%), 불교인(88%→62%), 비종교인(48%→11%)으로 갈수록 하락폭이 더 컸다.
# “자발적 신자 유입 기대 어려워”
갤럽은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사회적 기여, 생활 속 종교의 중요성 세 항목 모두 2014년과 이번 2021년, 7년 사이 긍·부정 양상이 뒤집혔다”며 “또한, 종교인과 무종교인 간 괴리는 더 커졌다”고 했다.
이어 “2014년에는 종교인과 무종교인이 반반이었으나, 2021년에는 무종교인이 60%로 늘어 중심이 기울었다”며 “무종교인 중에서는 ‘호감을 느끼는 종교가 없다’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2004년 33%→2021년 61%) 예전보다 자발적 신자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고, 포교 활동 역시 코로나19로 여의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초자연적 개념에 대한 인식
여러 종교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초자연적인 개념 각각에 대한 존재 여부를 물은 결과 ‘존재한다’는 응답을 기준으로 보면 △기적 57% △죽은 다음의 영혼 43% △극락·천국 43% △절대자·신 39% △귀신·악마 38% 순으로 나타났다.
종교별로 보면 여러 초자연적 개념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개신교인 중에 가장 많았고(극락·천국, 절대자, 기적, 사후 영혼 80%대 귀신·악마 71%), 이어 천주교인(극락·천국 82% 귀신·악마 57%), 불교인(극락·천국 72% 귀신·악마 56%) 순이었다. 무종교인 중에서는 기적의 존재만 45%가 믿을 뿐, 그 외 다른 개념을 믿는 사람은 25%를 밑돌았다.
갤럽은 “1984년 이래 종교의 사회적 위상은 많이 바뀌었지만,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절대자·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1980년대 50%대에서 2014년 이후 39%로 줄었고, 사후 영혼(1997년 53%, 2021년 43%)과 귀신·악마(1997년 51%, 2021년 38%)를 믿는 사람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기적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꾸준히 60% 내외, 극락·천국은 40% 내외다.
# 명절 차례 방식
설이나 추석 명절에 어떤 방식으로 차례를 지내는지 물은 결과 △58%는 ‘유교식으로 절을 한다’ △10%는 ‘기독교식으로 기도나 묵상을 한다’ △32%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교식 차례를 지내는 사람은 2006년까지 80%에 가까웠으나, 2014년 71%, 2021년 58%로 줄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은 2009년까지 10%를 밑돌다가 2014년 12%에서 2021년 32%로 늘었다.
갤럽은 “차례 방식은 종교별 차이가 큰 편”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불교인 대부분(89%)과 무종교인 다수(66%)는 유교식으로 차례를 지내며, 개신교인 절반가량(47%)은 기도·묵상을 한다.
갤럽은 “개신교인, 천주교인, 무종교인 중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이 2014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이는 지난 7년 간의 라이프스타일 변화, 작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적 모임·명절 이동 제한 조치 등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한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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