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개척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를 진행한다. 열여덟 번째 주인공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제자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담임 정경표 목사(55)다. 정 목사는 2004년부터 지역사회를 섬기고 싶은 마음에서 제자교회를 개척했다. 이후 정 목사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성도들과 함께 (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이 진행하는 연탄나눔운동 사역에 뛰어들었다. 햇수로 12년.
정 목사는 “단순히 연탄을 나눠주는 복지가 아니”라며 “봉사자들이 기부한 돈으로 연탄을 구입하고 몸으로 직접 연탄을 옮기며 지역사회 차상위 계층과 만나 사랑을 나누며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운동”이라고 했다. 다음은 정 목사와의 일문일답.
Q. 목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나는 모태신앙이 아니다. 중학교 시절, 친구전도로 교회에 나가게 됐다. 교회에서 권사님들은 내게 ‘목회하기에 좋은 인상’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이후 고등학교 때 진지하게 진로를 놓고 기도했다. 아침 저녁으로 교회에 출석하며 기도를 하고 서원을 했다. 그러면서 목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학 입시는 오직 한신대만을 목표로 했다. 첫해 불합격한 후 정신 바짝 차려서 재수한 끝에 한신대 신학과 86학번으로 입학했다.
Q. 교회 개척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A. 모든 교역자가 그렇듯, 나 또한 온전한 교회를 세우는 데 비전이 있었다. 죽기 전 내 생애에 개척교회를 세우겠다는 열망이랄까. 기도를 꾸준히 하다가 발음교회(기장)가 50주년을 맞아 개척교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고에 응모하고 ‘개척’을 전제로 발음교회 부목사로 3년 동안 일한 뒤, 2004년도부터 지원을 받아 부천에서 개척을 시작했다.
Q. 교회를 개척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A. 목회자가 생각한대로 곧장 이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지역사회 섬김을 위해서 연탄나눔사역을 하고 싶었다. 이런 제안을 교인들에게 했을 때, 유연하게 잘 받아주셨다. 평화롭게 진행됐었다. 목사의 소신이 고집스럽지만 않다면 성도들에게 취지를 잘 얘기하고 설득하면 긍정적으로 원하는 개척 사역을 할 수 있다. 그래서 2008년부터 (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위한 연탄나눔사역에 참여했다. 초창기에는 전 교인들이 다 참여했다. 지금은 이 사역에 동참하기 원하는 교인들만 참여하고 있다.
Q. 현재 연탄나눔사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A. (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 부천지부를 중심으로 부천시 대장동과 인천 부평 산곡동 등지에서 연탄나눔사역을 하고 있다. 이곳은 도시개발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지역이다. 방값이 싸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주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계층, 특히 노년 계층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 연탄난로를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주거환경이다. 그러나 어르신들 입장에선 연탄만큼 ‘가성비’ 좋은 연료가 없다. 연탄을 교체하고 연탄재 처리 등의 불편함은 있지만 연탄 화력이 오래가니까 방안에 온기가 하루 종일 감돈다. 부천시 대장동에는 3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대략 한 가정이 겨울을 나려면 연탄 1,000장 정도를 드려야 한다. 한 가정에 11월부터 2월까지, 주중에 3~4번 정도 방문해서 연탄을 나눠 드리고 있다.
Q. 이런 사역을 통해 추구하는 방향이나 목적이 있다면?
A. 연탄나눔사역운동은 단순히 연탄을 나눠주는 복지차원이 아니다. 봉사자들이 돈을 내고 연탄을 사서 직접 몸으로 연탄을 옮긴다. 그러면서 나눔을 받는 어르신과 만나 대화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 사랑을 나누자는 ‘운동’이다. 단순히 연탄만 나누는 게 아니라 정서적 돌봄의 효과도 크다. 특히 어르신들이 우리 봉사자들을 기다리신다. 주로 초·중·고등학생, 교회 청년부 등이 참여해 어르신들이 좋아하신다. 교회는 원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사랑을 받고 이를 흘려보내는 장소다. 이런 모습을 사회적 모델로서 구축해 일반인들도 참여해 사랑을 주고받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게 이 사역의 목표다.
Q. 어쩌면 봉사는 내가 사랑을 주는 사역인데, ‘번 아웃’(Burn Out) 등 스스로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궁금하다.
A. 물론 고갈될 때도 있다. 그런데 막상 사역을 시작하면 아이들과 함께 봉사하니까 절로 힘이 난다. ‘저 아이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현장에서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도 나서 더욱 분발한다. 보통 사역은 2월에 끝나 9월부터 새롭게 준비를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다른 분이 이 사역을 맡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봉사하면서 지금까지 12년 동안 사역을 해왔다. 극복 방법이 있다면 같은 분야의 사역자들과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어려움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며 공감하는 것이다.
Q. 연탄을 나누면서 동시에 복음을 전하시는지 궁금하다.
A. 사역하면서 복음은 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역이 교회에 대한 인식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에 대한 효과를 많이 거둔 것 같다. 교회가 이런 봉사를 통해 지역주민들과 일반인 봉사자들이 교회에 대한 밝은 인식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연탄사역은 복음 전도의 수단이다. (사)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역은 해마다 2천여 명의 일반인이 참여한다. 이 연탄 사역을 통해 일반인들도 교회에 대해 밝은 인식을 가지게 된 경우를 많이 봤다. 그렇게 된다면, 이후 친지나 주변인들로부터 복음전도를 받았을 때 교회에 대한 수용도가 넓어지지 않을까? 이 사역이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줄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것이라 기대한다.
Q. 연탄나눔사역에 집중하면 자칫 교회사역이 소홀해져 성도들이 섭섭해 하진 않는지?
A. 처음 연탄나눔사역을 시작할 땐, 모든 성도가 참여했다. 지금도 꾸준히 연탄사역에 동참하는 성도 몇 분이 계신다. 물론 안 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게 자유다. 다만 이런 사역을 하고 있는 목회자에 대한 정서적 지지는 변함이 없다. 또 하나는, 연탄나눔사역을 한다고 교회사역에 결코 소홀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탄나눔사역은 주로 11월부터 2월까지 집중한다. 이 기간을 비롯해 나머지 시즌 동안 일정이 비면 심방 등 성도들에게 영적 돌봄과 교제를 나누고 있다. 항상 연탄나눔사역을 하지 않고, 그 외의 일정은 비어 있으니까. 그 때 성도들과 만나 연탄나눔사역을 통해 경험했던 여러 일화들도 나누고 그런다.
Q. 사역하면서 붙들고 있는 말씀이 있다면?
A. 딱히 떠오르는 성경구절이 없다. 다만 하나님이 우리 삶을 항상 도와주시니까 기쁘게 살자는 것, 그리고 삶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고 내 것을 나누며 살자는 게 신조다. 봉사를 하면서 ‘내 것을 주기만 하면 고갈 된다’는 말도 듣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연탄나눔사역에 참가하는 초등학생들이 오면 말도 안 듣고 그런 고충들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봉사를 하면서 재잘거리며 웃는 모습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이 사역을 하면서 오히려 내가 더 긍정적이고 밝아졌다.
Q. 끝으로 나에게 복음이란?
A.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기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복음이 결국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살면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는 기쁨이다. 이런 기쁨을 사람들에게 나누는 게 내 목회의 비전이다.
Q.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지금 한국교회는 골리앗 앞에 서 있다. 교회가 너무 주눅들어 있는 것 같다. 교회가 패배의식을 버리고 다윗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나아갔던 것처럼, 내가 체험한 하나님의 이름을 붙들고 골리앗과 맞서 싸우면 좋겠다. 사울은 자기 갑옷을 다윗에게 입혔다. 한국교회가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싸운 것 같다. 교회성장 등의 외형적인 모습만 쫓아가는 게 이와 같지 않을까? 그러나 영적 전쟁은 다윗이 잘 나가서 승리한 게 아니다. 전쟁을 이기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사울의 갑옷보다 하나님의 이름을 의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처럼 작은 교회라서 ‘아무것도 못 한다’가 아니다. 작은 교회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가지고 사역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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