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는 현재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감염경로가 되고 있지만 이들이 과연 방역에 제대로 협조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 자신이 신천지 교인이라는 걸 숨기다 다른 이들을 감염 위험에 빠뜨리고, 방역당국에 제출했다는 신도 명단이나 집회 장소에 대해선 그 진실성 여부에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된다. 교주라는 이는 ‘신천지 사태’가 불거지고 약 2주가 지나서야 카메라 앞에 섰는데 온통 자기 변명 뿐이었다. 이들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약 4년 동안 신천지 교인이었다가 지난 2016년 ‘회심’한 A씨(29·女)와 2일 전화로 인터뷰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신천지 있던 친구따라 처음 가… 친구 신뢰
삼손의 비극 피하려 부모한테도 신분 숨겨
신천지 신앙 잃을 바에야 자해 하라 가르쳐
상담소서 믿음 지키려 샴푸 비누 먹은 적도
보건당국에 잘 협조? 그럴 수 없어, 다 거짓
이만희 기자회견,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듯”
-언제 신천지 교인이 됐나.
“지난 2011년 12월경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나를 신천지로 이끌었다. 당시 모태신앙인에 기성 교회를 다니고 있었던 나는, 신천지가 이단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절친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친구가 뭐라고 하던가.
“‘전부 신천지를 욕하는데, 만약 신천지가 유일한 진리이면 어떡할래?’라고 했다. 신뢰했던 친구라 그 말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럼 그 친구 때문에 교인이 된 건가?
“친구의 존재가 신천지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여는데 일부분 원인이 된 건 사실이지만, 꼭 그 친구 때문만은 아니다. 평소 교회를 다니면서도 구원이라는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었는데, 신천지는 여러 성경 구절을 대면서 그것을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것들에 끌렸던 것 같다.”
-회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
“나보다 먼저 신천지를 빠져나온 친구가 부모님께 내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부모님이 찾아오셨고, 나는 거부했지만 이단상담소로 날 데려가셨다. 회심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신천지에 대한 믿음이 강했고, 신천지를 떠나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배워서, 하나님 나라 천국을 떠나는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소에 가도 듣기 싫었다. 그대로 듣고만 있다간 신천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릴 것 같아서 극단적인 행동까지 했었다. 하지만 결국 신천지에서 배운 게 틀렸다는 걸 깨닫고 회심했다.”
-그럼 그 때까지 부모도 몰랐다는 건가?
“삼손의 비극은 가장 가까웠던 들릴라에게 비밀을 말했던 탓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니 부모에게라도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말라는 논리다. 아주 교묘하다. 순진한 청년들이 넘어가기 쉽다.”
-‘극단적 행동’까지 했다고 했는데.
“신천지는 ‘영이 죽느니 육이 죽는게 낫다’고 말한다. 신천지를 믿는 그 믿음을 잃을 바에는 그 믿음을 간직하고 차라리 육체가 죽는 게 낫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무젓가락이 근처에 있으면 그것을 부러뜨려서 목에 데라, 그렇게 자해를 하라’고 가르친다. 그 만큼 신앙을 숨기고 지키는 걸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긴다. 저 또한 이단상담소에서 말하는 반증을 들으면 신천지 신앙을 잃을 것 같아서 샴푸를 먹고 비누를 씹은 적이 있었다. 4층에서 뛰어내린 친구도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들은 신천지가 정직하지 않다고 의심한다.
“처음 31번 확진자가 ‘동선을 숨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뉴스를 봤을 때 신천지 교인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 땐 아직 그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었다. 신천지는 그런 집단이다. 그들은 코로나19로 내 몸이 아픈 것보다 신천지 신분을 들키는 걸 더 두려워 한다.
신천지는 길거리에서 위장 봉사나 위장 취업 및 성경 세미나 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을 포섭한다. 그리고 일단 성경공부를 시작하면 3개월 동안은 신천지라는 걸 숨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동선을 공개하려니 걱정이 되는 거다. 그럼 신천지인 줄 모르고 성경공부를 했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또 부모에게도 들통나기 때문에.”
-신천지는 시종 보건당국에 잘 협조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다 거짓말이다. 그럴 수가 없다. 탈퇴자들끼리 서로 자주 연락하는데, 다 같이 그렇게 확신한다. ‘저거 다 신도들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신천지가 무슨 협조를 하느냐’고 말이다. 그들은 신앙을 위해 숨긴다. 그게 목숨보다 더 귀하니까.”
-신천지 교인들은 정말 교주 이만희 씨가 영생불사한다고 믿나?
“(신천지 교인으로 있었을 때) 나는 그것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나 뿐 아니라 신천지 교인들은 다 그렇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럼 이 씨가 죽으면 조직이 와해될까?
“슬슬 대안 교리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모세가 처음에 가나안 땅을 약속받았으나 들어가지 못하고 여호수아가 이어갔다는……”
-2일 이 씨가 직접 기자회견을 했다. 어떻게 봤나.
“(이 씨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했다. 마치 ‘왜 우리한테만 뭐라고 하느냐’는 식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 같았다. 소리도 잘 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이 정말 영생 교주가 맞나’하고 생각했다. ‘정말 영생불사한다고 믿느냐’는 기자의 질문은 코로나19와 관계 없다며 아예 받지도 않더라. 안에선 그렇게 ‘영생 영생’하더니…”
-신천지 교인들은 이날 이 씨의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을까?
“그가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걸 보면서 분명 참담한 마음에 울었을 것이다. 그들이 불쌍하다. 그야말로 사기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저런 사람의 말을 듣고 내 청춘을 허비했다는 생각에 정말이지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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