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지금 치매에 걸린 사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언젠가 치매에 걸릴 사람이다."
일본의 한 정신과 의사가 한 말이다. 그만큼 치매는 갈수록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2018년 기준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75세 이상 5명 중 1명이 치매환자다. 중앙치매센터 분석상으론 2018년으로부터 15년 뒤에는 치매환자가 두 배 가량, 15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치매에 대한 인식은 통계와 다르다. 부모님이 예전 같지 않게 방금 한 말씀을 잘 기억 못하고, 별것 아닌 일에 갑자기 성을 내기라도 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겁먹는 경우가 대다수다. 왜 우리 부모에게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일본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최근 출간한 '부모님도 나도 치매는 처음인데, 어떻게 하지?'에서 치매에 대한 인식부터 환기시킨다.
저자는 자신의 치매 치료 경험을 토대로 치매에 대한 필수적인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또 본인부터가 부모를 모시고 있고 효심이 좋다고 한다.
"부모님이 치매에 걸렸을 때 자녀들이 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인간 중심의 돌봄으로 부모님이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부모에 대한 모든 관심과 도움을 '인간 중심의 돌봄'이라는 의도에서부터 출발시킨다. 근본적으로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안내하는 셈이다.
그래서 책의 내용도 자식이 챙겨드리면 좋은 것, 부모가 직접 하면 좋은 것, 부모와 자식 어느 쪽에서건 굳이 안 하는 게 좋은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치매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과 자식이 변화 양상을 잘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저자는 치매 초기 증상과 노인성 우울증, 노화가 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정리해놓아 참고하기 쉽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치매가정에서는 경험을 토대로 알 수 있을 법한 일종의 노하우나 팁도 포함했다.
예컨대 '부모님의 행복을 원한다면 NO로 시작하는 대답은 금지', '부모님과의 대화는 회의나 토론이 아니다', '내일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등의 마음가짐과 먹어야 할 약과 먹지 않아도 괜찮은 약, 좋은 의사와 좋은 병원 선택법, 부모에게 좋은 운동과 생활수칙 등이다.
결론은 치매 자체를 부정적으로 대하다가 부모의 치매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떠난 뒤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은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가정은 물론 치매 예방 및 치료를 고려하는 당사자에게도 유익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216쪽, 와다 히데키 지음, 김은경 옮김, 느낌이있는책, 1만6000원.
임종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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