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미생물, 그 본 모습은
1) 미생물의 분류
코로나19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사실 뜸팡이와 쪽팡이, 바이러스를 구분할 수 있는 신자들도 많지 않았다. 그만큼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같은 영역은 그저 전문가들이나 관심을 가지는 영역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현실화되고 나서야 비로소 대부분의 신자들은 바이러스가 무엇이고 도대체 하나님은 왜 이 같은 대소동의 주인공을 창조하신 것인지 자문하기 시작했다. 목회자들이라고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미생물(microorganism , 微生物)은 육안의 가시한계를 넘는 0.1mm 이하 크기인 미세한 생물로 주로 단일세포 또는 균사로써 몸을 이루어 최소 생활단위를 영위하는 생물로 주로 조류(algae), 세균류(bacteria), 원생동물류(protozoa), 사상균류(fungi), 효모류(yeast, 뜸팡이류), 곰팡이 등과 한계 생물이라 할 수 있는 바이러스(virus) 등이 속한다.
본래 이들 미생물은 분류학상으로 보면 은화식물(隱花植物, 민꽃식물, Cryptogamae)에 속한다. 민꽃식물이란 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의 총칭이다. 크리스천 과학자였던 분류학의 아버지 린네가 「식물의 종」(1753)에서 식물계를 24강(綱, class)으로 분류하고, 그 중에서 양치류(羊齒類)·선태류(蘚苔類)·조류(藻類)·균류(菌類)를 하나로 통합하여 민꽃식물이라 했다. 사실 이 같은 분류법은 린네가 원조였다. 오늘날 분류학의 시조로 불리는 린네는 생물을 분류하고 연구하는 데 있어 확고한 기본 입장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성경 창세기에서 말하고 있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생물의 종류를 분류해 보는 것과, 그 종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종류로 절대 변화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것은 모태 신앙인으로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보수적 신앙의 유산 덕분이었다. 생물의 종(種)에 대해 그는 전혀 우연론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생물은 모두 하나님의 섭리(攝理)였다. 예를 들어 린네가 볼 때 라플란드 이끼의 변종(變種)이 이곳에서는 자라고, 저곳에서는 자라지 않는 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믿음에 린네는 원칙만 따르는 도서관 직원 같은 기질을 가진 인내심 강하고 정확한 스웨덴 사람이었다. 토마스 쿤과 프린스턴대학에서 교수를 지낸 과학사상가 찰스 길리스피(C. C. Gillispie)가 린네는 자연을 볼 때 사상이 아닌 신앙의 눈으로 보았다고 평가한 것이 이해가 간다.
일단 종을 나눈 다음 그 종 안에서의 특성으로 생물을 구별해 보고자 했던 린네의 분류 방법은 참으로 성경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그는 철저한 창조론자였다. 동물보다 식물을 다루는 데 있어 린네는 더욱 꼼꼼하게 관찰하고 발전한다. 17세기, 식물의 꽃은 식물의 성을 나타낸다는 생각이 퍼져있었다. 린네는 꽃의 형태를 분류에 활용한다. 그는 식물을 꽃의 수술의 수, 비율, 배열에 따라 24개의 강(綱, class)으로 나누었다. 강은 암술대의 수에 따라 목(目, order)으로 나뉘고, 목을 결실 방법에 따라 속(屬 )으로 나누었다. 속은 그것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에 따라 종(種)으로 분류하였다. 이 같은 린네의 명명법은 동물학으로까지 확장되어, 창조주께서 주신 주요 성질은 속(屬)으로 부수적인 성질은 종(種)으로 명명되었다.
식물학의 아버지로도 불렸던 린네 사후 프랑스 식물학자 A. T. 브로냐르는 식물계를 꽃의 유·무로 크게 나누어 꽃을 피우는 것을 현화식물,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을 은화식물로 정리하였다. 이 은화식물의 균류 안에 쪽팡이(세균, bacteria)와 진균류(眞菌類)의 뜸팡이(효모)와 곰팡이가 존재한다. 이 가운데 쪽팡이(세균, 박테리아)는 인체에 들어와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다. 린네도 모르던 미시의 생물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이들 미생물은 세균 말고도 바이러스가 있다. 바로 코로나19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이들 감염성 질병을 일으키는 두 미생물인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2) 세균과 바이러스의 구분
미생물은 광학현미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최소(最小) 생명체를 말한다. 이들 미생물을 크게 나누면 조류(藻類, algae), 원생동물(protozoa), 사상균(絲狀菌, mold), 효모(酵母, yeast), 버섯, 세균(bacteria), 리케챠(rickettsia), 바이러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위생(衛生) 측면에 있어 미생물은 발병이라는 현상을 동반하는 특징을 갖는 경우가 있다. 의학은 곰팡이, 버섯류, 부패세균 등을 깊게 다루지 않는 반면, 식품위생학은 이들 미생물들 상세히 다룬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의 중요 병원성 미생물들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영역에 존재한다. 원생동물군 가운데는 사람 장관(腸管)에 기생하는 아메바 종류가 있고, 광합성이 없고 운동성도 없으며 대부분 육지성인 진균류들은 형태가 다양하고 무성 또는 유성으로 포자(胞子)를 형성하여 증식하는 사상균(絲狀菌, 곰팡이)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항생물질도 만들어내고 식품 부패에 관여하기도 하고 주정 공업에 이용되기도 하고 효모(yeast, 뜸팡이)도 포함한다. 거대 곰팡이라 할 수 있는 버섯류도 여기에 속한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중간 미생물에 속하는 리케챠에는 발진티푸스 병원체가 있다.
쪽팡이(박테리아, 세균)는 스스로 증식하는 반면, 바이러스는 숙주(宿主, Host)세포에 기생하는 미생물이기에 전혀 다르다. 쪽팡이는 1~5㎛(100만분의 1미터)크기로 가장 작고 간단한 단세포 생물(식물)로 토양, 물, 공기를 비롯해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를 비롯하여 내부기관지 또는 장(腸)에 까지 존재한다. 쪽팡이 대부분이 병원균(病原菌, pathogenic bacteria)이지만 사람과 전혀 무관한 것과 유산균, 발효균, 초산균, 방사균처럼 유용한 세균도 일부 있다.
이들 쪽팡이는 이미 학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미생물이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달랐다. 독감 등의 유발 미생물임을 알면서도 20세기까지만 해도 그 속성에 대해 알려진 게 그리 많지 않았다. 유명한 생물진화론자 굴드(Stephen Jay Gould)조차 미생물들이 인간들에게 과소평가되어 왔다면서 그 수에 있어 다른 생명체를 압도하는 이 작은 생물체의 수와 다양성을 논하면서 현대가 박테리아 시대(Age of Bacteria)라고 했을 정도다.
역사상 인류를 가장 괴롭혀왔고 지금도 퇴치되지 않고 있는 전염병 결핵이 바로 쪽팡이인 결핵균에 의한 것이다.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도스토예프스키, 발작, 쇼팽, 작가 김유정, 시인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 결핵이고 대한민국의 유명 목회자 한경직, 정진경, 조용기 등을 괴롭힌 것이 바로 결핵이었다. 결핵균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주전 384-322)까지 언급했을 정도로 인류 역사와 함께 인류 곁에서 인류를 괴롭혀온 ‘모든 질병의 왕’이었다. 물론 이들은 결핵이 미생물인 균(菌)으로 말미암는 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결핵이 전염병인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1865)한 사람은 프랑스 외과의사 J. A. 빌맹이었고 결핵균을 발견한 것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R. 코흐였다. 이 결핵균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상황에서 슈퍼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우리 인류는 신음하고 있으니 디지털시대가 왔다고 환호하던 인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는 이미 사망률에 있어 바이러스인 에이즈를 능가하고 있으니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바이러스는 세균보다도 그 크기가 훨씬 작아서 0.05~0.1㎛에 불과해서 세균보다 최고 100분의1 정도로 작다. 세균이 단세포로 이루어져 세포벽, 세포막, 유전정보(DNA, RNA)가 들어있는 핵, 단백질 등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세균보다 작은 바이러스는 유전정보가 들어있는 핵(주로 RNA 또는 DNA)이 단백질에 둘러싸여 있는 형태로 세포라고 볼 수가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세포를 숙주(宿主, Host)로 한 기생(寄生)의 형태로 생존하는 것이다. 즉 바이러스는 유전물질만 가지고 인간과 동물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 그 숙주세포의 효소, 단백질 등을 이용해 그 수를 늘려 나간다. 바이러스를 생물로 규정하지 않으려는 과학자들도 일부 있는 이유다. 그것은 바로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세포(숙주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떤 생명 활동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균도 통제하기 쉽지 않은데 바이러스를 통제한다고? 그리 간단치 않다. 슈퍼박테리아에 한가지 무기가 있기는 하다. 바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박테리오 파지’라는 바이러스다!
어찌되었든 진화생물학자들조차 도대체 이들 미생물들이 얼마나 많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 정확한 파악을 하지 못한다. 현재 3천 만종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 가운데 단지 150만종만이 명명되어 있을 뿐이다. 명명되지 않은 생명체의 대부분은 미생물들이다. 생물 종들은 빠르게 멸종되어 가고 있는데 그 속도는 알 수 없으며 학자들은 대략 연간 0.1% 정도로 추정할 뿐이다. 이 수치는 인류가 지구에 출현하기 이전과 비교하여 1,000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생물 종들이 다양하지 못했던 초기 지구 환경의 악조건(?)에서도 이 완벽한 생명의 고향 지구에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종 간 진화를 하고 살아남아 폭발 번식했다는 것일까? 그런데 오늘날 이 좋은 환경 속에서는 빠르게 생물 종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다고? 지금이 폭발 번식하기 더 좋은 환경이 아닌가? 환경과 생화학과 미생물을 두루 배웠던 신학자·목사로서 필자는, 완벽하게 생태계가 잘 유지되고 있는 오늘날의 생태환경 속에서도(물론 그렇지 않은 환경도 있기는 하지만) 생물 종들이 오히려 빠르게 멸종되어 가고 있다는 생물진화론자들의 추정은 과연 우연 진화가 정말 맞는 것인지 여전히 회의를 가지게 만든다. 필자만의 생각일까? (계속)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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