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1일부터 QR코드를 도입했다. 일종의 ‘전자명부 시스템’으로 시설에 출입하려는 이용자 정보를 QR코드로 수집해 방역 조치를 신속히 하겠다는 취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 따르면 이는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서울·인천·대전의 총 19개 시설에서 시범 도입된다. 클럽·노래방 등 고위험시설 일부와 교회·성당·도서관·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이 포함된다. 일주일 간 시범운영을 한 뒤 결과를 반영해 10일부터 의무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교회는 아직 QR코드 의무사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대본은 “개인정보와 방문기록을 분산하여 보관하고, 역학조사에 필요한 경우에만 개인이 식별되도록 정보를 결합해 방역당국이 참고하게 된다”며 “역학조사에 필요한 4주가 지나면 정보는 자동적으로 파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도입되면 방역조치가 더욱 정확·신속하게 이루어진다”며 “감염병 위기경보 ‘심각’, ‘경계’ 단계인 경우에 한해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방역을 명분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면 자칫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교계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박성제 변호사(법무법인 가을햇살추양)는 “이번 QR코드 도입은 방역을 위해 개인의 동선을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칫 국가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국민들의 사생활을 침범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며 “중국이 QR코드로 인민을 감시하는 것처럼,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국가주의가 거세지면서 국민은 하나의 통제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가 개인의 정보를 어느 선까지 수집할 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논의 없이 QR코드를 도입하면 나중에 어떤 현상으로 번질지 알 수가 없다”며 “국민 개개인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 해야 한다. 그리고 개입할 경우에도 반드시 법률에 따라야 한다.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사생활 침해가 당연하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또 “개인의 사생활 공개도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법률로써 제한하고 있다. 정부의 QR코드 도입이 법률에 의하지 않고 시행된다면 위헌·위법적 요소가 발생할 수도 있다. 남용의 위험도 있다. 법률이 존재하는 건 바로 그러한 남용을 막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숭실대 철학과 김선욱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신용정보를 활용하는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며 “방역은 생명의 문제이기에 시민적 자율에만 맡겨서 갈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개인정보의 사용을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 적절하게 작동돼야 한다. 특히 정부의 독재성이 의심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감염증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이 얼마든지 지적받을 수 있다”며 “정부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선 시민적 감시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QR코드 사용을 도입하려면 시민적 감시를 제대로 이룰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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