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원로)가 지난 2000년 2월 13일부터 사랑의교회에서 한 ‘산상수훈 설교 시리즈’를 차례로 소개한다. 아래는 시리즈의 두 번째 설교 ‘빈 마음’(마 5:3, 누가복음 6:20)을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옥 목사는 “현대인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중 ‘가난’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사상가는 ‘가난해지지 않도록 결심하라. 가난은 행복의 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말 한마디가 현대인의 마음 속 생각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며 “어쩌면 가난은 악인 것 같다.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든다. 갖가지 사회의 악을 키우는 온상을 우리는 가난한 자리에서 많이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가난이라는 용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또 누가복음 6:20에서는 심령을 빼고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나왔다. 아마 예수님의 이런 말씀은 돈이나 부, 향락을 우상처럼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정말 매력 없는 말씀”이라며 “더욱이 이 가난이라는 단어가 가진 원래 의미는 헬라어로 '푸토코스(ptokos)'다 적당히 갖고 약간 아쉽게 사는 가난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굽신거리고 동냥하는 거지의 형편에 해당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경에 나오는 거지 나사로와 같은 사람들이다. 바로 '푸토코스(ptokos)'는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사용하시는 가난에 해당하는 용어다. 그러니 이게 왜 복인가? 저주스런 것이다. 어떻게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나? 주님이 우리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말씀을 하시려면 ‘심령이 부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씀하셔야 할 듯하다”며 “이것이 우리가 오늘 말씀을 접할 때의 느낌이고 반응이다. 저나 여러분은 가난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기억할 건 이 말씀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로서 권세를 가지고 선언하시는 진리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옥한흠 목사는 “하나님의 아들이시자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에게 선언하시는 말씀이다. 무지함과 어둠에 쌓여있는 인간들에게 빛이자 진리이신 예수께서 선언하시는 말씀인 것”이라며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물질적으로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왜냐면 천국이 저희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신 주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 말씀 안에 구원이 있다. 행복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마태복음에서 말하는 ‘심령의 가난’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할 마음의 태도다. 사람 앞에서 무슨 심령이 가난하고 부한 게 상관이 있겠는가? 없다. 사람 앞에서는 우리 있는 모습 그대로 대하면 된다”며 “그러나 만유의 주가 되시고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거룩한 하나님 앞에 우리가 나아갈 때 우리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 그것은 심령이 가난해야 한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마음을 비우는 게 심령의 가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르게 말하면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낮아지는 마음의 태도다. 마음을 비우면 낮아질 수 있다. 낮아진 사람만이 마음을 비울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을 우러러 볼 수 있다”며 “하나님은 ‘마음이 빈자’와 ‘비지 못한 자’를 이 짧은 에피소드로 설명하고 있다. 누가복음 18장 9절 이하를 보면, 바리새인과 세리가 성전에 기도하러 같이 들어갔다. 바리새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잘 지킨다는 자부심과 율법을 지키고 거룩한 생활을 한다는 사람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다. 반면 세리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매국노요. 양심을 떼놓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쓰레기 취급받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특히 “바리새인은 성전 앞에 앉아 머리를 들고 하늘을 향해 눈을 뜨면서 ‘하나님 아버지 저는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사람입니다. 토색하는 사람, 악한 일을 행한 사람들과 다릅니다. 이들과 구별됨에 감사합니다. 저는 1주일에 1번씩 십일조를 꼬박 냅니다’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이런 자에 대하여 마음이 부한 자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들은 하나님 앞에서 뭔가 자꾸만 자랑하고 싶은 것”이라며 C. S. Lewis는 “우리가 신앙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좀 더 낫다, 거룩하다, 선하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하나님의 지배를 받지 않고 악마의 지배를 받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왜냐면 하나님이 이런 마음의 태도를 영적 교만이라고 하셨다. 이는 하나님을 철저하게 대적하는 인간의 악한 마음의 상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옥한흠 목사는 “바로 바리새인이 이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한편 세리는 성전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가슴을 치면서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고 했다. 그저 그 말밖에 할 게 없었다. 하나님 앞에 나오니 내놓을 것도, 자랑할 것도 없었다”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게 소용이 없다는 걸 철저히 깨달았다. 그래서 철저하게 자신을 비하시켰고 철저하게 자기를 포기했다.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긍휼히 여기신다. 왜냐면 마음을 비우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주님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한 사람이 세리에 해당한다고 하셨다. 왜 우리가 믿음이 안 자라나? 왜 하나님 말씀이 내 마음에 깊이 터치가 안 되나? 왜 우리 심령에 기쁨과 감사가 없는가? 왜 이 한번 밖에 없는 생애를 하나님이 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가? 이유는 단 한 가지”라며 “마음이 부해서 그렇다. 기대고 싶은 게 많다. 하나님께 자랑하고 싶은 게 많다. 그러니까 하나님 말씀이 내 마음 깊숙이 들어오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진정 예수 믿는 사람이라면 우리 출신 성분으로 하나님께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지위가 아무리 대단해도 능력이 있어 세상 적으로 성공했을지라도 그것으로 하나님 앞에 뭔가 내놓으려는 심리를 가지면 안 된다”며 “내가 지금까지 선하고 양심적으로 살며 특별한 죄를 범한 적이 없다는 생각은 소용없는 생각이다. 거룩한 하나님 앞에서 아무 소용도 없는 얘기다. 이런 사람은 주님이 말씀하시는 복 있는 자, 행복한 자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내가 가진 재산으로 우리 마음이 든든할지 모른다. 그 든든한 마음이 결국 하나님 앞에서 우리 심령을 가난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라며 “사도바울은 예수를 몰랐을 때, 교만하고 상당히 긍지를 가진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예수님을 만나자마자 모든 걸 배설물처럼 쓸어버렸다. 마음을 비우며 ‘다 소용없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예수님 앞에서 꼭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신기루 같은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옥 목사는 “우리 예수 믿는 사람의 마음이 이와 같아야 한다. 우리가 마음을 비우면 천국을 채우신다고 하셨다. 천국이 저희 것이라고 하신 말씀은 첫째로 우리가 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 자녀가 되며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하나님과 함께 살 수 있는 영생을 값없이 받은 자들”이라며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는 우리 마음에 예수가 임재하시고 우리 마음 전부를 다스리시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누가복음 17장은 ‘천국이 너희 안에 있느니라’고 나왔다. 천국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라 내 속에 있다. 예수님이 우리 마음에 계신 상태다. 천국이 임하면 우리 마음에 얼마나 큰 기쁨이 임하는지”라며 “로마서 14장 17절도 ‘천국이 먹고 마시는 게 아니라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나왔다. 우리가 잘 먹고 잘 마시며 즐기고 싶은 거 다 즐기면 거기에는 천국이 없다. 진수성찬을 차려놓은 그 상에는 천국이 없다. 이 세상에 좋다는 모든 걸 쌓아놓은 집안에도 천국은 없다”고 했다.
이어 “천국은 예수를 내 마음에 모신 상태다. 의를 사랑하는 자에게 기쁨이 있다. 다만 악을 사랑하는 자에겐 사탄이 가득하다. 주님이 내 안에서 다스리시는 천국이 되면,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임한다. 남편, 쌓아둔 돈, 자식, 건강에게서 얻을 수 없던 평강이 내 마음에 오는 것”이라며 “희락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보기에 기쁜 일이 없지만 예수님만 생각하면 가슴 뛰는 행복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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