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이하 문선연)이 최근 ‘2020 대중문화 키워드로 살펴보는 대중의 열망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문화포럼을 열고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했다.
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 상황에서 랜선 문화는 음악회·전시회·뮤지컬·연극·미술관 투어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온라인 형태를 위한 특화된 형식으로 기획되고 있다”며 “이른바 랜선 문화 콘텐츠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이미 준비됐기 때문에 급속도로 확장할 수 있었고, 이제는 주류 대중 미디어로 진입했다”고 했다.
백 원장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83%가 유튜브를 한 달에 30시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앱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9.5시간이었는데, 카카오톡(12시간), 페이스북(11.7시간), 네이버(10.2시간), 인스타그램(7.5시간) 등과 비교했을 때 유튜브 사용 시간이 훨씬 길었다”며 “코로나19는 유튜브 사용빈도를 더욱 확대시켰고, 앞으로 더욱 그 영향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랜선 컬처는 온라인의 특징을 반영해 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창출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랜선 콘텐츠들은 시·공간의 확장과 쌍방향성(interactivity)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예컨대 유튜브 콘텐츠에 달린 댓글을 통해 소비자의 의견이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반영 된다”고 했다.
또한 “주류 미디어가 다루지 못했던 주제와 관점으로 대중들의 문화적 욕망들이 자유롭게 표출되며, 그들의 일상과 삶이 이야기로 표현됨으로써 대중적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기독교 콘텐츠도 기존의 설교 일변도를 넘어서, 찬양, 변증, 상담, 영성, 교육, 성경공부, 문화 읽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기독 유튜브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교회 공동체가 만든 공적 콘텐츠뿐만 아니라 평신도 각자가 각개 전투하듯 제작하여 즐기는 영상과 채널들이 크게 증가했다”고 했다.
백광훈 원장은 랜선 문화가 기독교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배란 설교라는 언어, 음향, 강단과 예배당의 조형물, 이미지, 시각 효과 등이 결합된 문화적 텍스트”라며 “이 온라인 예배는 예배당이라는 문턱을 넘어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 거실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복음은 그곳을 찾아가고 선포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예배가 불가능했을 때 기독교인의 가정에서 예배가 중계됐다. 그리고 적지 않은 비(非)그리스도인들이 예배 현장에 접촉할 수 있었다”며 “그야말로 ‘이리 오라’의 복음 선포가 아니라 ‘찾아가는’ 하나님 나라 선포의 장을 경험한 셈”이라고 했다.
윤영훈 교수(성결대)는 “트로트 열풍의 이면에는 이른바 ‘오팔 세대’(Old People with Active Life)라 불리는 60대 전후 어른들이 있다. 트로트 열풍은 노년이 아닌 신(新)중년으로 불리는 오팔 세대의 어떤 욕망을 건드렸다”며 “오팔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나 안정적인 경제력과 상대적인 시간여유를 지닌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인생 후반에 접어들면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나를 위한 소비’에도 열심”이라고 했다.
이어 “나이는 들었지만 이들은 과거의 문화가 아닌 현재의 문화에 대한 욕구가 크다.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하지만 속으론 이들에 대한 동경과 소통하고픈 욕망이 존재 한다”며 “하지만 K-POP과 신세대 음악을 이들의 취향에 맞추기가 쉽지가 않다. (때문에) 오팔 세대의 자연스러운 문화적 욕구와 취향이 트로트 열풍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변화는 트로트가 젊어졌다는 것이다. KBS 2TV ‘가요무대’는 지나치게 노년 세대들에 맞춰져 있어 오팔 세대들의 욕구 및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며 “오팔세대는 자신들의 애매한 취향을 맞춰줄 문화에 굶주려 있었다. 마침 젊어진 트로트는 이들의 취향을 파고들며 시대적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본래부터 트로트는 나이 든 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다만 90년대 이후 젊은 세대들이 아이돌과 힙합 같은 장르를 소비하면서 트로트는 나이 든 세대들만 소비하는 장르로 여겨졌을 뿐”이라며 “그래서 이를 소비하면서도 젊은 문화에 대한 욕망이 큰 오팔 세대는 대중문화의 변방으로 밀려나버린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트로트 신드롬은 결국 억눌렸던 오팔 세대의 욕망을 분출시킴으로써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도 이전 문화를 재해석하는 신선한 기획력과 동시대적(contemporary) 표현력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좋았던 그 시절, 우리가 즐겨 듣고 불렀던 노래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 영혼에 신선한 생기가 스며들고 흥분이 느껴진다. 그러나 교계는 이 노래들에 대한 역사적 기억과 기념에 무심했다”며 “이번 오팔세대의 트로트 열풍을 계기로 기독교 노래 유산이 재 발굴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성현 대표(필름포럼)은 “유산슬, 김다비, 린다G, 카피추 등 이들의 공통점은 ‘부캐’다. 본 캐릭터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나의 정체성’이라면, ‘부캐’(부캐릭터)는 ‘본캐’(본캐릭터)와 전혀 별개의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을 지닌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며 “‘부캐’는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에서 비롯된 현대 문화의 현상 중 하나”라고 했다.
이어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인 ‘페르소나’는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자신의 정체성과 다른, 일종의 가면으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인격이라고 지칭했다”며 “(그러나)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는 이런 페르소나가 부정적으로 작동할 때, 자신이 만들어 내거나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강요한 등장인물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마치 삶이라는 연극 무대의 등장인물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가면은 외부에서 오는 ‘비자발적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이 페르소나가 대단히 거추장스러워 보이고 위선적 인격을 양산하는 원흉처럼 생각했던 경향도 있었다”며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가면을 창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모가 자신의 본명을 지어줬다면,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자신의 이름(아이디;ID)은 자신이 직접 짓는 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SNS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하나의 내가 아닌, 다양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무대가 더욱 많아졌다. 페이스북은 글과 정보를 탐색하고 올리는 나로, 인스타그램은 사진 속 이미지로 존재하는 나로, 트위터에서는 정치적인 견해를 표출하는 나로 각각 존재 한다”며 “이렇게 ‘부캐’는 ‘진짜 나’와 ‘만들어 낸 나’ 사이의 관계가 갈등이나 대립이 아닌, 각각 독립된 주체로 활동하는 ‘다양한 나’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이 편입된 문화현상”이라고 했다.
성현 대표는 “(부캐의 유행으로) 이전 같으면, 딴 짓이라고 여긴 행동들이 여가활동으로 재조명됐다. 낮에는 엄격한 분위기에 맞춰 정장을 입고 일했던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다른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산다. ‘부캐’는 사회적 관계 맺음의 길을 보다 다양한 갈래로 여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며 “꾹꾹 눌러왔던 내면의 욕구를 캐릭터화로 공론화시키면, 그것은 더 이상 숨겨야 할 그림자가 아니다. 곧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이해를 돕는 단서를 제공 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우리는 교회에서 다양한 ‘부캐’들의 섬김과 활약에 빚지고 있다. 직장에서 각종 회의를 주재하며 ‘칼 같다’는 평을 듣던 분이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섬길 땐, 아이들의 터무니없는 수다에도 함께 웃어주며 넉넉한 태도로 섬긴다. 또한, 내성적인 성격으로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못하던 청년이 소그룹 리더가 돼서 조원들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외향적인 모습으로 섬기는 모습이 그런 경우”라며 “모두 평소 자신의 본래 캐릭터가 아닌, 섬김의 ‘부캐’가 되어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다. 고전 9장 19-23절을 보면, 바울이 어떠한 태도로 복음을 전하는 사도였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울은 자신의 자유함을 유대인들에게, 율법 없는 자에게, 약한 자들에게, 매를 맞는, 여러 모습으로 되는 데 사용했다고 고백했다”며 “목적은 하나였다. 복음을 위하여,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함이었다. 바울에게도 복음 전파를 위한 다양한 ‘부캐’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목회자는 ‘부캐’ 현상 안에 있는, 인간 이해에 대한 단서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획일적으로 신앙인의 유형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모든 사람을 틀에 맞추려는 시도는 성도를 위선자로 만들기 쉽다”며 “‘부캐’는 인간 안에 내재된 욕구를 캐릭터화해 그동안 두루뭉술하게 보아왔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부캐’는 고집불통의 한 면만을 붙잡고 살다 지친 이들에게 죄책감 대신 그런 패턴을 멈추고 자기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태도를 가져도 된다는 이정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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