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목사입니다.
주님이 부르셔서 세워주신 목사입니다.”
저는 누가 뭐라 해도 하나님의 종, 목사입니다. 누가 아무리 저에게 돌을 던진다 할지라도 저는 목사입니다. 물론 저도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 코로나 시대 속에서 우리 한국교회가 얼마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는지, 목회자가 서로 공격하며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그러나 목사가 목사를 공격하고, 성도가 목사를 공격하고 교회가 사회를 공격하고 사회가 교회를 공격하는 이 야만의 시대 속에서,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저는 목사였습니다.
저는 불신가정에서 태어나 교회를 다니겠다고 생각을 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교회를 다닌 후에도 목사가 되겠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그 불가항력적인 소명을 받아 신학교에 간다고 얼마나 많은 박해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오죽했으면 그 차가운 겨울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날,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내쫓김을 받아야 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오직 주님 한 분 바라보며 선지동산의 문을 두드렸고 온갖 모진 고생과 어려움 속에서 고학을 하며 오늘의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직 주님, 오직 교회를 위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목사가 된 행복감에 젖어 주님을 태우는 군마가 되어 말갈기를 휘날리며 거친 광야를 달리고 삭막한 황야도 마다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간에는 주님 앞에 엎드려 이런 기도를 드려보았습니다. “주님, 저는 지금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목사로서의 행복감도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니, 주님 앞에 너무 부끄럽고 죄송할 뿐입니다. 어찌하여 목사라는 이름이 이렇게 부끄러운 이름이 되었단 말입니까? 교회라는 이름이 이렇게 부끄러운 이름이 되어버리고 말았단 말입니까? 휘몰아치는 잔인한 폭거와 비난의 화살 앞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주님의 종으로서 초라하게 느껴진단 말입니까” 저는 이런 기도를 드리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집에서 쫓겨나며 흘렸던 그때의 눈물보다 더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해 드리지 못하고 교회의 영광성과 거룩성이 훼손당하는 현실 앞에 너무 송구하고 죄송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울다가, 다시 생각해 보며 이렇게 기도드렸습니다. “주님, 저는 그래도 주님이 불러주셔서 세우신 당신의 종입니다. 이 시대의 목회자가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공격을 받는다 할지라도, 저 땅바닥에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또 밟혀 누더기가 된다 할지라도, 저는 당당하게 목사라는 이름을 다시 둘러 입고자 합니다. 제가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여도, 그러나 다시 일어나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가는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워보겠습니다. 왜냐면 주님, 저는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목사가 되고자 해서 목사가 되었다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목사라는 직분을 버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주님이 저를 거부할 수 없도록 불러주셔서 주님이 피 흘려 세우신 교회를 지키며 세우는 목사가 되게 하셨기에 저는 이 이름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이 불러주시고 소명의 옷을 입혀주신 그 이름을 제가 어찌 부끄럽다 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 저에게 다시 한 번만 힘을 주옵소서. 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무너져가는 한국교회를 다시 세우는 이 시대의 진정한 목사가 되게 하옵소서.”
코로나로 인하여 전 사회가 셧다운 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잔인한 말들과 야만의 폭거가 소용돌이치는 이 혼돈의 시대 속에서도, 목사의 말과 순명을 지키며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아니, 목사라는 이름이 다시 숭고하고 교회가 존엄하고 거룩하다 불릴 날을 위하여, 저의 마지막 땀과 눈물과 혼을 바칠 것입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예장 합동 부총회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