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질병관리본부는 2019년도 HIV/AIDS 신고 현황 연보를 발표 하였다. 이전 현황과 비교해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 문제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로 HIV 감염 신고자수의 증가이다. 내국인을 기준으로 2018년 989명이었던 신고자 수가 2019년에는 1005명으로 증가하였다. 연령별 증가율에서는 2018년 신고자수의 60%를 차지했던 20, 30대 신규 감염자가 2019년 63.7% 로 증가하였다. 구체적으로 전년 대비 20대에서 8.6%, 30대에서 9.3% 증가하였다. 또한 10대에서도 19명에서 29명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1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성적 활동이 왕성한 연령에서 작년 대비 감염자 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HIV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서 국내 감염자 수의 증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언론에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자가 OECD 가입국 중 2번째로 낮다고 홍보하였다. 또한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은 2010년 대비 2018년에 29% 증가, 중동 및 북아프리카 10% 증가, 라틴 아메리카 7% 증가하였다’라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HIV 감염자가 증가하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 2010년 대비 2018년 전세계 신규감염자 수는 16% 감소하고 있으나, 반대로 국내에서는 44%로 급격한 증가를 보였다. 비록 감염자수는 OECD에서 2번째로 낮지만, 감염자수의 증가율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밝히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 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감염경로의 변화이다. 그 동안 HIV 감염 경로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1985년 HIV 감염자에 대한 통계가 시작된 이례 감염의 주된 경로는 이성간의 성접촉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 동안 모든 친동성애 단체들은 HIV의 감염경로가 이성간 성접촉이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HIV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인들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였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던 연구가 2018년도에 발표되었다.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21개 대학 및 종합병원으로 구성된 다기관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2006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HIV 감염인 1,474명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를 조사 했을 때 동성/양성애자를 통한 감염이 60.1%, 이성애자를 통한 감염은 34.6%로 동성애자를 통한 성관계가 주된 원인으로 발표하였다.
이렇게 감염경로에 대해 상반된 결과로 많이 논란이 있었으나, 코호트 연구에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2019년 HIV 신고 현황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전체 1005명의 감염자에서 무응답자 182명을 제외한 821명의 HIV감염 경로가 동성간 성접촉 53.8% , 이성 간 성접촉 46.1%인 것이 확인 되었다. 1985년 HIV/AIDS 신고 현황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동성간 성접촉을 통한 감염이 이성간 성접촉을 앞지른 결과였다. 설문조사 시 자신의 감염경로는 숨기는 경우와 무응답자의 비율이 18%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동성간 성접촉을 통한 감염은 더욱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앞으로 이성간 성접촉이 에이즈 감염의 주된 경로라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이를 기초로한 홍보 및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치료 목표를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 환자를 치료할 때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법을 결정하고, 치료의 반응을 평가하는 것이 의학적 치료의 기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HIV 감염을 종식하기 위해 ’90-90-90’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는 HIV 감염자의 90%가 검사를 통해 감염사실을 인지하고, 이중 90%가 치료를 받고, 치료를 받은 90%가 바이러스가 억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서 각 국가마다 매년 ‘90-90-90’을 발표하고 있다. 전 세계 평균은 79-78-86이고, 아시아-태평양은 69-78-91로 보고 되었다(UNAIDs Data 2019).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국내 ’90-90-90’ 현황을 발표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국내 빅데이터 연구에서는 감염자 중 58.2%만이 감염 사실을 알고, 87.5%가 치료를 받으며, 90.1%가 바이러스 억제 목표치에 도달하였다고 하였다. 즉 국내 추정 ’90-90-90’은 ’58-87-90’이다(J Korean Med Sci. 2020 Feb 17;35(6):e41). 이 연구에 따르면 국내 감염자의 42%가 HIV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전세계 평균과 비교 할 때 심각하게 낮은 결과이다. 이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내 HIV 감염 관리 시스템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F학점’에 가깝지 않나 판단된다.
2019년 HIV/AIDS 신고 현황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HIV감염자 수의 증가율, 특히 10대에서 30대까지의 급격한 증가, 그리고 주된 감염 경로는 동성간 성접촉을 확인함’으로 정리 할 수 있다.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엄중히 인지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서 소수자의 인권만이 아닌, 대다수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할 것이다.
고두현(한국성과학연구협회 학술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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