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5일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기존 5개 단계에서 4개 단계로 줄인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언해온 ‘자율’ 방역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하고자 하는 첫 번째 목적은 다중이용시설의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자율’ 방역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현행 5단계 체계를 간소화함으로써 정부의 단계별 대국민 행동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1.5, 2.5 단계 등을 줄이고 단순화했다고, 보다 효율적인 방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종교시설의 경우 좌석 수 기준 현장 종교활동 참여 비율을 1단계 50%, 2단계 30%, 3단계 20%, 4단계 비대면 등 기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방역 수준이 ‘과학’은커녕 ‘산수’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렇게라도 계속해서 예배를 강제적으로 통제하려는 속내가 무엇이든 간에 최소한 스스로 공언한 자율 방역을 ‘허언’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이제까지의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방역 수칙을 보다 꼼꼼히 지키는 방식으로 방역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정세균 총리는 거리두기 완화를 발표할 때마다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방역과 민생의 균형점을 찾으려 고심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어왔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정부가 구상하는 거리두기 개편이 국민을 위한 자율 방역, 즉 스스로 실천하는 방역은 고사하고 정부의 변화된 방역 의지에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공감하게 될지 점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회 예배 등을 여전히 좌석 수를 기준으로 통제해야만 하는 합당한 근거도 사실상 없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가 지난 5일 정세균 총리에게 “2020년 7월 8일 ‘교회의 소규모 모임과 행사에서 절반가량의 감염사례가 나왔다’고 한 발표에 근거를 제시하라”며 질의서를 보냈다. 예장 고신 총회도 예자연과 함께 10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동시에 세계로교회 등의 교회 폐쇄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교단과 교계 단체가 잇따라 정부의 과도한 방역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을 두고 교계 일각에서는 엄중한 사회적 책임 앞에 자중해야 할 때라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을 잘 지키고 있음에도, 통성기도, 찬송 등 예배 내용까지 간섭하는 방역당국의 과도한 행정조치로부터 교회의 예배할 권리를 지키는 것이 교회의 사회적 책무의 하나라는 점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정 총리는 “교회 소모임 등을 통한 감염사례가 절반가량”이라며 한국교회를 마치 코로나19 감염 진원지로 에둘러 지목했다. 반면에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월 1일 언론과의 백브리핑에서 “교회의 경우 밀집도가 낮고 사전에 방역조치들이 이뤄져 지금까지 대면 예배를 통한 감염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 입으로 두말 하듯 하는 정부의 표변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교회가 언제까지나 정부 탓만 할 정도로 상황이 한가한가?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교회가 당면한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예배를 비롯해 전도, 교육, 코이노니아 등 모든 목회 기능이 ‘호흡 정지’ 상태라고 할 정도다. 예자연의 표현대로라면 ‘질식’이고, 그 다음 단계는 어느 교회, 누구에게 ‘사망선고’가 내려질지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있다.
예장 합동총회가 얼마 전 목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실체가 보다 뚜렷이 드러난다. 여론조사 기관인 지앤컴리서치가 담임목사 및 부목사 6백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목회활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4%가 코로나19 종식 후 출석 교인이 “감소할 것 같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종식 후 예상되는 교회의 변화 1순위로도 △교회 출석 교인 수의 감소’(19.4%), △소형교회·개척교회 어려워짐(13.2%) △주일·교회학교 학생 감소의 가속화’(13.1%) 등의 순으로 꼽았다.
한 두 번의 여론조사만으로 코로나 사태 전반을 직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공히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느끼는 불안감은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진 오래다. 그것을 누가 신앙이 부족하다고 책망하거나, 근거 없는 기우라고 일축할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부가 유독 종교에만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방역조치를 들이 밀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정부 탓, 언론 탓으로 오늘의 현실을 바꿀 재간은 누구도 없다. 비록 총리가 “교회 행사 등에서 절반가량의 감염자가 나왔다”는 식으로 침소봉대해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가게 했어도, 그것을 언론이 그대로 베껴 써서 교회가 사회에 ‘해충’ 취급을 받게 만들었어도, 교회는 누가 뭐라 해도 교회가 가야 할 길을 가는 것, 그 길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백신 접종이 상당히 진척된 미국 등은 이제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와 같은 기본적인 방역 시스템조차 자율로 전환되고 있다. 그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이 “터널의 끝”이라고 말한 지가 언젠데 여전히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조차 숫자노름에 춤춰야 하는 오늘 우리의 현실은 이제 막 “터널 입구”에 도달한 것처럼 어두침침하고 막막하다.
그렇지만 온 국민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한국교회가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 비록 정부의 교회에 대한 방역조치에 반발하는 교회와 그렇지 않는 교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가 그런 문제에 발목이 잡힐 경우, 그런 상황을 조장해 놓고 정치적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음을 살피고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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