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서헌제 박사(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최근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밥안을 분석한 글을 세 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국가인권위는 2020.6.30. 국회에 대하여 국가인권위가 제시하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을 참조하여 조속히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의견표명에는 평등법 제안이유, 평등법 시안, 시안 일문일답(Q&A)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 제안이유를 보면 평등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도 무르익었고, 현재의 개별적인 차별금지만으로는 다양한 차별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모두를 위한 평등’의 실현에 평등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대한민국헌법이 선언하는 국민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평등을 실현할 때 이루어진다. 그런데 ‘자유’와 ‘평등’은 공존하면서도 갈등관계에 있다. 즉 자유를 강조하면 불평등이 확대되고 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자유가 훼손된다. 자유와 평등이 조화롭고 균형있게 이루어질 때 국민의 존엄과 가치는 제대로 보장된다. 그러나 평등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 자유를 희생하면서 이루는 평등은 반헌법적인 발상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모두를 위한 평등’이라는 목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국민들이 누리는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성이 크다.
이 법은 그 적용대상을 고용, 상업과 서비스업, 교육 등 국민의 생활영역 거의 전부를 대상으로 한다. 무엇보다도 ‘차별’이라는 지극히 모호하고 주관적인 잣대로 위반시 민사배상과 형사처벌 위협을 줌으로써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위측시킬 것이다. 국민이 누리는 자유는 무제한은 아니지만 이를 제한할 때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제한되고 위반에 대해서는 어떤 민형사 제재가 가해지는 지를 명확하게 정해두어야 국민들은 안심하고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특히 형사처벌이나 이에 버금가는 징벌적 배상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에 구체적인 구성요건을 정해두어야 한다는 것은 법치주의 내지는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이다.
그런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민형사 제재 대상인 ‘차별’을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아주 광범위하게 규정한다. 특히 차별의 유형으로 구별, 괴롭힘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모호하고 주관적인 개념인 ‘차별’을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리고 형사처벌을 부과할 경우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이태원 게이클럽을 방문한 사람들 간에 코로나가 확산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언론인들은 동성애자들과 일반인들을 ‘구별’해서 보도하였다고 이를 통해 ‘괴롭힘’ 즉 수치심을 느겼다는 주장만으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종교인들이 길거리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또는 이단종파 신도들에게 그들의 잘못된 믿음을 지적하고 전도하거나 포교활동을 할 때 이들이 모욕감을 느끼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인권위에 진정하게 되면 차별행위로 처벌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평등법이 제정된 영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례이다.
더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차별행위가 아니라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차별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입증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민형사법의 대원칙인 청구인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차별이 있었는지, 그것이 정당한 사유에 기한 것인지를 묻지 않고 일단 인권위에 진정하고 법원에 제소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나 기관은 반대 입증을 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민형사책임을 지게된다. 그 결과 이른바 ‘묻지마 진정이나 제소가 남발’할 여지가 너무나 크고 그 결과 국민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상업활동을 할 때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주저하게 될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위협하는 법이다. 자유는 인간인 존엄성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자유 없는 평등, 자유를 심하게 위협하는 평등의 실현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게 된다. 국민 대다수의 자유를 위협하거나 희생하면서 소수자의 평등을 이렇게까지 우위에 두는 법을 제정해야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계속)
서헌제(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