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교회(담임 최덕수 목사)가 9일 ‘한국의 개혁교회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주제로 설립 20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 됐다.
첫 강사로 나선 박상봉 교수(합동신대)는 ‘개혁된 교회의 보전을 위한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종교개혁은 로마 카톨릭으로부터의 독립이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종교개혁자들은 개혁교회를 어떻게 유지·보전할 것인지에 더욱 집중했다. 이를 위해 신앙고백서, 목회자 부양·관리·감독, 교회 규범, 신학교 설립,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 등을 고민했다”며 “개혁교회가 마치 루터, 쯔빙글리, 칼빈으로 분파된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들이 추구했던 본질은 정통신학이다. 곧 사도적 가르침에 기초한 정통신학의 회복”이라고 했다.
이어 “루터, 쯔빙글리, 칼빈 등은 자기만의 신학을 추구하지 않았다. 이들은 정통신학의 회복이 공통된 관심사였다. 물론 루터와 쯔빙글리가 성만찬에 관해 논쟁했지만 이는 신학적 독특성의 차이일 뿐이지 본질은 같았다”며 “개혁주의가 말하는 보편교회란 주님의 가르침, 곧 사도적 가르침에 충실한 교회 모임임을 전제로 하고 이 가르침에서 벗어난 로마카톨릭을 배격하는 모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개혁자들은 로마 카톨릭에 의해 변질되고 타락한 신앙을 회복하는데 집중했다. 실은 로마카톨릭은 처음부터 타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교황주의라는 체제 유지를 위해 모든 로마카톨릭 교리를 정리한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로마카톨릭이란 체제는 무너지지 않았다”며 “그런 현상이 한국 개신교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이단들이 득세한 이유는 이들의 열심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객관성이 사라진 탓이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올바른 규정이 없기에 이단들이 득세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개혁주의는 로마카톨릭에서 분리된 뒤 끊임없이 보편적 개혁교회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무조건적 분리가 신학적 정통성을 자연스레 확보하는 건 아니다. 때문에 종교개혁자들은 정통신학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야 했었다”며 “이를 위해 신앙고백서, 이에 기초한 신앙교육, 바른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 신자들의 윤리적 삶을 돕기 위한 감독,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 등을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이것은 종교개혁자들이 보편교회로서 보존되기 위한 필수요소로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개혁자들은 신자들에게 한 손에는 성경과 다른 한 손에는 신앙고백서를 들도록 강조했다. 교리적 기반 위에서 항상 성경을 읽도록 유도한 것”이라며 “16세기에는 신앙고백서가 100여 개 정도 발간됐었다. 이런 신앙고백서가 유년시절부터 일반 학문과 신앙이 통합된 기관에서 교육이 진행됐다. 이를 통해 신자들이 개혁신앙의 삶을 살도록 교육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종교개혁자들은 교회가 개혁된다면 여기에 영향 받은 신자들이 속한 사회도 자연스레 개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6세기부터 이들은 유토피아를 꿈꿨다. 이미 기독교를 추구했던 도시는 의료, 교육, 복지, 노동의 문제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준비했다. 현재 유럽의 복지모델 초안이 당시에 마련된 것”이라며 “바른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도 개혁교회 보존을 위한 필수요소였다. 목회자를 뽑고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가령 제네바 개혁교회는 목회자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신학적 토론을 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죄 18가지, 용서 받을 수 있는 죄 18가지를 선포했다. 만일 목회자들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으면 면직 당했다”고 했다.
아울러 “칼빈은 제네바 교회에서 5명의 목회자를 면직시켰다. 그 중 4명의 면직사유는 간통 때문이었다. 이처럼 종교개혁자들은 목회자들의 생활에 면밀히 관심을 가졌다. 목회자의 생계유지 등도 생각했다”며 “대한민국 개신교계도 은퇴 이후 목회자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목사들이 목회 생활 동안, 욕심을 과도하게 부리는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는 목회자에 대한 견제가 없는 구조다. 이는 인간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다. 속히 목회자에 대한 관리·감독·치리가 회복돼야 한다”며 “교회 개척도 개인차원이 아니라 노회 또는 교회의 분립개척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목회자 스스로 개척을 한다면 누가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겠나? 개척은 주로 교회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만일 성장을 이룬다면 목사는 자신이 개척했다는 이유로 제왕적 체제를 유지하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장로교는 앞선 종교개혁자들의 유산을 이어받았다고 표방한다. 개혁교회를 표방한다는 한국장로교도 교단 헌법을 갖추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는 의문”이라며 “한국교회는 교단헌법에 따라 목사들이 목회를 하고 성도들을 교육하며 치리하겠다는 공적책임을 지녀야 한다. 목회자 자신의 개인적 경건함만 확보하고 실제 목회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대부분이 파편화됐다. 개교회 형태로 자신의 독특성만 드러내고 성장에만 급급하다. 그러면 교회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모든 교회가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의 교단들도 자신만의 독특성만 추구한 나머지 교회 지형도는 분파주의로 흐르고 있다. 우리는 종교개혁자들이 보편교회를 추구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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